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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유능한 부하를 키워라”

“나보다 유능한 부하를 키워라”



조정남 고문은… 1941년 전북 전주 생 전주고·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66년 유공 입사 74년 화공기술사 78년 유공 기술부장 87년 유공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 92년 유공 기술담당 상무 95년 한국이동통신 서비스생산부문장(전무) 98년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2000~2008년 SK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2001~2008년 한국전파진흥협회 회장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 2004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2007년~ KAIST 이사장  

<상훈> 2001년 정보통신대상(한국통신학회), 동탑산업훈장(CDMA 이동통신 해외진출 유공) 2002년 한국전문경영인상(한국전문경영인학회) 2003년 정보통신 발전 공로훈장(베트남 정부) 2005년 국제경영원(IMI) 경영대상(전국경제인연합회) 2006년 한국의 경영자상(한국능률협회), 올해의 테크노CEO상(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42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그 중 10년은 대표이사다. 말단 사원으로 출발, 굴지 대기업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사오정’, ‘오륙도’를 걱정하는 요즘 직장인들로선 꿈 같은 이야기다. 세계 최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를 지휘한 주인공이기도 한 조정남(67) SK텔레콤 고문을 만나 샐러리맨 성공기를 듣는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의 퇴임식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열렸다. 3월 24일 자신이 일하던 SK텔레콤에서, 이튿날에는 SK그룹 월례 사장단 회의 수펙스(SUPEX·Super Excellent) 추구협의회에서. 그는 퇴임하자마자 서울 을지로2가 SK텔레콤 본사 사옥에 있는 방부터 뺐다. 그리고 서울 서초동 뱅뱅사거리 근처 건물의 작은 방으로 옮겼다. 그는 인터뷰도 한동안 사양했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한 귀퉁이를 거든 셈인데, 마치 자신이 다 한 것처럼 글이 나오는 게 부담스럽다면서. 튀기지 않고 쓰기로 거듭 약속한 뒤 그를 만났다. “이사온 지 2주 됐어. 거기(본사 사옥)는 굉장히 비싼 집이거든. 나도 불편하고. 직원들 출근할 때 비슷하게 출근하고 퇴근할 때 퇴근해야 할 텐데, 그게 무슨 시집살이야. 더구나 지금은 모바일 오피스 시대인데.” 치장이 없는 그의 책상 앞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며 CEO들에게 준 커다란 지구의가 있다. 창가에는 아는 이들이 그의 인생 2막 출범을 축하하며 보낸 화분들이 놓여 있고. “남들은 화려하고 성공적인 직장 생활 42년이라고 하지만 나로선 머슴살이 한 거지. 진짜 실력 없는 게 들통나기 전에 얼른 옷을 벗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라고 말하며 겸손해 한다.  
직급보다 높은 일 해야 성공
조 고문을 만나자마자 42년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비결이 궁금했다. 요즘은 한 직장에서 20~30년 근무를 자랑할 게 못 되는 것 같다고 다소 도발적으로 물었다. 조 고문은 여유가 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고 위트가 넘친다. 자주 크게 웃는다. 그리고 말에 거침이 없다. “두 가지 형태가 있겠지. 하나는 재주가 없어 계속 붙어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대로 회사에서 아직 약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일 테고. 이들이 살아가는 방법도 두 가지야. 미운 짓 않고 시키는 건 하자 없이 하거나, 회사에게 돈 잘 벌어준다고 느끼게끔 잘 하거나. 당연히 후자가 승진을 잘 하겠지. 전자도 퇴직시키는 데 보름 정도 시간은 줄 거야.” 여기서 조 고문은 회사 설립과 존재의 이유를 설파한다. “회사를 왜 만들겠어. 당연히 돈 벌려고 만들지. 조직원은 어느 자리에 있든 회사가 돈을 벌게 해줘야 돼. 임원부터 정문 경비까지 다 마찬가지야. 그리고 자기 직급보다 조금 높은 일을 해야지. 부장이 부장 할 일만 하면 누가 상무를 시켜주겠어?” 그는 차장·부장 시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는 심드렁했다. 출근하면 ‘뭐 재미 있는 일 없나’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드디어 내가 할 일을 찾았다’며 떠맡아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 다니며 해결해냈다. ‘남이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왜 하나’라고 생각하며 생활하니 스스로 게으름에 빠지지 않는 성취 동기를 줬다.

▶전주북중 2학년 때.

회사 임원이 되면 할 일이 따로 있다. 일상적인 일은 밑에 맡기고, 올해 꼭 해야 할 업무 등 크고 중요한 것을 챙겨야 한다. 또 CEO가 결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똑똑한 임원은 CEO의 고민을 안다. 고객의 숨은 수요를 찾아 신규 사업으로 연결하면 금상첨화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비즈니스 오퍼레이션은 밑에 있는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하는 거야. 임원은 그 다음 일을 해야지. 임원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을 자꾸 챙기면 아래 직원들이 게을러져.” CEO는 적어도 5년 후 회사 모습을 머릿속에 넣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 환경이 어찌 변할지 아는 게 필수다. 본인의 미래예측 능력이 약하면 뛰어난 사람에게 들어서라도. “5년 뒤에 할 일, 이것도 결국 돈과 사람 문제로 직결돼. 그때 그 돈을 마련할 수 있느냐,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지.” 조 고문은 회사의 지속적 성장론을 강조한다. 회사가 성장을 멈추면 인사가 정체되고, 주가도 하락하고, 직원 사기도 떨어져 결국 망가지고 만다. 어떤 기업에선 나이 든 사람들이 죽 앉아 있는데, 이 경우 성장이 정체되면 위에서 한 껍질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조직원들이 머리를 쓰고 회사가 활기를 띤다. “나이 든 사람 중에도 기업가 정신이 있는 분은 판을 크게 봐. 사실 신규 사업에 진출해 성공할 확률은 20% 미만이거든. 5개 시작해서 하나만 성공하면 돼. 첫 번째 사업이 보기 좋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4개가 실패한 뒤 겨우 하나 성공하기도 하지. 이 경우 넷이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참고 지원해야 하는데, 노인이 되면 참기 어렵거든.”  
산업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법
조 고문은 사업에 사양·유망 산업이 따로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지 산업 그 자체로 판단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산업에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봐. 커피 장사가 얼마나 오래 됐고, 또 하는 기업도 얼마나 많아. 그런데 그 커피 장사로 세계적 기업이 된 곳(스타벅스)이 있거든. 중요한 것은 뭐가 됐든 꾸준히 산업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지.”

▶육군 일등병 복무 시절.

그는 우리나라 산업 중 뒤떨어진 분야가 서비스업, 특히 금융서비스업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IMF 체제를 겪으며 외국 금융회사한테 당했잖아. 열심히 만들어 번 것을 다 털어 먹은 셈이지. 외국 가서 배워 오든, 여기서 공부하든 이제 금융서비스업을 제대로 해 내야지.” 조 고문은 전환기마다 정유, 석유화학, 정보통신으로 옮겨가며 국가 기간산업을 일구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것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이게 전부 연구겙낱?R&D)과 직결돼. 내가 만들어 팔아야지 남의 것 갖다 팔면 뭐하냐고. 휴대전화가 대단한 효자지만 국산화율이 60%도 안돼. 우리가 개발한 제품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지. 많이 팔아먹는 곳이 싸게 만들게 돼 있어. 그러니 전부 대형화로 가는 게지. 그 반열에 못 끼면 하청업자가 되고 마는 거야.” 이런 측면에서 그가 몸 담아온 SK텔레콤도 고민이 많다. 2000년 이후 뚜렷한 차세대 성장전략이 보이지 않아 기업 인수·합병(M&A; 신세기통신·하나로텔레콤 인수)과 해외 진출(몽골, 베트남, 중국, 미국) 등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한국에서 연 5000억원 매출 비즈니스를 만들기가 어려워. 그래서 기업들이 M&A를 하거나 해외로 나가는 거지. SK텔레콤으로선 지금 하는 서비스를 좀 더 업그레이드하거나 주변을 개발해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무선 인터넷이나 콘텐트, 모바일 오피스 등을 힘들게 개발해도 추가 매출이 500억원 내지 2000억원 정도야. 어디 남의 돈 먹기가 쉽나? 큰 기업들이 전부 고민하고 있어. 관건은 R&D와 리소스, 즉 돈과 사람이야. 물론 기업의 핵심역량에 따라 승패율 차이야 있지만. 가장 큰 걱정거리가 성장 문제야. 지금 상황에선 본전만 돼도 성장이거든.”

▶1983년 유공 근무 시절 야유회 때 발야구를 하면서.

그에게도 역경은 있었다. 1980년 SK(당시 선경)가 유공을 인수했다. 95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으로 옮길 때까지 어려운 시기였다. 물론 이 기간에도 미국 아코케미컬과 제휴해 우레탄 제조 공장을 세우는 등 큰 일을 해냈다. “건방진 소리를 자주 해 경계 대상으로 찍혔는지, 일을 잘못해서 그랬는지 점령군 동기와 후배들은승진하는데 나는 8년 동안이나 부장으로 두더라고. 물론 그 기간에도 일은 많이 했어. 하지만 자존심을 지키느라고 그랬지, 사장이나 회사를 위해서 일한 것 같진 않아. 나를 알아주지 않으니까. ‘일과 싸워 이겨야 한다’, ‘그래야 남에게 무시 안 당한다’고 생각했지.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애사심이 약한 인물로 분류돼 있더라고. 솔직히 그때 그만두려고도 생각했는데 밖에서 나를 알아주는 데가 없더라고.” 그는 윗사람이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비결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돈을 벌게 해주는 직원은 쫓아내지 않아. 내가 화공 기술자로 물건을 사서 공장 짓고 하는 그런 일은 잘 했거든. 비록 고집이 세고 충성심은 약했는지 모르지만.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고 하니까 일을 맡긴 거지.”
후배 똑똑하게 키워야 내가 편해
마음 고생을 하던 그는 조정남의 숨겨진 남다른 능력을 인정하는 상사를 만난다. 바로 동갑내기 손길승 전 회장이다. 그런데 생전 들어보지도 않은 통신회사로 옮기라니 답답했다. 화공쟁이에게 왠 통신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손 회장이 말했다. “누가 기술을 공부하라고 하느냐. 기술자나 잘 관리하라”고. “당시 그룹에 통신을 아는 간부가 없었어. 내 밑에 네 명의 기술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열심히 해줬지. 그래서 CDMA 상용화에 성공한 거야.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는데 염치가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아니라 기술자들이 잘 한 것이라고 했지. 그러자 사람들이 그래. 그 네 사람이 워낙 개성이 강해 협력이 안 되는데 빈틈없이 협력해 일하도록 만든 것은 당신이 콤비네이션을 잘 한 덕분이라고.” 유공에서 주어진 일만 해오던 그는 SK텔레콤에서 믿고 다 맡기니 부하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아래 사람을 부리는 데 큰 원칙을 갖고 있다. “일이 생기면 똑똑하고 일 잘 하는 친구들을 달라고 했어. 그게 안 되면 빨리 훈련시키거나 회사 돈으로 교육시키는 거야.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많이 만들어 놓아야 내가 편해. 밑이 허(虛)하면 내가 할 일이 많아지거든. 운 좋게도 나는 아랫사람들을 잘 만났어.” 그는 차장 시절까진 밤 10~11시까지 일했다. 기대 만큼 아래 직원들이 못해오자 ‘조직의 얼굴은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며 야근을 했다. 그러나 부장이 된 뒤로는 일 하느라 저녁 6시를 넘어 본 적이 없다고. 그가 직장 생활 42년, 그것도 10년 넘게 대표이사를 맡은 데는 남다른 능력이 있어서 일 게다. “내가 일을 판단해 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있다고 봐. 직급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일이 생기는 법인데, 그 일을 내게 맡기면 수월하게 한다는 거야. 누가 분석하기를 내가 모든 일을 심플리파이(simplify)하는 능력이 있다는 거야. 정곡을 찌르거나 핵심을 파고 들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해결되잖아. 지금 생각하면 위에서 내게 기대한 것보다 조금씩 높은 퍼포먼스를 낸 것 같아. ‘야! 이것 어떻게 생각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았어. 운도 절반은 작용했고.”
열심히 원해야 이뤄진다
내친 김에 성공적인 봉급쟁이 생활의 비결에 대해 들어보자. 월급쟁이가 들어오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자기 능력 이상의 과제가 주어지기도 한다. 이때 머리를 잘 써야 한다. 기도하는 자세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꿈을 가꿔야 해. 원하지도 않는데 이뤄지는 게 없고, 또 있다고 해도 그건 값어치가 없어. 내가 처한 상황에서 참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돼. 그래야 접근이 가능하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없어. 회사에서 임원 되는 것, 돈 1억원 모으는 게 다 그래.”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꿈을 갖고 신천지를 개척하라고 주문한다. 풍족하게 자란 요즘 젊은이들이 패기가 약하다면서. “어릴 때 어느 재벌 회장이 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세상에서 제일 못난 놈이 월급쟁이 한다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보면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직함으로써 부자가 될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지. 자기 사업을 한다면 잘 할 젊은 친구들이 많아.” 그러는 조 고문에게 왜 직접 자기 사업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답이 조금 엉뚱하다. 게으르기 때문이란다. 무슨 일을 하려면 돈과 사람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사고방식이나 성격이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었다고. “자기 사업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더라고. 창업하려면 먼저 그것을 스스로 물어봐야 돼.”
SK 식구들이 닮고 싶은 모델
조 고문이 42년 월급쟁이 생활하며 가장 신이 났던 시기는 2002년 월드컵 때다. 경쟁사 KTF가 공식 후원업체라서 SK텔레콤으로선 ‘월’자도 꺼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규정을 꼼꼼히 들여다본 마케팅 기획팀이 아이디어를 냈다. 응원은 가능하다고.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로 상징되는 붉은악마 응원 아이디어는 이렇게 나왔다. “직원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그렇게 크게 성공할 줄은 몰랐어. 월드컵 내내 전국을 돌았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니 솔직히 무섭더라고. 붉은 티셔츠를 30만 장 보급했어. 실제 사용된 것은 2000만 장이 넘었다고 그래.” 조 고문은 대주주나 회사 눈치 보지 않고 회사 규정을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생활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전무 시절부터 해외 출장을 부인과 함께 갔다. “나 퇴근해도 돼”라고 밑에 물어보긴 했어도 윗사람에겐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한 번은 손길승 전 회장이 “왜 능력 중 70%만 쓰느냐”고 하길래 “일을 갖고 이야기하자. 퇴근 시간이 중요하냐”고 대답했다. “퇴근할 때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어. ‘나 퇴근하는데 출근하나’ ‘아직도 유능해지질 못 했어’라고 말을 건네면 아이들이 우스워 죽겠다고 그러지.” 그는 평소 신뢰를 제1의 덕목으로 강조한다. “업자와 관계도 그래. 업자가 우리 직원보다 더 나빠. 업자가 유혹해 함정에 빠뜨린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직원이 먼저 오퍼해 돈 받아 먹은 경우는 거의 없더라고. 그래서 직원을 편 들었어. 자식처럼 생각한 거지. 그렇게 믿어주면 아이들이 그런 일을 안 해. 모든 일엔 믿음이 중요하거든.” 조 고문은 오늘도 변함없이 15년 된 정든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손때가 묻은 이 가방에는 친구가 선물한 행운의 네잎클로버가 새겨진 이름표가 달려 있다. 그는 은퇴 이후 삶에 대해 “남을 가르칠 게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해마다 5월이면 피천득 선생의 수필 <오월> 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린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은퇴한 뒤 처음 맞는 올 5월은 이 말이 더욱 가슴으로 다가온다.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왜 좀 더 가깝게 다가가 내 뜻을 전하지 못했나? 왜 좀 더 베풀지 못했나? 그리고 지금의 나는 과연 좋은 이웃인가? 그런 생각을 자주 해.”


후배에게 전하는 ‘샐러리맨 15계명’
조정남 고문은 후배 샐러리맨들에게 삶의 15계명을 당부한다. 그 자신 지키려고 노력한 것들로 직장 생활의 지혜일 뿐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원칙이기도 하다. ①중용 : 매사에 극단으로 흐르지 말라. ②대담 : 작은 일에 놀라지 말라. 피할 수 없는 재난을 당했을 때는 태연히 대처하라. ③결단 : 매사에 서두르지 말며, 자기가 할 일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주저하지 말라. 한번 결심한 일은 지체 없이 해치워라. ④자립 : 남에게 빚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외상이라면 어떤 형식의 것이라도 신중히 생각하라. ⑤절식 : 필요 이상 먹거나 마시지 말라. ⑥휴식 :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알맞은 휴식을 잊지 말라. ⑦시간 :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유용한 일에만 써야 한다. 쓸 데 없는 행동은 일체 삼가라. ⑧절제 : 나나 남에게 이롭지 않은 일에 금전을 쓰지 말라. 단 한 푼이라도 낭비해서는 안 된다. ⑨과묵 : 말을 삼가라. 필요 이상 많은 말은 스스로를 들뜨게 하고 본분을 잊게 하기 쉽다. ⑩정직 : 남을 속이지 말라. 항상 올바르게 생각하고 진실을 말하라. ⑪고매 : 사념(邪念)을 멀리 하라. 고상한 사상이 항상 나를 이끌도록 하라. ⑫성실 : 옳지 않은 일을 하거나 직분을 게을리해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말라. ⑬건강 : 자신의 건강미를 완성하고 이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말라. ⑭평화 : 스스로의 평화를 완성하고 남의 평화를 어지럽히지 말라. ⑮신념 : 항상 행운을 믿으라. 믿음이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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