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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텃세냐 VS. 베르나 억지냐

용인시 텃세냐 VS. 베르나 억지냐

▶좌 베르나바이오텍 공장 3개 동이 있는 곳(점선 안)에 분당선과 경전철 환승 주차장이 세워질 계획이다. 우 주한EU상공회의소 장 마리 위르티제 신임 회장이 지난 3월 25일 베르나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름도 낯선 베르나바이오텍이란 외국계 제약회사는 지난 3월 주한EU상공회의소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위르티제 주한EU상공회의소(EUCCK) 회장은 이날 한국 지방자치 단체가 투자유치전후 태도를 바꾸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베르나바이오텍(이하 베르나)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베르나가 땅 주인인 녹십자와 2015년까지(5년 자동연장 포함) 공장부지를 사용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을 맺었으나 용인시가 녹십자를 통해 갑자기 분당선 지하철 연장과 경전철 건설을 이유로 2009년 1월까지 공장을 이전하라고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용인시는 ‘갑자기’ 이전을 요구했다는 대목에 반론을 제기했다. 베르나가 자진 철수하기로 이미 약속했다는 것이다. 용인시는 사업계획에 따라 용인시가 철거요청을 하면 일체의 보상 없이 자진 철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증거로 내세웠다. 용인시 공무원은 “때가 어느 때인데 우리가 외국계 기업을 홀대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때’는 외자유치가 지자체의 숙원사업인 시대다. 지식경제부가 “MB정부 출범 후 외국인 직접투자가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한EU상공회의소 회장 입에서 ‘투자유치에만 열심이고 그 뒤로는 나 몰라라’라는 말이 나온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용인시만이 아니다. 경기 화성·동탄 신도시에서도 외국인 투자기업의 이전 문제가 불거진 일이 있다. 17개 외국인 투자기업이 동탄 신도시 개발에 따라, 토지 수용시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던 것. 이런 문제들로 지자체와 부닥쳐 본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의지할 곳 없는 우리는 ‘을’도 아니고 ‘병’의 신세”라고 푸념한다. 주한EU상공회의소는 “베르나 문제는 워낙 시급해 외국 기업들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텃세냐, 외국계 기업의 억지냐.’ 베르나 사건은 베르나나 지자체 양측 모두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 공장을 철거할 경우 베르나는 막대한 피해를 볼 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용인시는 지역 발전과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도시개발에 나선다는 명분이 있다. 문제는 외국계 기업과 지자체 간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창구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 지자체의 경영 관리(거버넌스) 능력의 한계이기도 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글로벌 어젠다와 로컬 어젠다가 충돌했을 때 이를 해결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한국 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외국 기업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자치단체 하위직 담당 공무원이 이런 중요한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베르나 공장 이전 사태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기업과 자치단체의 이해 충돌의 원인과 그 해결 방법을 찾을 좋은 사례가 될 듯싶다. 이에 따라 이코노미스트는 쟁점을 중심으로 사건을 정리해 봤다.


베르나바이오텍은… 네덜란드 다국적 제약회사인 크루셀 그룹의 모든 제품을 아시아 전역에 판매하는 기지로 2006년 전 세계 최초로 완전 액상형 혼합백신인 ‘퀸박셈’을 개발했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퀸박셈과 간염백신 헤파박스-진은 전 세계 50개국에서 하루 20만 명의 어린이에게 접종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보호기금(UNICEF) 등 국제 기구가 주요 고객이며 2007년 매출액은 962억원(수출액 874억원), 올해 추정 매출액은 1340억원이다. 이 중 수출액이 1250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수출 제약회사다.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227-3번지 녹십자 부지. 베르나 공장에 직접 가봤다. 서울시청에서 차가 막혀 좌석버스로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좌석버스도 15분 이상을 기다려 탈 수 있었다. 용인 시민들이 왜 분당선 건설을 촉구하는지 짐작이 갔다. 베르나 공장은 녹십자 부지 안에 있었다. 녹십자교를 건너 베르나 공장에 들어갔다. 녹십자교에는 ‘베르나는 철거이행하라. 주민들은 분노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정문을 지나자 곧 문제의 증축된 3개 동(그림 1, 2, 3)이 한눈에 보였다. 공장 모듈식 건물이다. 이곳에서 3년 전 준공식 때 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 앨런 팀블릭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등이 공장 증설을 환영했었다. 이 3개 동에서 1000억원가량의 백신이 국제기구로 수출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퀸박셈이 산자부의 2007년 상반기 우수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같은 공장을 두고 나라에선 잘했다고 상을 주는데, 용인 시민은 도시개발의 걸림돌로 인식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용인시는 이곳에 분당선-경전철 환승 주차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미 경전철은 베르나의 나머지 한 동 공장 건물 코앞까지 와 있었다. 분당선 노선 한가운데 있던 원자재 창고는 이미 철거된 상태다.

▶2005년 5월 16일 경기도 신갈 녹십자백신 완제관 준공식. 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왼쪽에서 셋째), 앨런 팀블릭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등이 참석했다.

증축된 3개 동은 경전철 노선과 겹치지 않지만 환승역세권 개발에 핵심이 되는 지역이다. 베르나가 썼다는 각서는 녹십자 부지 내 공장 39개 동 중 3개 동에 관한 것이다. 용인시가 베르나에 ‘갑자기’ 철거 요구를 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로 제시한 각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각서는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베르나가 사인한 것이다. ‘용인시 사업계획으로 인한 용인시의 철거요청이 있을 시, 금번 증설 승인된 건축물에 대하여는 이를 철거하고 또한 일체의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합니다’. ‘용인시 사업계획’이란 말을 놓고 용인시와 베르나의 해석은 다르다. 용인시는 ‘분당선과 경전철 건설에 따른 도시개발’이라고 주장하고, 베르나는 ‘분당선과 경전철 노선 건설 그 자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명확한 용어 해석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각서 작성 당시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경전철 노선은 2001년 12월 31일 결정됐다. 주차장 건설이 확정된 것은 2005년 8월의 일이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환승 주차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2000년 실행계획 수립 당시부터 필요성을 인지한 부분”이라며 “베르나도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이동이 상대적으로 간편한 모듈식 건물을 지은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베르나는 “노선 경로에 걸쳐질 것을 대비, 약간의 이동 가능성만 고려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 2008년 4월 베르나바이오텍 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

이와 관련해 용인시 한 공무원은 “애초에 개발예정 지역에 인·허가를 내 준 게 잘못”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각서를 받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외자유치를 강조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외국기업이라고 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철거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서도 외자유치 실적을 올리기 위해 허가를 내줬다는 뜻이다. 수백억원을 투자한 기업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다. 용인시는 공식적으로 “어려운 여건이지만 지역 경제활성화 및 기업 애로사항(녹십자 및 녹십자백신의 협조요청) 측면에서 허가했다”고 밝혔다. 베르나도 할 말이 많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 길에 베르나와 투자 MOU를 맺기도 했다. 2002년 공장을 증축하면서 쓴 돈만 450억원이다. 그 이후에도 중앙정부는 외자유치를 위해 애쓰지 않았느냐. 우리가 바보냐. 철수할 공장에 왜 투자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외국계 기업 문제로 고민했던 화성시의 한 공무원은 “지자체도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외자 유치에 욕심을 내다보면 개발계획과 충돌해도 일단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주민들은 땅값 오르길 바라니 개발을 안 할 수도 없고…”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제는 2005년 들어 더 심각해진다. 2005년 5월 베르나 공장 땅 주인인 녹십자가 오창·화순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베르나는 그동안 임차료를 내고 녹십자와 함께 공장 부지로 사용했었다. 그런데 녹십자가 2008년 말 이전키로 함에 따라 베르나만 허공에 뜨게 됐다. 당장 올 연말이면 백신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유틸리티(가스, 전기 등)가 모두 끊기게 된다. 베르나는 이에 2008년 5월까지 임시 유틸리티 생산시설 건축을 위한 허가를 요청했다. 유틸리티 건설에만 5~6개월이 소요되는 일이라 그 전에 용인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전제는 2009년에도 지금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용인시는 허가를 내주고 있지 않다.

▶베르나 공장은 용인 경전철·분당 연장선과는 겹치지 않는 곳에 있다.


“외자 유치 악영향 우려된다”
허가를 내준다면 용인시의 개발 계획과는 모순된 일이다. 유틸리티가 없다면 공장은 돌아갈 수 없다. 철거를 하지 않아도 공장은 철거되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베르나는 왜 미리 이전을 준비하지 않은 걸까. 녹십자는 “오랜 파트너십 관계도 있고 해서 같이 가자고 설득했으나 베르나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베르나는 “용인시로부터 도시개발과 관련해 증축된 3동에 대한 철거협조 공문이 오길 기다렸다. 그래야 주주를 설득해 이전 계획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베르나는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가 공공기관으로부터 공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공장을 철수한다고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올해 3월 용인시에 최종 확인을 요구하는 문서를 발송했으나 아직까지 무응답”이라고 전했다. 베르나 관계자는 “우리 보고 빨리 안 나간다고 할 것이 아니라 미리 공문을 보내 고지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용인시가 다국적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철거 협조 공문을 보낸 적은 없다. 베르나에서 공문을 보내 달라는 요청도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베르나가 용인시장 앞으로 지난 3월 21일 영문 협조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에 따르면, 베르나는 공장을 언제 어떤 조건으로 이전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용인시장에게 보냈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용인시장은 당연히 담당 공무원과 상의해 답변서를 보낼 의무가 있다. 그것이 정상적인 의사결정 조직인 것이다. 기업은 한시가 급한데 자치단체에서 마냥 깔고 앉아 있으면 어떻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베르나와 용인시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시간만 허비되고 있다. 용인시는 “2012년까지 사업이 지연된다면 연 500억~600억원의 재정 손실이 예상된다”며 “기업이나 행정이나 상호신뢰가 중요하다. 행정승인 조건을 기업이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베르나가 지금 나간다면 용인시에 이득이 될까. 주한EU상공회의소는 “외국계 기업이 이번 사례를 주시하고 있으며 이미 비슷한 사례를 여러 번 겪으며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외자유치는 물론 경기도, 나아가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용인시나 베르나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이상 결론은 윈-윈이 아니라 루즈-루즈 게임인 셈이다. 용인시는 “베르나는 2009년 상반기까지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베르나는 “2012년까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양측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외국 기업들의 눈길까지 싸늘해지고 있다. 용인시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경기도, 더 나아가 중앙정부가 나서서라도 합리적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용인 시민과 기업의 피해만 커질 뿐이다. 미국 조지아주는 기아자동차 공장을 유치하며 39가구에 협조를 구하는 데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일일이 계약을 맺으며 협상한 끝에 얻은 결과다. 조지아주는 절차를 지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녹십자 부지 내 39개 동 문제는 벌써 7년이나 허비했다.


크루셀 아·태 담당 얀 훼이언 부사장


“지금 나가면 우린 죽는다”
크루셀(베르나 모회사)의 아·태 담당 얀 훼이언 부사장을 주한EU상공회의소에서 3월 28일 만났다. 네덜란드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지난 이틀을 꼬박 새운 탓인지 피곤한 얼굴이었다. 얀 훼이언 부사장은 2년 전 베르나바이오텍에 합류해 7년 전 상황의 증인이 될 수는 없지만 현재 용인 공장 이전 문제 및 아·태 지역 경영의 총책임자다.

-왜 이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절차’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기업을 하는 데는 사업의 예측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자체가 기업과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줘야 한다. 중국에서 4년간 일하면서도 지자체와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용인시는 땅 주인인 녹십자와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러나 용인시는 우리와도 대화했어야 한다.”

-한국에 질렸을 것 같은데 왜 또 인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나? “물론 한국 외에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한국 사람들이 ‘퀸박셈’을 개발했고 한국 사람들과 계속 일하고 싶다. 인건비가 높고 지금과 같은 문제가 있을지라도 한국은 크루셀에 사업 하기 좋은 나라다. 크루셀은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업이고 한국에는 열심히 일하는 인재가 많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 지금 나가면 우리는 죽는다. 베르나는 2009년부터 생산을 못하게 되면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더 이상 존재할 수도 없고 크루셀 본사 전체도 국제 기구로부터 믿을 수 없는 공급 업체로 낙인찍힌다.”


한국 비켜가는 다국적기업들


“한국은 생산기지로 매력 없어”
베르나바이오텍은 외국계 제약회사 중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다. 2005년 이후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한국에서 공장을 잇따라 철수했다. 2006년 스위스 제약회사인 로슈는 안성 공장을 매각한 뒤 한국을 떠났다. 릴리는 2005년 국내 공장을 매각했다. 한국화이자도 2006년 서울 공장 철수를 공식 발표했으며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2007년 청주 공장을 SK케미칼에 매각했다. 한국GSK도 국내 생산시설 철수 방침을 확정했다. 여기에 한국 로슈와 한국UCB제약도 국내 공장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대답은 공통됐고 간단했다. “한국에서 공장을 철수하는 것은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일 뿐”이란 것이다. “지금 세계 제약업계는 인수합병(M&A)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 회사가 하나가 되면서 분산돼 있던 생산시설이나 유통망들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철수해야 할 공장은 철수시키고 있단 얘기죠.” 화이자, GSK 등 대표적인 다국적 제약사들은 여러 대형 제약사를 M&A해 만든 회사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은 M&A를 통해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0만 분의 1 확률인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경영에 대한 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순간, 한국은 생산기지로서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인건비도 비싸고, 아·태 지역 생산기지로서 타 지역보다 별 매력이 없죠.” 다국적 제약사 임원 A씨는 “수입 완제품에 비해 국내 생산 제품이 별로 이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사 문제는 없었느냐는 말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노사문제라니요? 말도 마세요. 저희는 한국에서 공장을 철수할 때 생산직 근로자에게 최대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미 공장 철수를 결정한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도 ‘노사문제는 절대 없었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골치 아픈 이야기를 자세히 하고 싶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렇다면 다국적 제약사를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공장은 분명 사라졌다. 그러나 R&D 기지로서 거듭날 수 있다. 한국화이자도 임상시험 쪽으로 한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이 투자유치를 하려면 인재와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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