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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점과 맛 똑같아야 ‘와글와글’

본점과 맛 똑같아야 ‘와글와글’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와 제휴해 사업에 성공한 ‘전계능의 콩나물국밥.’

지역마다 메뉴는 달라도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유명 맛집이 하나씩 있게 마련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맛집을 찾는 사람들은 지역 주민에 국한되지 않는다. 먼 곳에 있는 소비자까지 찾아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맛집을 찾는 사람의 수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 맛집이라 해도, 치열한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기술을 가진 창업자가 사라질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2세 혹은 3세가 기술을 물려받았다 해도 똑같은 맛이 이어지지 못하면 소비자의 발걸음이 끊길 가능성이 크다. 대박이 한순간에 쪽박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맛집이 증가하고 있다. 각 대학의 외식 경영자 과정은 ‘나홀로 점포’에서 탈피해 외식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맛집 경영자들로 북적댄다.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맛집으로는 ‘공화춘’ ‘하누소’ ‘송추가마골’ ‘도봉산갈비’를 들 수 있다. 인천시 중구 북성동에 있는 공화춘 본점은 식사 시간이 되면, 100년이 넘은 원조 자장면을 맛보기 위한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자장면 한 그릇 먹자고 인천까지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본점에서는 지역에서도 ‘공화춘 자장면’을 맛볼 수 있도록 2006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경기도 수원과 이천에 2개의 분점이 있다. 지역주민들은 인천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그 맛을 가까운 곳에서 맛볼 수 있게 되어 좋다는 반응이다.
창동서 시작해 일본까지 진출
서울시 강북구 창동에서 갈비탕 일인자로 손꼽히는 ‘하누소’ 역시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 대표 메뉴인 왕 갈비탕은 본점에서 하루 판매량이 최소 1000그릇이 넘을 정도라고 한다. 오랜 기간 본점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산공장을 설립해 육수와 건더기를 1인분씩 완제품 형태로 포장,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서울 목동과 의정부, 춘천에 가맹점을 개설했고 일본에도 진출했다. 20년 전 인천 소래포구 입구에서 문을 연 왕대감왕갈비 본점은 평균 매출이 평일 380만~430만원, 주말 700만~800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지역주민이 많이 찾는다. 김순동 왕대감왕갈비 대표는 프랜차이즈 확장은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자신은 사업의 큰 틀만 관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송추계곡 대로변에 있는 ‘송추가마골’도 마찬가지다. 이곳 역시 지역에서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유명한 음식점. 현재 의정부와 남양주에 매장을 개설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유명한 맛집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알고 보면 작은 맛집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설렁탕으로 유명한 ‘신선설농탕’은 1981년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서 ‘대림장’이라는 음식점으로 시작해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직영점 체제를 유지하다가 2004년 (주)쿠드(KOOD)를 설립해 가맹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앙공급식 주방 공장을 통해 음식재료를 본사에서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모든 점포가 동일한 맛을 내도록 하고 있다. 전국에 5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인 ‘신촌설렁탕’도 1960년 신촌역 부근 5평짜리 식당이 모태다. 유명 인사들이 단골로 찾으면서 번창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이어졌다. ‘원할머니보쌈’ 역시 1984년에 시작한 청계천 보쌈집이 모점포다.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할머니의 고집스러운 맛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았고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이 분점을 내고 싶어 하면서 1991년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모든 성공 사례가 나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했다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수십 년 동안 진행해 온 김유성씨는 “무엇보다 체계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가맹점이 100개라도 적자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맹점을 500개 이상 개설한 본사도 물류 부문에서 적자를 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물류와 관련된 인원, 창고, 차량 관리비는 끊임없이 소비되므로 우선적으로 물류시스템을 해결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맹점주를 선정하는 노하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점포 입지가 좋다고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내주다 보면 본사와 가맹점주 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점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노하우를 다른 점포로 고스란히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본사와 가맹점주가 계약조건을 충분히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와 손잡고 브랜드를 시작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일산 지역에서 12년째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계능(56)씨는 지역에서 ‘콩나물국밥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대박집의 프랜차이즈 성공 비법

□하누소, 신선설농탕 중앙공급식으로 맛 노하우 그대로 전수

□왕대감왕갈비, 송추가마골 프랜차이즈 확장은 전문가에게
□신촌설렁탕, 원할머니보쌈 특유의 분위기로 프랜차이즈점 손님까지 미리 확보

□전계능의 콩나물국밥 프랜차이즈 업체와 제휴해 완벽한 시스템 관리
전씨는 불닭으로 유명한 (주)홍초원과의 제휴를 통해 지난해 ‘전계능의 콩나물국밥’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맛의 핵심인 육수와 소스 생산은 기술을 보유한 전씨가, 점포개발·수퍼바이징(지원)·물류망 확보·홍보 및 마케팅·가맹점주 교육 및 품질관리 같은 프랜차이즈 시스템 관리는 (주)홍초원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전계능의 콩나물국밥은 모든 가맹점이 똑같은 뚝배기를 쓴다. LPG·LNG 같은 조리기구의 화력에 따라 세세하게 조리시간까지 관리하는 매뉴얼도 갖추었다. 말하자면 새로운 형태의 프랜차이즈 맛집인 셈이다. 경기도 고양시 웨스턴돔에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성유석(54)씨는 “프랜차이즈점인 것을 알고 찾는 손님이 절반 정도인데 처음에는 흉내만 내지 않을까 미심쩍어 하다가 맛을 보고 본점과 다르지 않다는 좋은 평가를 내린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순일 (주)홍초원 실장은 “맛집과 프랜차이즈가 제휴하면 전문적인 맛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프랜차이즈의 까다로운 물류 관리를 통해 표준화된 맛과 일치된 가맹점 환경도 만들어 낼 수 있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맛집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점만 맛집이고 그 외 점포는 맛집이 아닌 경우도 많다”며 “맛집이 프랜차이즈에 성공하려면 가맹점에서 맛의 노하우를 99% 전수받아 본점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비 창업자들은 맛집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라고 무턱대고 가맹계약을 맺을 게 아니다”며 “맛 이외의 요소 즉, 서비스 경쟁력, 효과적인 원가절감 방법, 체계적인 운영 매뉴얼이 갖추어져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후 창업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장세은 하누소 사장


“왕갈비탕 하루 1000그릇 팔아”
“갈비탕 성공 노하우를 고깃집 프랜차이즈에 접목시켜 안정적 수익이 나는 가맹점포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하누소 본점에서는 ‘단품’ 메뉴인 왕갈비탕만 하루에 최소 1000그릇이 팔려나간다. 한 그릇 가격이 7000원이니 왕갈비탕 매출만 최소 하루 700만원인 셈이다. 장세은(57) 사장이 갈비탕에 눈을 뜬 것은 냉면전문점 ‘함경면옥’을 운영하면서부터. 1992년 냉면전문점을 운영하면서 계절적 비수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갈비탕을 들여놨는데 뜨거운 반응에 깜짝 놀라 아예 갈비탕 특화에 나섰다고 한다. 매생이, 전복 등 재료를 다양화하고 질을 높이면서 냉면전문점은 고품격 갈비탕 전문점으로 바뀌었다. 장 사장은 “매출보다도 예식장에서 한 번씩 먹는 그저 그런 음식이라는 인식의 갈비탕을 고급 음식으로 바꿔놨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갈비탕과 떨어질 수 없는 메뉴가 바로 ‘고기’다. 장 사장은 품질 좋은 한우를 들여와 1998년부터 갈비탕에 특화된 한우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직영점을, 서울시 양천구 목동과 경기도 의정부, 강원도 춘천에 가맹점을 개설했다. 그는 “현재 저가 한우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가격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질 좋은 고기를 제값 받고 판매하는 것이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또 “음식점도 지속적인 재투자가 필요하며 인테리어와 메뉴 등 여러 방면에서 변화를 추구해야만 소비자에게 외면당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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