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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사람의 본성 잘 알아야

리더는 사람의 본성 잘 알아야

소설가 이문열씨와 중국의 유명 역사저술가 이중톈(易中天)이 만났다. 5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주최 ‘삼국지를 다시 말하다’ 포럼에서다. 두 작가는 삼국지의 현대적 의미와 문학적 가치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CEO에게 귀감이 될 영웅들의 경영 노하우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두 작가의 ‘삼국지 경영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CEO에게 필요한 리더십 부분을 정리했다.
포럼은 최우석 삼성전자 상담역의 사회로 이중톈이 먼저 ‘나는 왜 이 시대에 삼국지를 다시 말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후 이문열씨가 상상력의 원천인 삼국지연의의 문학적 가치에 대해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두 작가의 발표는 ‘왜 오늘날까지 삼국지가 읽히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이중톈은 “천하대란의 시대가 빚어낸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문열씨는 “삼국지는 어느 한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가지 역사적 경험과 의식이 덧칠해지고 중국 역사를 거치며 여러 시대정신이 투영됐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국지라는 콘텐트에는 역사 속 등장인물과 호흡을 같이했던 역사가, 작가, 독자의 고민이 함께 담겨 있다는 얘기다. 삼국지에서 학생이라면 세상을 보는 안목을, 직장인이라면 처세술을, CEO라면 경영 노하우와 인재 활용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 번의 선택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때에 한 시대를 호령했던 조조, 유비, 손권의 이야기는 오늘날 CEO 모습과 다르지 않다. “백골이 들판에 흩어져 있고, 천리 안에 닭 울음소리가 없다. 백성은 한 사람도 남지 않아 생각할수록 장이 끊어지는구나.” 잘못된 선택을 하면 순식간에 장이 끊어지는 비극과 대면해야 하는 것이 CEO의 현실이다.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하는 바람에 끝을 보고 말았다. 그렇다면 삼국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바람직한 리더의 자질은 무엇인가. 이중톈은 한마디로 “좋은 리더는 사람의 본성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유방은 되고 항우는 안 되느냐”며 모든 면에서 유방보다 월등했지만 용병술이 떨어졌던 항우와 능력은 떨어지지만 사람의 마음을 잘 읽었던 유방을 비교했다.


이문열의 삼국지 이문열이 평역한 『삼국지』는 누적 판매 1700만 부로 한국 출판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이문열 작가 본인이 “삼국지 판매부수가 자신이 저술한 다른 책들의 전체 판매부수보다 많다”고 말할 정도다. “후세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리더형에 맞춰 어떤 사람은 과도하게 치켜세우고 어떤 사람은 깎아내린 경향이 없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나관중의 소설에선 유비의 ‘촉한 정통론’을 강조했지만 그는 ‘삼국지 평역’에서 조조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이중톈의 삼국지 샤먼(厦門)대학 인문학원(人文學院) 교수 이중톈은 2006년 CCTV의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삼국지’를 강의하면서 일약 중국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의 삼국지 강의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그가 역사와 문학 사이를 넘나들며 우리가 몰랐던 삼국지의 진실과 마주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의 책은 “조조는 간적인가 영웅인가?” “유비와 제갈량의 삼고초려는 후대 역사가들이 조작한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그는 “유방은 술을 잘 마셨다. 여자를 잘 다뤘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참모에게 물어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어찌 보면 리더란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조조나 유비, 손권 모두 용병술에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문열씨는 “후세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리더형에 맞춰 어떤 사람은 과도하게 치켜세우고 어떤 사람은 깎아내린 경향이 없지 않다”며 “흔히 유방은 난봉꾼으로 묘사되지만 위기의 순간에 순발력과 임기응변을 할 수 있었던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을 부리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조조는 모든 공은 부하에게 돌렸지만 책임은 자신에게 돌렸다. 상을 내릴 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 크게 내렸으며 벌을 줄 때는 가차없었다. 유비는 부하를 형제로 생각했다. 그러나 부하까지 그를 형제로 생각하게 하지는 않았다. 도원결의의 주인공인 관우와 장비는 군신관계를 지켜 공석에서도 칼을 차고 유비를 호위했다. 처음 만났을 때 유비는 돗자리 장수였고, 관우는 이가촌의 식객이었으며, 장비는 술 팔고 돼지 잡던 개망나니였다. 손권은 젊은 사람을 중용했다. 적벽대전의 사례를 보자.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명실공히 클라이맥스로 오의 주유가 화공책으로 기습해 배를 불태우고 대승리를 거둔 전쟁을 말한다. 조조의 배는 쇠사슬로 묶여 있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바로 그 전투다. 당시 손권의 나이는 27세, 전투사령관 주유도 33세에 불과했다. 조조가 54세, 유비가 48세, 공명은 28세였다. 위나라보다 절반의 인구밖에 갖지 못한 오가 모험을 택하는 전략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젊은 패기 덕이다. 포럼이 끝난 후 이중톈과 청계천을 걸으며 짧은 인터뷰를 했다. 이중톈은 인민복(일명 마오룩)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중국인에 대한 단상(閑話中國人)』 『중국의 남자와 여자(中國的男人和女人)』 『중국도시, 중국사람(讀城記)』의 저자이기도 한 이중톈은 중국에서는 인문사회를 아우르는 르네상스 맨으로 통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조조를 제일 좋아한다고 밝혔다. “솔직하고 개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오늘날 조조와 같은 리더는 어떠할까. 중국에서는 어떤 리더를 필요로 할까. “역사적 조건이 다르다. 현대는 민주사회다. 민의를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집단마다 다를 것이다.” 현대사회 리더의 조건을 물었다. 그는 “과학발전관”이라고 단언했다. “과학이 민주보다 중요하다. 과학이 첫째면 법제는 둘째요, 민주는 셋째다. 다수의 의견이 다 옳은가. 아니다. 법은 과학적이거나 민주적이어야 한다. 과학적이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으면 악법이다.” 인문학자인 그가 과학을 강조하는 데서 현재 중국 리더의 가치관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근 국내 CEO가 인문학 공부에 열심이란 말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오(좋다)”라는 것이다. “작은 사업할 사람이라면 모를까 큰 사업 할 사람은 사람을 알아야 한다. 중국 CEO 사이에도 그와 같은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터뷰 최우석 삼성전자 상담역


조조는 시스템 갖춰 최후 승자 돼
최우석 삼성전자 상담역은 지난해 『삼국지 경영학』을 발간했다. 그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기자와 경제연구소 소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국지 영웅들을 풀어냈다. 그의 책에서 가장 첫째로 다루고 있는 인물은 단연 조조다. “국가 규모 면에서 조조의 위가 월등했고 조조는 시스템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위대한 리더를 논할 때는 우선 기업 규모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사업 규모가 커야 영향력이나 사회공헌도가 커진다. 조조는 둔전제나 병호제를 둬 전쟁에서 패해도 군사를 계속 보충할 수 있도록 했는데, 훗날 이런 시스템이 없었던 촉과 오는 유비와 손권이 자리를 비우자 모두 흔들렸다. 위·촉·오 세 나라 중 끝까지 살아남은 것은 위로 최후의 승자는 조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전쟁이 치열한 순간에도 시스템 정비를 하는 등 당시에 ‘혁신’적인 행동을 조조만 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그릇이 큰 이유도 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LG의 구인회 회장은 6·25전쟁 때 피란지인 부산에서 각각 설탕 공장과 화장품 공장을 만들어 장기적 성공가도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비가 떠난 뒤 촉나라를 보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최 상담역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촉은 유비가 떠난 후 북진을 추진했는가.” 이것은 유비가 아닌 제갈량이 추진한 일이다. 최 상담역은 “국내 긴장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몇몇 경영진에 의존해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기업은 장수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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