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낮춰 기업인 부담 줄여야
세율 낮춰 기업인 부담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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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부친(왼쪽)과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2003년 미국 워싱턴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 개회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자본이득세 도입도 방법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상속세를 개정해야 할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자본이득세(capital gain tax)다. 자본이득세란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양도한다고 가정하고 상속세 대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일부 경우에는 오히려 세 부담이 증가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현행 상속세 과세제도 아래서는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의 경우 대부분 공제혜택을 받게 되지만, 자본이득세가 도입되면 대부분 과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된 국가들의 자본이득세 공제 범위도 상속세 공제 범위보다 훨씬 적다. 상속세는 극히 일부 계층만 해당되지만, 자본이득세가 도입되는 경우에는 전 국민 대다수가 납세의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둘째, 유산취득형 과세를 취득과세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피상속인의 전 재산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있으나, 후자의 경우에는 상속인의 상속분에 대해서만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다. 쉽게 말해 100억원 가진 아버지의 재산을 5형제가 고르게 상속할 경우 현재 제도는 100억원 유산에 대한 세율 50%를 적용해 50억원을 세금으로 내지만 취득과세형으로 전환한 경우 상속인이 각각 20억원씩 상속받기 때문에 각각 40%씩 총 40억원을 내게 된다. 이렇게 하면 적용되는 세율이 저절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사실 상속세를 납부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는 이와 같은 상속세 과세표준 산출방법을 취득과세형으로 전환하면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독일, 프랑스, 일본이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 당국의 징수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셋째, 상속세 세율 적용을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10∼50%로 프랑스(5∼60%), 독일(7∼50%) 등 선진국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대부분의 상속에 해당하는 ‘직계상속’에 대한 세율은 우리가 더 높다. 프랑스, 독일 등은 친족 관계가 가까울수록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과세등급을 5단계로 구분한 후 등급별로 상이한 누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즉, 배우자 상속 및 직계상속 5~40%, 형제자매 상속 35~45%, 4촌 이내 55%, 기타상속 60%로 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에 따라 과세등급을 분류해 친족 관계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완화된 상속세율을 적용함이 바람직하다. 상속세 세수가 미미하고 납세자가 극히 적은 현실을 감안해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세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공평과세의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관계 당국이 예전보다 개인의 재산 정보를 보다 잘 파악하고 있고 상속재산 평가도 현실화되면서 상속세 부담이 클 수는 있다. 그러한 세 부담이 실제로 경제활동에 장애가 된다면 상속 공제 확대, 세율 인하, 과세표준구간 조정 등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세 부담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속세 폐지 주장의 주된 목적은 기업주의 세 부담을 완화시켜 그들로 하여금 ‘경제살리기’의 일꾼이 되도록 하자는 데 있다고 본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업을 살리는 것과 기업주를 살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 더구나 세제 개편이 주로 기업주를 살리는 것에만 이용된다면 이는 헌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조세공평부담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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