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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 뛰어들어 종합투자사로”

“증권업 뛰어들어 종합투자사로”

▶1953년 생, 75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75년 한국산업은행, 78년 현대중공업, 81년 KTB네트워크 전무이사, 2003년 KTB네트워크 부사장 2006년~ KTB네트워크 사장

한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업체 KTB네트워크가 증권업에 뛰어든다. KTB네트워크는 “벤처캐피털 업계를 아주 떠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말에 PE(Private Equity)3 본부란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의 업무는 신규 투자 및 사업 발굴이다. PE3 본부는 지난 2월 19일 금융감독원에 종합증권사 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KTB네트워크에서 앞으로의 변화를 준비하며 만든 신설 조직이다. 김한섭(55) KTB네트워크 사장은 “종합증권업 인가를 받게 되면 기존의 KTB네트워크가 증권업으로 전환을 하게 된다”며 “현행법상 겸업이 금지된 벤처투자와 기업구조조정(CRC) 업무는 자회사로 분할되고, 사모펀드 업무와 신규 증권 비즈니스를 하는 PE 본부들로 구성된 증권 부문이 모회사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증권업을 시작하는 KTB네트워크가 벤처캐피털 업계를 아주 떠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에서 코스닥 기업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주는 증권사로 자리를 잡으면서 벤처기업 분석과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TB네트워크의 증권업 진출은 벤처캐피털 업계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한국 벤처캐피털의 역사를 만들어온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징성이 강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1981년 정부 출자로 설립된 KTB네트워크는 한국 최초의 벤처캐피털 회사다. 99년 업계 최초로 CRC 사업을, 2005년에는 사모펀드 사업을 시작하며 업계를 선도해 왔다. 김 사장은 유서 깊은 벤처캐피털 기업에서 종합증권사로의 변신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시장 논리에 따랐을 뿐이라고 답한다. “기업으로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방법을 찾다 보니 증권업 진출까지 눈 앞에 두게 됐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는 자금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 시장 규모는 1조원을 조금 넘긴 상태이지요. 증권업에 진출하면 효과적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 사장은 지난 닷컴 열풍 이후 지금까지 투자할 만한 벤처기업을 찾기 어려웠던 점도 지적했다. 정부에서 모태펀드를 활성화하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지만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3년 전부터 정부의 노력으로 시장이 많이 활성화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자리 잡았다고 하기에는 이릅니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익을 올리고 있는 벤처캐피털업체도 드뭅니다. 기업공개를 한 업체들 가운데 공모가를 유지하는 회사도 찾기 힘든 상황이지요. 아직 시장에 봄이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김 사장은 모태펀드의 등장으로 생긴 악영향도 있다고 한다. 벤처산업의 양축인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 사이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이 어려우면 주가가 내려가듯이 코스닥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업 가치도 내려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모태펀드의 등장으로 자금 공급이 늘어나서 경기가 나쁠 때에도 벤처기업들이 제 실력보다 높은 가격에 투자 받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김 사장은 벤처캐피털 회사를 어떤 단체보다도 자본주의적인 속성이 강한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회사의 기본 철학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큰 이익을 좇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 자금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향후에 큰 이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으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벤처캐피털업입니다. 하지만 모태펀드의 등장으로 이런 메커니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 상태가 어느 정도 괜찮다 싶으면 코스닥 기업 정도의 가격을 제시해야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이지요.” 김 사장은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변해가자 벤처캐피털 업계도 벤처기업보다 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상장된 회사의 주식에 투자를 하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투자 액수와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에 비해 낮은 수익이 눈에 보이는데도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은 아무래도 적지 않겠습니까?” 김 사장은 무조건 모태펀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시장의 원리를 살리면서 모태펀드의 취지도 살릴 길이 있기 때문이란다. “실패 가능성이 큰 초기 벤처기업이나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나노공학, 생명공학 분야에는 모태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런 분야는 정부에서 후원하고 다른 분야는 시장 원리에 맡겨 두면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사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CRC나 사모펀드에 투자하거나 아예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기업 분석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런 구조에서는 벤처투자보다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CRC로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저는 지금 한국 CRC 협회장입니다. 그런데 우량 벤처캐피털업체 상당수가 CRC 협회에 가입해 있습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LG벤처투자 같은 우량 회사까지 CRC 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김 사장은 당분간 주요 벤처캐피털 회사들 사이에서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는 움직임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 같은 시장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더 멀리 내다봤을 때에는 벤처투자, 사모펀드, 투자은행의 장벽이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이 그렇습니다. 각각의 능력과 규모에 차이는 있지만 한국처럼 법으로 투자 대상이 제한돼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에도 언젠가 이런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시장에서 다 만날 것입니다. 누가 투자 시장의 진정한 승자가 될지는 그때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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