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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유치원 싸고 질 높아

국공립 유치원 싸고 질 높아

▶국공립 유치원을 이용하면 교육비를 절감하면서도 질 좋은 자녀교육을 시킬 수 있다.

직장인 이은재(26)씨는 “결혼 후 힘 닿는 데까지 아이를 낳아 열심히 기르겠다”고 말했다가 친구들에게 핀잔을 들었다. “재벌이랑 결혼할 것이냐”고 쏘아붙인 것이다. 친구들이 이씨를 ‘뭘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한 데는 이유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 한국의 사회 지표’를 보면 전체 가계소비 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2%다. 식료품비(2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기가 무섭다는 요즘 부모들의 말이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모들은 현실은 수치보다 더하다고 한다. 하지만 시키자면 끝이 없고, 그렇다고 안 시킬 수도 없는 것이 사교육이란다. 그나마 대학입시를 앞둔 중등교육보다 태어나서 초등교육을 받을 때까지의 비용을 절약하기가 수월하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다양한 보육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다자녀 가족 양육비 지원은 취학하기 전 만 5세까지의 셋째 자녀부터 대상이 된다. 집에서 부모가 직접 교육하면 매달 10만원, 보육시설에 보내면 교습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실질적으로 아이 셋을 기르면서 서울시 주민으로 등록돼 있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제도도 있다. 4인 가구 기준 월소득이 398만원에 못 미치면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나이(태어나서부터 만4세까지)에 따라 매달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7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으로 만5세 자녀에게는 매달 16만7000원이 지원된다. 둘 이상의 자녀가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면 둘째부터 나이에 따라 최소 8만4000원부터 최고 18만6000원까지 지원받는다. 또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취학 전 만12세 이하의 모든 장애아에게는 매달 37만2000원의 보육료가 지급된다. 서울시는 직접적인 재정 지원뿐 아니라 시설 지원을 통해 근본적인 교육비 절감에 나섰다. 서울시내 각 중·고등학교에 설치될 ‘1교 1공부방’ 을 이용하면 매달 최소 10만원씩 드는 독서실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 사업은 3월부터 시작해 올해 안에 100개 학교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일하는 엄마’를 위해 둘째 이상 자녀에게 보육료의 절반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처럼 각 시·도별로 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다르고 유치원, 어린이집연합회 등에서 자체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나에게 해당하는 사항이 없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실시하는 바우처(voucher·서비스이용권)제도를 이용하면 월 5000~2만3000원에 전문교육업체의 독서지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만6세 이하 아동 중에서 4인 기준 부모 소득이 375만원 이하면 신청 가능하다. 사회서비스관리센터의 제호영 차장은 “올해 3월 기준으로 27만9000명이 이용하고 있고 호응도가 높아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에 참여하는 교육업체는 웅진씽크빅, 대교, 교원빨간펜, 구몬학습 등이다. 유치원비도 젊은 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한다. 보통 한 달 사립 유치원비는 40만~50만원 정도인데 영어나 예체능 프로그램이 추가되면 1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국공립유치원은 반 일반 기준 서울 3만3000원, 지방은 5000~1만원, 경기도 4만원 정도로 유치원비가 정해져 있다. 정혜손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은 “전국적으로 국공립이 4400여 곳, 사립이 3800여 곳이지만 사립은 보통 열 학급이 넘는 반면 국공립은 대부분 한두 반으로 이뤄져 원아 수로 보면 국공립과 사립이 22대 78 비율”이라며 “국공립 유치원에서는 정식 임용고시 출신의 교사가 가르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원아모집을 할 때면 보통 4배수에서 15배수까지 원아가 몰린다”고 말했다. 모집원아 수가 수요를 다 받아들이기에 턱없이 모자라지만 훨씬 싼 비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시도는 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린이 펀드도 눈여겨봐야
사교육비 부담이 점점 커지자 부모들끼리 돌아가며 자녀를 가르치는 ‘품앗이 교육’도 유행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세 명의 부모가 돌아가며 영어를 가르친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세 번, 부모들은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내 ‘가정교습’을 하는 셈이다. 초등 2학년생 아이를 둔 박정순(35)씨는 “내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세 명이 나눠 하니 부담도 덜고 교습법도 다양해 아이가 잘 따라오는 것 같다”며 “각자 제 아이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꼼꼼히 챙겨 요즘 같이 하자고 연락 오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품앗이 교육은 제대로 틀을 잡기까지 어려움이 따른다. 부모들끼리 교육 수준이 맞지 않거나 내 아이가 더 잘났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임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인터넷 교육 사이트를 이용해 학원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금융권 상품도 잘 이용하면 교육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 각 은행과 카드사에서 내놓은 교육전문카드는 사용 실적에 따라 학원비를 할인 받거나 장학금을 적립해준다. KB카드의 ‘잇 스터디’는 카드 사용실적이 10만~30만원이면 전국 학원과 독서실비 5%를 할인 받을 수 있고, 30만원 이상 쓰면 할인율이 10%로 올라간다.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서도 최고 2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농협의 ‘옴니 에듀’는 교육 시설비를 10%까지 할인해주고 아이보험에 무료로 가입시켜준다. 이 외에도 ‘경기아이플러스 카드’ 등 지자체가 금융권과 협약해 발행한 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경기아이플러스 카드는 경기도학원연합회 소속 학원에 한해 40%까지 수강료를 할인해준다. 각 증권사의 펀드 상품은 당장 교육비를 절약하는 기능은 없지만 시기별로 미리 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어린이 펀드에 가입하면 교육자금 마련과 자녀 경제 교육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교육보험은 교육비 마련을 위한 저축 기능과 부모가 사고를 당해 사망했을 때 교육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보장성 기능이 더 크다. 조재영 삼성생명 팀장은 “변액유니버셜 상품으로 보장 기능을 가지면서 투자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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