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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8인의 해법

글로벌 리더 8인의 해법


농업보조금 폐지 위한 무역협정이 필요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굶주림과 관련된 요인들로 매일 2만5000명이 죽는다. 빈곤 가정의 생활비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을 경우, 식품 값 상승은 기아선상에 놓인 수많은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미 영국은 식품 값 급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들에 3000만 파운드(약 5800만 달러)를 즉각 지원키로 약속했다. 아울러 그들 나라의 소득 증대를 위해서도 추가로 2500만 파운드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계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단합되고 결연한 행동이다. 점차 악화되는 식량 위기에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난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최고 상층부 수준에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발표했다. 세계은행 역시 지원을 다짐했다. 매우 중요한 조치들이다. 나 역시 G8(서방 선진 7개국+러시아) 의장국인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그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등과 협력해 대응 계획 수립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최빈국들의 식량 생산을 늘리려면 농업 혁명이 필요하다. 또한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있고 생산성 높은 농작물에 관한 새로운 연구와 지원이 요구된다. 아울러 바이오연료가 식품 가격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 식량 수입비용 증가로 고통 받는 나라들을 돕기 위한 IMF와 세계은행의 긴급 지원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올 7월로 예정된 G8 회담에서 우리는 빈국들의 식량 생산 증대를 돕기 위해 부국들의 시장을 개방하고 농업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그런 협정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러나 향후 몇 주 사이에 협정 체결을 확실히 마무리하려면 G8, 유엔, 유럽연합(EU), 세계은행, IMF 등의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장 7억5500만 달러 규모 기금 조성에 참여해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그룹(WBG) 총재
오늘날 비싼 식품 값은 20억 명 이상에겐 일상적인 생존 투쟁의 문제가 됐다. 지금의 식량 위기가 계속되면 그들 중 1억 명은 더 심각한 궁핍에 허덕일 것이다. 이는 빈곤 극복을 위한 우리의 세계적인 노력이 7년이나 후퇴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굶어 죽고 미래가 사라질 것이다. 원조국들은 세계식량계획(WFP)의 긴급 지원 요청액(약 7억5500만 달러)을 지금 당장 제공해야 한다. 그 자금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일부 빈국에선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기고, 식량 폭동이 더 많이 발생하며 정치적 불안정도 심화할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과제가 있다. 기아와 영양실조를 극복하는 일이다. 매년 350만 명의 어린이가 근본적으론 이런 요인들 때문에 사망한다. 현재 150여 개국 각료들이 ‘세계 식량정책을 위한 뉴딜(New Deal for Global Food Policy)’에 서명했다. 그러나 서명만으론 부족하며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런 뉴딜 정책에는 단기·중기·장기에 걸친 행동이 필요하다. 학교 급식, 노동 급식, 조건부 현금 지원 프로그램 같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농업 생산량 증대 노력도 필요하다. 바이오연료의 영향에 관한 더 심층적인 이해도 요구된다. 식량 무역 부문에선 사태를 악화시키는 보조금 지급, 사재기, 수출 금지, 무역장벽 등을 줄여야 한다. 우리 세계은행그룹은 올해 아프리카에 대한 농업 대출금을 2배로 늘려 8억 달러로 책정했다. 빈국들과 특히 취약한 나라들을 돕기 위한 긴급 대출 부서도 신설했다. 농민들이 가뭄 같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보험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는 또 파트너들과 협력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녹색 혁명’을 추진 중이다. 그 지역 국가들의 농업 생산성을 증대하고, 소규모 자작농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노력이다. 이 모두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중요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증자들이 지금 당장 7억5500만 달러의 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일이다. 세계는 그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식량은행’‘빈곤·농업기금’ 부자 나라 주도로 창설 필요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총재
모든 조짐으로 볼 때 현재의 식량 위기는 일시적인 게 아니다. 세계적 차원에서 확고한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을 경우 식량 위기는 더 심해지고 다른 분야로까지 번질 것이다. 유례없는 석유가 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홍수·사이클론의 파괴력 증대, 바이오연료의 인기 상승, 전 세계 식량 비축량의 고갈 등 모든 요인이 합세해 지금의 식품 부족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중국·인도·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같은 인구 대국들(세계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에서 빈곤이 줄어들면서 새롭게 부유해진 사람들의 곡물 소비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격도 올라간다. 이런 동향은 빈민층, 특히 빈곤가정의 아동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빈국들에 대한 식량 공급과 자금 원조를 확보하기 위해선 세계적 차원의 긴급 지원 계획이 실행돼야 한다. 일종의 ‘세계식량은행’을 창설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연구해 볼 만하다. 유엔 사무총장은 이런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 WFP,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니세프 같은 유엔 기구들이 긴급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또 다국 간 개발은행, 지역 개발은행, 국제농업연구자문그룹(CGIAR) 같은 연구 단체, 민간 곡물회사 등도 이런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참여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신속하게 움직이려면 공동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농업 부문에서 ‘녹색 혁명’ 수준의 기술적 돌파구 마련을 촉진하려면 더 장기적인 자금 지원과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부국들이 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농업보조금 정책을 종식하는 데 앞장서는 일도 시급하다. 유가 급등은 식품 값 인상의 주된 요인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식량 위기의 해결책은 유가 변수를 감안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석유 구입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런 만큼 식량 수입에 할애할 자금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가 인상이 이번 식량 위기의 큰 원인인 만큼 나는 석유 수출국들이 일종의 ‘빈곤·농업 기금’을 창설할 것을 제안한다. 석유를 수출할 때마다 배럴당 일정 금액(예컨대 10달러)을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유가 인상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에 비하면 매우 적은 부분이다. 이 기금은 창설국이 관리하면서 빈곤 극복에 사용된다. 예컨대 농업 연구 촉진과 사회사업 지원은 물론이고 건강 관리, 고용, 여성 지위 향상, 안전한 식수, 정보기술(IT), 토양 질, 교육 등 여타 분야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도 쓰인다.
생산 멈춘 개도국 농업에 대규모 투자 이뤄져야

자크 디우 유엔 식량농업기구 사무총장
FAO는 이번 식량 위기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로마에서 세계식량회담(6월 3~5일)을 개최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장 취약한 나라들에 종자와 비료를 공급해 올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17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론, 지난 20년간 개발도상국들의 농업 생산 증가를 둔화시킨 잘못된 무역·원조·투자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이 그 적기다. 곡물 값 인상 덕분에 농업 투자가 매력적인 사업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사람들의 생명과 생계가 걸린 위협으로만 보아선 안 된다. 농업 분야에서 새 출발을 하고, 가난한 농민 10억 명의 생활이 적정 수준으로 격상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도상국들의 농업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농업에선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특히 관개시설이 개량돼야 한다. 도로·통신·운송·저장 시설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지 못한다면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혜택을 입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업 연구를 촉진하는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농업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수억 농민의 삶과 장래 계획을 개선할 수 있는, 절대로 놓쳐선 안 될 기회다. 그 기회를 흘려버린다면 잠재적으로 더 위험하고 필연적인 새로운 위기가 수년 안에 닥칠 것이다.
세계적 차원의 곡물 비축 프로그램 도입할 필요있다

조아킴 폰 브라운 미 워싱턴 DC 소재 국제식량정책연구소 사무총장
하루 수입이 5달러인 방글라데시의 극빈층 가정은 대개 식품비로 3달러를 쓴다. 최근의 기초 식품 값 상승(일부 품목은 50% 올랐다) 때문에 그런 가구의 실질 구매력은 1.5달러 정도 감소했다. 그 결과는 영양 실조다. 이번 식량 위기가 발생하기 전엔 세계적으로 8억 명이 ‘식량 적자’ 상태였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그들의 좌절감은 행동으로 표출된다. 30여 개국에서 가두시위가 발생했다. 해결을 위해선 3중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론 개발도상국 정부가 도시와 농촌의 극빈계층에 대한 식량·소득 지원과 유아 영양 개선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없는 나라들은 빈민층에게 일자리를 주는 취업 프로그램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들은 식량 관련 개발 원조를 확대해야 한다. 식량 시장을 진정시키려면 세계적 차원의 곡물 비축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 개발도상국 농민들에게 공정한 경쟁무대를 마련해 주기엔 무역정책의 개선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래도 곡물 수출 금지는 중단해야 한다. 그런 조치는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나라들에 고통을 준다. 곡물을 바이오연료 생산에 쓰는 일은 세계 식량 시장을 왜곡한다. 식량을 축내는 바이오연료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농업 투자가 늘어야 한다. 선진국 정부는 소규모 농가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연구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농촌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농민들이 종자와 비료를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랫동안 농업에 대한 투자가 외면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투자를 늘리려면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세계적 차원의 위기다. 따라서 G8 국가들은 물론 중국·인도·브라질 같은 큰 나라와 유엔 등이 모두 협력해 대처해야 한다.
굶주림과 싸우는 사람 자력갱생 적극 도와야

조셋 시런 유엔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
유가 급등으로 기아와 영양실조가 만연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부룬디,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선 극빈자들이 진흙 과자를 구어 먹고 푸른곰팡이가 핀 밀가루를 먹는다. 때론 여러 날씩 굶기도 한다. 이번 식량 위기 전에도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8억5000만 명이 배고픔과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이젠 그런 고통을 받는 사람이 1억 명이나 늘어났다. WFP는 굶주림과 싸우는 최전선의 유엔 기구다. 연간 9000만 명이 아사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WFP는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기구다. 우리는 기구 운영비를 전체 예산의 7% 이내로 줄여 모범을 보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세계가 WFP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우리의 활동은 난관에 부닥쳤다. 우리가 받은 기부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식량은 10개월 전에 비해 40% 줄었다. 지난 3월 나는 세계적 지도자들에게 긴급 서한을 보내 그런 부족분(금액으로 7억5500만 달러)을 보충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렇게 돼야만 우리가 관리하는 수많은 빈민에 대한 식량 배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현재 35억 달러인 기초 활동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세계는 굶주림의 악순환을 뿌리부터 끊기 위해 빈국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말라위, 세네갈, 가나 등 많은 나라가 기아 및 영양실조와의 싸움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우리는 지금도 계속되는 각국의 관대한 지원 약속에 감사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수많은 가난한 농민을 지원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올해 그들은 예년보다 훨씬 적은 농작물을 심었다. 기록적으로 비싸진 비료 값과 연료 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4년 쓰나미 때문에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 세계는 120억 달러를 긴급 원조했다. 이번 식량 위기는 한계를 모르는 조용한 쓰나미라고 부를 만하다. 남에게 의존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자력갱생하도록 도와야 한다. WFP는 식량 구입량의 80%를 개도국 농민들로부터 사들이는 방식으로 그들의 자생력을 키워 왔다. 식량 원조에선 혁명적인 방식이었다. 최근 미얀마에서 그랬듯이 우리는 이재민들에게 구호품이 전달되도록 도울 수 있다. 우리는 비행기·선박·헬기 등 WFP의 운송망을 활용했다. 필요한 경우엔 당나귀·낙타·코끼리도 동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태를 굶주림이란 재앙을 확실하게 물리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 수요 충당 위한 식량 증산의 길 찾아야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이번 사태 해결의 핵심은 점차 늘어나는 세계적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일이다. 아울러 빈민층과 취약계층이 그 식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이다. 첫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농민들 특히 아프리카 농민들이 비료, 종자, 농업용수를 쉽게 구하도록 돕기 위한 특별기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가난하고 굶주리는 많은 지역에서 향후 두 번의 농번기에 식량 생산을 두세 배 늘릴 수 있다. 모든 ‘녹색 혁명’은 빈농들을 위한 특별 지원과 함께 시작됐다. 1960년대의 인도가 대표적인 예다. 둘째, 미국은 옥수수 생산량을 에탄올 제조로 전용하는 농민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바이오디젤로 사용되는 캐놀라(유채씨) 같은 기름 종자(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 종자의 총칭)를 재배하기 위해 전통 농작물 생산을 줄이는 농민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셋째, 각국 정부는 자국 농민들이 기후 충격에 대한 적응력이 더 강한 작물을 재배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보완적’ 관개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흉년에 대비한 농업보험제도 역시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특히 열대지방과 건조 지역의 식량 증산을 위한 국제적 연구 예산을 늘려야 한다. 가뭄 적응력이 우수한 농작물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에선 큰 진전이 있다. 다섯째, 식량 생산국들은 식량 수출 금지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그런 조치는 식량 수입국들의 위기를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여섯째,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와 세계식량계획이 긴급 식량 지원, 학교 급식, 영양 보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극빈자·난민·노약자의 기초 영양 상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이런 기구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에탄올에 대한 보조금 끊고 농업의 석유 의존도 줄여야

마이클 폴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석좌교수
곡물 가격 급등을 둘러싼 세계적인 위기는 2006년 부시 행정부가 내린 결정의 직접적인 결과다. 그 결정에 따라 엄청난 양의 미국산 옥수수가 에탄올 형태로 미국 자동차들의 연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운명적인 결정은 옥수수 값 급등을 낳았다. 그러자 농민들은 콩과 밀을 적게 심고 옥수수를 더 많이 심었다. 이는 다시 모든 곡물 값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의 다목적스포츠차량(SUV)이 곡물을 놓고 아프리카인들과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어낸 데는 우리들도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경쟁에서 누가 이길지는 명약관화하다. 전 세계 식량 값에 대한 상승 압력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 있다. 미국이 자국산 에탄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브라질산 에탄올의 수입 관세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를 위한 식량을 확보하려면 더 장기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곡물 값 급등의 다른 요인은 유가 급등이다. 공업용 곡물 생산은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한다. 예컨대 비료와 농약을 생산하고, 곡물을 가공·운송하는 데는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오늘날 1칼로리의 식량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는 10칼로리의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우리는 현대 농업의 석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이는 분명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어차피 농업은 근본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다. 친환경적 농민들은 우리의 식량 시스템을 태양 에너지 기반으로 돌려 놓는 방법을 보여줬다. 예컨대 가축을 축사 안에서 곡물 사료로 키우는 대신 방목해 풀을 뜯어 먹게 하는 것이다. 대다수 농민이 그렇게 하면 햄버거가 석유·곡물 가격의 인상에 미치는 압력은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상황은 세계적인 곡물 값 급등의 세 번째(그리고 아마도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귀결된다. 즉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의 육류 소비 증가다. 전 세계 곡물의 대부분은 인간 식량이 아니라 동물 사료로 쓰인다. 게다가 육류 생산에서 곡물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 1파운드(450g)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무려 10파운드의 곡물이 필요하다. 우리가 곡물을 육류 생산에 낭비하지 않고 식량으로 사용한다면 모두에게 충분한 곡물이 나올 것이다. 전 세계 육류 소비를 줄이면, 또는 가축 사료를 곡물 이외의 것으로 대체하면,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곡물을 공급할 수 있다. 전 세계의 농경지는 귀중하면서도 제한된 자원이다. 우리는 그 자원을 자동차나 가축 대신 인간을 위한 식량을 생산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필자는 ‘음식 옹호: 먹는 자의 선언(In Defense of Food: An Eater’s Manifesto)’과 ‘잡식동물의 딜레마’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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