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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O 등에 올라탄 사르코지

NATO 등에 올라탄 사르코지

올해 4월 초 소말리아 해적들이 프랑스 선박 한 척을 납치했다. 선박엔 선원 30명이 타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반격 작전에 착수하는 데는 1시간 남짓 걸렸을 뿐이다. 프랑스 측 대표단이 해적들과 인질 몸값을 협상하는 동안, 프랑스군 특공대가 낙하산을 이용해 인도양으로 투입됐다. 그곳에서 특공대는 프랑스·미국·영국·캐나다·독일·파키스탄 군함들과 합동작전을 펼쳤다. 2002년부터 이 해역에서 활동한 각국 해군 기동부대 소속 함정들이었다. 1주일 뒤 몸값이 지불되고, 인질들은 무사히 풀려났다. 프랑스군 특공대가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번 인질극에 가담한 해적 6명이 소말리아에서 다목적스포츠차량(SUV)을 타고 이동 중이란 첩보가 입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프랑스군 헬리콥터에서 저격병이 그 SUV의 엔진을 겨냥해 총을 쐈다. 차는 멈춰 섰고 해적들은 생포됐다. 이들은 현재 프랑스 감옥에 수감 중이다. 이번 작전을 전투라고 부르긴 어렵다. 전쟁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방진영 군대에는 이런 종류의 싸움이 더 많이 요구되고 있다. 고도로 전문화된 소규모 특수부대가 먼 지역으로 파견돼 여러 나라 군대와 다양한 합동작전을 벌이면서 현지의 혼란을 수습하려 노력하는 방식이다. 프랑스군은 이런 유형의 작전에 능하다. 덕분에 냉전 종식 이후 극적으로 변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역할에서 프랑스군의 위상은 점차 커졌고, 어쩌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집권 1년째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발칸반도에서 축적된 자국 군의 탁월한 작전 능력을 최대한 이용한다. 그는 프랑스군의 위상을 NATO군의 주역으로 다시 격상시키려고 공개적·공식적으로 노력한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설치된 서방 연합군 통합사령부에서 탈퇴한 지 40여 년 만에 보이는 현상이다. 당시 드골은 수도 파리에서 통합사령부 사무실들을 폐쇄하기까지 했다. 사르코지는 또 NATO군과는 별개인 유럽연합(EU) 산하 군대에서도 프랑스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남아시아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만약 프랑스가 정말로 이런 방식으로 세계 무대에서 자국의 위상을 드높이길 원한다면, 시기적으로도 요즘처럼 좋은 기회가 없을 듯하다. 우선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적으로 분산돼 있다. 그리고 국제 분쟁에 대처할 만한 방대한 군사 조직과 훈련체계, 그리고 정치적 의지를 갖춘 나라는 극소수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치적 의지다. 지구의 변방에서 발생한 국지전이 세계적 위협으로 확대되기 전에 자국 군을 파견하고, 그곳에서 싸움을 기꺼이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런 극소수 나라에 포함되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뿐이다. 순전히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프랑스군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다국적 군사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프랑스 정계에선 NATO의 의사결정 체계로부터 ‘독립’하는 일이 거의 신성불가침의 의제였다. 그렇다 보니 프랑스군의 역할은 국내에서 그리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사르코지는 NATO와의 협력과 EU 소속군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대외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그는 NATO의 결정을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길 원한다. “그 결과 프랑스와 NATO·미국과의 관계에서 일종의 혁명이 있어났다”고 프랑스의 피에르 렐루슈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의원은 말했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의 국방·외교정책 분야 공약을 입안했다. 1966년 서방 연합군은 유럽 전선에서 소련의 침공에 대비하는 대규모 상비군 체제로 운영됐다. 당시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미군 주도의 그런 체제에선 자국 군의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미군의 보호에 의존할 경우 수모를 겪거나 심지어 배신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드골이 NATO에서 탈퇴하면서 프랑스군은 NATO 군사작전에서 발언권을 잃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하자 NATO의 존립 목적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론상의 대규모 전쟁은 사라지고, 대신 실제로 총탄이 난무하는 소규모의 열전(熱戰)이 많아졌다. 보스니아와 코소보 같은 지역에선 소규모 군대가 훨씬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그런 분쟁지역에 적극적으로 자국 군을 파견했다. NATO 사령부의 한 고위 미군 장성은 “다국적군을 조직할 때면 프랑스군이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이는 대다수 미국인이 프랑스에 대해 갖는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2003년 시라크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자, 미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을 “비굴한 원숭이들”이라고 욕했다. 그러나 시라크의 반전 입장은 선견지명이었음이 드러났다. 그의 태도는 비겁함이나 무기력이 아니라 자제력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르코지 역시 (친미 노선을 강화하면서도) 이라크에 전투병력을 파병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코소보에 주둔 중이던 1만6000명의 NATO 평화유지군 총사령관은 프랑스군 장성이었다. 또 현재 차드에 주둔 중인 EU 병력의 약 80%는 프랑스군이다. 그리고 지부티의 프랑스군 기지는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북동부 소말리아 일대)과 인근 해상에서 활동 중인 NATO군에는 필수적인 존재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으로, 프랑스는 페르시아만 일대의 군사작전을 용이하게 하려고 아부다비에 전진기지를 건설 중이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이런 야심 찬 계획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 요즘 서방 연합군은 아프간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에티앙 드뒤랑은 “NATO의 미래가 그곳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 만약 그곳에서 서방 연합군이 실패하면 NATO는 냉전 시절의 퇴화한 또 다른 관료기구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그는 경고한다. “결코 죽지는 않지만 사실상 좀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아프간에서 서방 측의 승리는 매우 불확실하다. 탈레반 세력이 부활하면서 사상자도 늘고 있다. 캐나다·영국·네덜란드군과 미군은 아프간 남부와 동부에서 힘겨운 전쟁을 벌인다. 반면 애당초 평화유지와 국가재건 임무로 파견된 독일·이탈리아군 등 여타 나라 병력은 전투에 뛰어들길 꺼린다. 프랑스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브뤼셀(NATO 본부)의 한 고위 관리는 “프랑스인들은 아프간에서 자신들과 싸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한편으론, 만약 사르코지가 아프간에 전투병력을 파견한다면 그는 다른 지역에서 미국의 지지를 얻는 데 유리해진다. 예컨대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서 NATO와 협력해 EU 소속 군대만으로 구성된 방위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사르코지의 계획이다. 과거 미국은 서방 군사 자원을 분산하는 것이라며 이런 계획을 부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각종 국제 분쟁이 늘면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일부 지역(예컨대 아프리카)의 분쟁은 서방 동맹 전체보다는 EU에 더 큰 이해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르코지는 아프간 사태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기도 어렵다. 프랑스 국민과 군부 모두가 아프간 전쟁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위기가 왔다. 캐나다 정부는 여타 NATO 동맹국 군대가 아프간의 ‘최전방’에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하지 않을 경우 자국 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4월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NATO 정상회담에서 사르코지는 아프간 동부 지역에 700명 정도의 대대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약속했다(현재 아프간엔 프랑스군 1500명이 파견돼 있다). 그럼으로써 미군이 전투가 치열한 남부 지역에 군사력을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지난주 사르코지는 TV 인터뷰에서 자신의 추가 파병 결정을 열정적으로 옹호하면서 아프간이 탈레반 수중에 넘어가면 이웃 파키스탄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핵무기 보유국이다. 아프간 정권이 붕괴되면, 파키스탄도 종이카드로 지은 집처럼 무너진다.” 한편 소말리아 해적은 지난주 한 스페인 어선을 납치하고 선원들을 인질로 붙잡았다. 스페인 정부는 지부티의 프랑스군 기지에 정찰기를 급파했다. 거대한 동맹 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사건들은 계속 일어날 듯하다. 그리고 프랑스는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됐다.


With TRACY McNICOLL in Paris and BENJAMIN SUTHERLAND in Treviso,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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