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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terview] “메디컬 스쿨 유치 꿈 이루겠다”

[人terview] “메디컬 스쿨 유치 꿈 이루겠다”

▶1952년생. 7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7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 졸업, 85년 미 컬럼비아대학 경영학 박사, 85~86년 미 뉴욕시립대 경영대학원 조교수, 86년 서울시립대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2001~2002년 서울시립대 교수협의회 회장, 2003~2007년 서울시립대 5대 총장, 2007년 5월~현재 서울시립대 6대 총장

‘임중도원(任重道遠)’. 갈 길은 멀고 책임은 무겁다는 뜻이다. 이상범 서울시립대 총장 방에 걸려 있는 글귀로 지난해 재선임된 이 총장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오는 5월 1일 개교 90주년을 맞는 서울시립대는 2018년이면 100년 대학이 된다. 그는 학교 발전을 위해 5년째 뛰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시립대에서 이 총장을 만났다.
“로스쿨 정원이 70~80명만 됐어도 학교 식당에서 교수와 학생들을 모아 놓고 떡 잔치를 하려고 했습니다. 아직도 못내 아쉽고 서운합니다.” 이상범(56) 총장은 서울시립대의 경쟁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로스쿨 얘기부터 꺼냈다.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로스쿨 인가 25개 대학 명단에서 서울시립대는 정원 50명으로 8위를 기록했다. 인가 대학 명단에 뽑힌 것만으로도 기뻐할 법한데 그는 정원 50명이란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서울시립대의 경쟁력이 낮게 평가 받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로스쿨 유치를 위해 2004년부터 준비해 왔다. 이 때문에 서운함은 더 컸을 것이다. “서울시립대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대학입니다. 사법시험 합격률이 전국 7~8위권이에요. 서울시의 사무관 이상 공무원 출신학교 1위가 우리 학교죠. 학생 수 대비 공인회계사 합격률도 전국 5위고요. 세무사 합격률은 부동의 1위로 말할 것도 없죠. 서울에서 유일한 4년제 공립대학이고 도시 관련 전공이 강점인 만큼 로스쿨 유치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학교인데…. 학교 규모 때문에 8위에 그쳤다는 게 참 아쉬워요.” 서울시립대는 1918년 5월 1일 ‘경성공립농업학교’를 모태로 출발했다. 지금의 ‘서울시립대학교’란 이름은 81년 ‘서울시립대학’을 거친 후 87년 종합대학으로 개편하면서 바뀌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공립대학으로 등록금이 쌀 뿐 아니라 전체 학생의 절반 정도가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75년부터 서울시 지원을 받으면서 도시 관련 학과가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죠. 교통·환경·조경·토목·공간정보 등 도시 관련 학과 경쟁력은 우리 대학을 따라오기 힘듭니다. 96년 도시 관련 학과만 모아 도시과학 단과대를 만들면서 서울시의 싱크탱크 역할도 도맡아 했죠. 지방의 많은 대학이 우리를 벤치마킹해 지역학 연구소를 만들었어요.” 서울시립대에는 단과대인 도시과학대 외에 도시과학연구원, 도시과학대학원 등 학부와 연구소, 대학원에 이르는 전 과정이 설치돼 있다. 2007년엔 국내 최초로 국제건축학 교육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는 취임 후 아시아 유명 대학 건축 도시 연합체를 만들어 학생들의 공동 작품을 출품하고, 교수를 교환하는 제도인 아카우(ACAU·Asian Coalition for Ar- chitecture and Urbanism)를 만드는 등 특성화 부활에 힘을 쏟았다. 이 결과 서울시립대는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선정돼 올해까지 4년간 지원을 받게 됐다. 학교는 오는 5월 1일 개교 90주년을 맞는다. 그는 2018년이면 100년 대학이 되는 학교 위상에 걸맞게 ‘학교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위한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해 있다. “도시 관련 분야는 국내 톱이지만 이것 만 가지고는 좋은 대학이 될 수 없습니다. 2018년까지 국내 톱5 안에 드는 것이 목표죠. 로스쿨 유치는 확정해 놓았으니 다음 단계는 의학전문대학인 메디컬 스쿨 유치입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병원을 부속병원으로 활용하면 공공의료 서비스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고 학교 발전에도 힘이 될 게 틀림없어요.” 서울시립대는 90년대 중반 의과대학 유치를 추진하다 실패한 전력이 있다. 학교의 오랜 숙원을 이 총장이 다시 이뤄보겠다는 의지다. 그는 2003년 총장에 선임된 이후 지난해 재임에 성공했다. 그의 총장 취임 이후 학교는 놀랄 만한 발전을 이뤄왔다. 학교 예산은 취임 전에 비해 2배가량 늘고 시설은 1.7배 이상 늘어난 것.
“직급 정년제로 교수 질 높일 것”
7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85년 미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CEO형 총장’으로 불린다. 경영학도답게 학교가 발전하려면 재정이 탄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가 기업과 동문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학교 발전기금을 모으는 일에 앞장섰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우리은행에서 발전기금으로 100억원을 받아 왔을 때 너무 기뻐 전 교수들에게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총장의 국제화 노력 덕분에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해마다 200여 명씩 해외로 글로벌 연수를 떠나고 있다. 10여 개 학교에 불과했던 해외 교류 학교는 그의 취임 이후 23개국 70여 개 대학으로 늘었다. 서울의 인재에서 세계의 인재로 키우겠다는 그의 야심이 학교의 글로벌 인재 양성에 불을 지핀 결과다.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이 다양한 테마를 통해 해외에 다녀오는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도 글로벌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현대차가 유럽에 진출해 어떤 식으로 마케팅해 성공했나’ 같은 내용의 테마를 정해 해외 현장에 나가 배울 기회를 갖는다. 서울시 지원을 받는 학교인 만큼 서울시에 바라는 점도 있을 법했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지금처럼만 해 주면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제가 취임하면서 당시 이명박 시장이 서울시립대의 발전에 전폭적인 이해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지금 오세훈 시장도 마찬가지고요. 서울시가 학교 운영비의 64%를 지원하고 있으니 싼 등록금에도 학교가 좋은 기획을 마음껏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5년째 대학 총장으로 살면서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이 있단다. “훌륭한 총장이 되는 게 꿈입니다. 가장 평범하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죠. 경영자적 마인드를 가진 CEO형 총장은 1차적인 것입니다. 대학 총장은 돈을 잘 벌어오는 것뿐 아니라 학자와 교육자 마인드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해요. 저도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요.” 남은 임기 3년. 그는 교수와 학생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매진할 계획이다. 직급 정년제, 연구 마일리지 시스템을 통해 교수의 인사정책을 강화하고 학생들에게도 졸업인증제도를 부활해 질적 향상을 꾀하겠다는 것. “처음 취임해 일했던 4년은 하드웨어 기반을 마련하는 데 골몰했다면 남은 3년은 소프트웨어 강화 쪽에 좀 더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학교에 학생 라운지가 생기고 양식당이 들어섰다고 할 일이 끝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인적 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해 애쓰는 것도 총장의 몫이죠.” 이 총장은 지난해 ‘재임’이란 선택을 눈앞에 두고 심각한 고민을 했었다. “누가 나더러 더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자신이 없었어요. 지난 4년간 더 보여줄 게 없을 정도로 전력질주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결국 다시 총장직을 수락했지만 지금은 처음보다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그는 100년 대학을 10년 앞둔 대학의 총장이다. 그의 방에 걸려 있는 ‘임중도원’이 절실하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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