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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이리(Canis lupus) 개체 수가 1만5000만리에 이르자 지난 3월 멸종위기 동물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 후 사냥꾼과 목장주들이 수십 마리를 사살했다. 그들은 얼룩이리들이 가축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주장한다. 보호단체들은 얼룩이리가 보호 대상으로 재지정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반면 주정부와 농장주, 사냥단체들은 그에 반대하는 맞소송을 냈다. |
캐시 시겔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슈아 트리의 생물 다양성 센터에서 일하는 환경 변호사다. 그녀는 동료 브렌던 커밍스와 함께 10년 전부터 지구를 구할 만한 동물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북극곰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서식지가 사라지는 동물을 원했다. 그런 동물이야말로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제대로 상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첫 후보는 과학적 기준에 잘 맞아떨어졌다. 알래스카 글래시어만의 얼음 동굴에 살고 있었고 그곳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동물은 거미였다. 대다수 사람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밟아 죽이는 거미를 상징으로 내세워봤자 관심을 끌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 다음 후보는 키틀리츠 멀렛이었다. 작은 북극 바닷새로 빙하에 있는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었다. 2001년 시겔은 그 새를 ‘멸종위기(endangered)’ 동물 명단에 올리도록 미국 내무부에 청원을 했다. 그러나 게일 노턴 당시 내무장관은 그 청원을 기각했다(생물 다양성 센터는 현재 소송을 제기 중이다). 반면 카리브해의 해수 온도 상승으로 위기를 맞은 엘크혼·스태그혼 산호는 그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그것이 살아 있는 동물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위험의 상징으론 부적합했다. 그러나 북극곰은 다르다.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사나운 포식자로, 얼음이 없으면 못 사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안다. 북극곰은 대부분을 얼음 위에서 살며 숨구멍 근처에 숨어 있다가 바닷속에서 70㎏짜리 바다표범을 물어 올린다. 한번 물면 뼈가 으스러진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2004년이 돼서야 비로소 기후와 개체 수 변화 모델을 기초로 줄어드는 해빙이 북극곰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드디어 2005년 2월 16일(하필이면 미국의 불참 속에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발효한 바로 그날이었다) 시겔은 북극곰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냈다. 3년 뒤 그 노력은 모호한 성공을 거뒀다.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법원의 압력에 못 이긴 더크 켐프손 내무장관이 북극곰을 ‘멸종위기’보다는 한 단계 낮은 ‘생존이 위협 받는(threatened)’ 동물로 지정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행정부로서는 상당한 양보였다. 그로써 달팽이와 통발 등 다윈 시대에 속하는 듯한 기이한 동물 이름이 가득한 ‘멸종위기 종에 관한 법(ESA)’이 21세기 환경 정치의 주류 속으로 끼어들었다. 아니 아직은 판단하기에 이를지 모른다. 북극곰의 현재 개체 수는 2만∼2만5000마리다. 대형 농구장 관중석을 채울 정도다. 이 북극곰이 ESA의 규정에 따라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생존이 위협 받는’ 동식물 1985종에 합류했다. 따라서 정부는 북극곰의 생존에 필수적인 ‘핵심 서식지’를 지정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복구 계획’도 만들어야 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많은 종이 대중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처절한 투쟁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돼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지난 수년 동안 수많은 종이 그런 일을 겪었다. 점박이 올빼미, 민물고기 스네일 다터가 좋은 예다. 점박이 올빼미는 환경보호론자와 벌목업자들 사이의 힘겨루기 대상이 됐다. 8㎝ 길이의 스네일 다터는 테네시 강에 있는 핵심 서식지 때문에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댐 완공이 수개월 지연됐다가 의회가 마침내 댐 건설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과학자들이 그 물고기의 다른 서식지를 발견하긴 했지만 댐 건설로 거의 멸종될 운명에 처한 듯하다. 미국의 수호신 격인 토종 얼룩이리를 둘러싼 법정 공방도 시작됐다. 얼룩이리는 지난 3월 28일 멸종위기 종 명단에서 삭제됐다. 그러자 와이오밍주 주민들이 곧바로 16마리를 사살했다. 미국인 대다수는 ESA의 고매한 목표를 지지한다. 그 법은 거의 현재와 비슷한 형태로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됐다. 지구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목적 그 자체로서 보존한다는 취지다. 그 명단에 포함된 동물들은 플로리다 표범처럼 아름다울 수도 있고 로지 페리윙클(협죽도과 식물로 백혈병 치료제의 재료가 된다)처럼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극곰처럼 사람을 먹어 치우기도 하는 유해한 동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ESA는 인간에게 유해한 종인지 무해한 종인지를 따지지 않으며,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 종의 보호를 인간의 어떤 욕구보다도 먼저 고려한다. 불가피하게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런 분쟁 대부분은 국지적인 문제였을 뿐이다(물론 환경단체나 그에 반하는 자유시장 옹호단체의 홍보 상징이 되는 경우는 예외였다). 그러나 북극곰은 국가적, 아니 세계적인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북극곰이 생존을 위협 받는 동물로 지정됐다는 사실은 중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겔은 그런 효과를 바라지만 친기업 단체들은 두려워할 만한 일이다. 이 싸움은 부시 행정부의 임기 막바지에 불이 붙었다. 부시 행정부는 환경보호 분야에 관한 한 대다수 환경운동가가 보기에 참담한 실적을 쌓았다. 부시 행정부는 취임 이래 겨우 60종을 보호 대상으로 지정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522종, 조지 H W 부시 전 행정부의 단임 임기 동안의 231종에 비하면 형편없다. 현재의 내무부는 멸종위기 종을 추가하거나 특정 종의 배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한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ESA법은 청원이 있을 경우 90일 내에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시한이 지나면 내무부는 필요한 조사를 위해 1년간의 검토 기간을 요청할 수 있다. 최근 몇몇 사안은 결정하는 데 2년 이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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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푸른 나비(Cycl. thomasi bethunebakeri)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희귀한 곤충의 하나로 플로리다주 바히아 혼다 키의 주립공원에 서식하며 성충 개체 수가 45~50마리에 불과하다. 2005년 북아메리카 나비협회가 미국 어류야생국에 이 나비를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청원을 냈다. 그러나 어류야생국은 아직도 이 나비를 후보 명단에 올려 놓고 있다. | |
켐프손은 연방 판사의 명령을 받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북극곰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북극곰은 켐프손이 내무장관을 맡은 2006년 5월 이래 보호 동식물 지정 후보로 오른 두 종 중 하나였다. 같은 기간에 50종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런 종들은 ‘후보’ 명단에 계속 쌓여 갔다. 판결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평균 19년으로 길어졌다. 옐로치크 다터와 팬텀 케이브 달팽이는 이런 관료 시스템이 만든 망각의 구렁텅이 속에서 계속 태어나고 살고 죽어가면서 점차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멸종위기 종 판정 문제에서는 정치적 입김이 때로는 과학적 증거보다 더 강했다. 그 때문에 지난해 내무부의 고위 간부 한 명이 사임했다. 켐프손과 미국 어류야생국의 데일 홀 국장은 명단 추가가 더뎌진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단체들이 끝없는 청원과 소송으로 시간을 다 잡아먹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행정부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지만 1997년 ESA 개정 후 처리 절차가 더욱 복잡해졌다. 켐프손은 아무튼 이미 명단에 오른 종들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주 임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개체 수를 관찰하고 핵심 서식지를 찾고 복구 계획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동식물 중 80%에 대한 복구 계획이 마련됐다.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더구나 이제는 업무처리의 병목 현상도 해소됐다고 그는 말했다. 오는 9월 30일까지 내무부는 후보 명단에 있는 71종의 운명을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체의 4분의 1 정도다. 대다수가 멸종 위험에 처했거나 생존이 위협 받는 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양코 홍합이나 단속 무늬 바위달팽이의 운명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몇 달만 기다리면 될 듯하다. 그러나 대충만 훑어봐도 하와이산 식물들이 주를 이루며, 거의 알려지지 않아 일반 이름 없이 학명만 가진 동식물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들의 핵심 서식지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거나, 서로 겹치거나, 석유업계에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북극곰을 내세워 지구를 구하도록 한다는 것은 원래 켐프손의 구상이 아니었다. 그건 시겔의 생각이었다. ESA는 정부가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지구온난화가 북극곰의 서식지를 위협한다면 정부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 환경운동가들은 바로 그것이 인간의 생존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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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뿔양(Ovis canadensis)
현황: 1800년 약 200만 마리에서 현재 7만 마리도 남지 않았다. 사냥, 방목, 서식지 감소가 주 원인이다. 1998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됐다.
멋진 사냥감: 구부러진 큰 뿔은 사냥군들이 탐내는 전리품이다. | |
내무부도 지금은 북극곰이 기후변화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류야생국의 홀 국장은 시겔의 청원에 대한 판정 기한인 지난 1월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건 첨단과학이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극 척치해의 북극곰 서식지 2940만 에이커에 대한 석유·가스 개발권 판매가 2월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일이 꼬이는 경우를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결정을 미룬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설명이었다. 켐프손은 두 가지 사안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극곰 전체의 개체 수가 사실상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현재 북극곰은 미국이 사냥을 금하기 전인 몇 십 년 전보다 더 많이 서식하고 있다(캐나다는 아직 사냥을 허용한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미국 지질조사국(내부무 소속이다)이 현재 예측되는 속도로 해빙이 녹는다면 21세기 중반이면 세계 전체 북극곰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켐프손은 북극곰을 ‘생존을 위협 받는 동물’로 결정한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해 북극의 빙하 지역이 측정이 시작된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을 제시했다. 장기 평균보다 39%, 2005년의 최저 기록보다 120만㎢나 적었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주를 합친 면적보다 크다. 또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긴 하지만 빙하가 가장 많이 줄어드는 9월이 되면 또 다른 최저 기록을 세울 확률이 59%라고 콜로라도 대학 천체역학연구소의 셸던 드로봇이 말했다. 그는 캐나다 북동부의 허드슨만과 알래스카 북부 보포트해 일부분의 부서진 얼음 사진을 보며 “상황이 이례적이며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북극곰은 해빙에 의존해 주식인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과 수염 바다표범을 사냥한다. “해빙은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플랫폼인데 그 플랫폼이 없어지면 북극곰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캐나다 환경부의 명예연구원 이언 스털링이 말했다. 북극곰은 헤엄을 잘 치지 못하기 때문에 개빙(開氷) 구역에서는 바다표범들이 쉽게 북극곰을 피할 수 있다. 미 지질조사국 알래스카 과학센터의 북극곰 선임 연구원 스티븐 암스트럽은 과거에는 보포트해 해변에서 해빙이 사라진 적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여름이 되면 1000㎞까지 퇴각한다. 그래서 해변의 얕은 물을 좋아하는 바다표범들이 북극곰의 표적에서 벗어나게 된다. 새끼 북극곰의 1년 생존율은 20년 전의 60∼65%에서 현재 40∼45%로 떨어졌다. 암스트럽은 그것이 개빙 구역이 늘었고(새끼들은 차가운 바닷물 속에 10분만 있으면 살지 못한다), 새끼를 거느린 암컷 북극곰이 살아가기 힘든 험한 얼음 지역이 많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 과학자들은 전에는 거의 보지 못했던 익사, 서로 잡아먹기, 아사도 여러 건 목격했다. “그런 사례가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다른 특별한 현상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암스트럽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우리가 목격하는 환경 변화와 비례한다.” 그러나 켐프손은 과학을 수용하는 대신 시겔이 주장하는 법률 해석을 거부했다. ‘멸종위기 종’은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켐프손은 북극곰을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생존을 위협 받는’ 동물로 지정했다. 따라서 내무부는 북극곰에 대해 어느 수준의 보호를 적용해야 할지 융통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특히 켐프손은 환경운동가들이 지구온난화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ESA를 ‘남용’하려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명단은 세계 기후변화를 막거나 해빙의 유실을 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시 말해 산타크루즈의 긴발가락 도롱뇽이 도로포장용 롤러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는 일을 막는 게 그 법의 목적이지, 애틀랜타의 스포츠다목적차량에서 뿜어 나오는 배기가스가 멀리 사는 북극곰에게 가하는 위협을 막으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의 크리스티나 존슨은 “부시 행정부는 북극곰을 응급실에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곳에서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셈”이라고 말했다. 환경법 권위자들은 정부의 그런 법 해석에 반드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ESA의 핵심 목적이 개별적 동식물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위험에 처한 생태계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회가 1973년 그 법을 제정할 때 그 점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버몬트 법대의 패트릭 패런토 교수가 말했다. “특정 동식물에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지 인위적으로 정할 수 없다. 기후변화 때문에 특정 동식물이 보호 대상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기후변화를 잣대로 삼을 순 없다’고 말해서는 곤란하다.” 시겔은 예상은 했지만 켐프손의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북극곰이 ‘생존을 위협받는 동물’ 명단에 들어가서 가장 타격을 받는 쪽은 캐나다에서 북극곰 사냥을 하는 미국인 사냥꾼들이다. 이제 그들은 사냥한 곰을 미국으로 반입할 수 없다. 시겔은 “물론 그들이 의심하는 게 우리의 의도다”고 말했다. 북극곰을 이용해 더 넓은 환경보호 목표를 달성하려는 발상을 가리킨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그것을 아주 기이하고 오도하는 방식으로 포장한다. 그들은 우리 후손들과 그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단기 이익만 노리는 업계를 위해 규제에 반대한다.” 그녀의 말은 줄리 맥도널드 전 내무부 차관보를 넌지시 꼬집는 듯하다. 맥도널드는 지난해 멸종위기 동물 지정 업무에 관한 의회의 조사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사임했다. 미 의회 연방정부감시국(GAO)은 그 조사 결과를 지난 5월 21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어류야생국 소속 과학자들이 제시한 안을 모두 거부했다. 특히 그녀는 흰꼬리 프레리도그(마멋의 일종)를 멸종위기 종 명단에 추가해 달라는 청원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 동물의 서식지는 미국 서부 4개 주에 걸쳐 있으며 목장주, 부동산개발업자, 에너지회사들이 노리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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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바다거북(Chelonia mydas) 미국 영해에서 서식하거나 미국 해변에서 알을 낳는 바다거북 6종 전부가 생존을 위협 받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로 지정됐다. 지난해 북대서양 바다거북의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고 보고됐다. 현존하는 파충류 중 몸집이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이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보호하려면 여러 나라가 협력체제를 갖춰야 한다. | |
미국토종생태계센터는 프레리도그의 서식지 범위가 92%나 줄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 그러나 생물학자가 아닌 맥도널드가 과학자들이 작성한 보고서의 일부분을 삭제하고 고쳐 썼다는 사실이 의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가 끼치는 환경영향 평가를 축소한 것이다. 조사보고서는 또 맥도널드가 프레리도그의 서식지를 현장 과학자들이 추천한 것보다 작게 지정하도록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의회 조사보고서는 맥도널드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지는 않았다. 단지 과학에 기초해 내려져야 할 결정들이 정치 때문에 왜곡됐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다. 그 후 켐프손은 맥도널드의 지휘 아래 내려진 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 결과 8건이 재심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흰꼬리 프레리도그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중 7건은 대부분 핵심 서식지의 한계를 설정하는 문제로 결정이 번복되거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정 났다(프레리도그에 대한 부정적인 건의도 포함). 맥도널드가 있을 당시 보호 대상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제안된 프레블의 초원 점핑 마우스에 대한 결정도 유예됐다. 켐프손은 내부무에서 일하는 직원 7만3000명이 “각기 사안을 달리 해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맥도널드의 경우는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과학적인 사실이 최선의 잣대”라고 어류야생국의 홀 국장이 말했다. “과학으로 진실을 밝혀내면 그것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환경운동가들은 미국 서부 산악 분지의 초지에 서식하는 북미 뇌조의 재심의도 밀어붙이고 있다. 2005년 멸종위기 동물 명단에 올려 달라고 청원했지만 맥도널드가 과학자들의 보고서를 뜯어고친 뒤 기각됐다. 뉴스위크가 입수한 보고서 사본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과학자들의 뇌조의 먹이에 관한 설명에도 시비를 걸었다. 연방 판사는 그 결정의 재심의를 지시했다. 석유와 가스 업계가 제공한 왜곡된 정보에 기초했다는 이유였다. 뇌조는 유정 시추 설비와 천연가스정 주변에서는 살기 어렵다. 콜로라도주의 뇌조 서식지 중 약 90%가 에너지 개발로 임대된 이래 계속 문제가 됐다. 환경단체인 전미 오듀봉 협회의 콜로라도 지부장 게리 그레이엄은 “수직으로 건설된 구조는 뇌조를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예부터 수직 구조는 맹금들이 앉는 횃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굴착 설비를 세우면 뇌조가 한 2년 정도는 견디지만 그 이후로는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콜로라도 주정부는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뇌조들의 교미 시기와 부화 시기에는 금지할 계획이다. 1년에 약 90일 정도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그 규제를 두고 석유회사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을 위축시키는 조치’라고 성토했다. 미국 서부의 토종 중 보존론자들이 관심을 갖는 또 다른 동물은 울버린(북미산 족제비과)이다. 울버린은 로키 산맥 북부의 한적한 곳에 서식하며, 몸집이 큰 너구리 같은 맹수의 일종이다. 수백㎢에 이르는 자기 영토를 계속 순찰하며 사슴과 엘크의 사체를 주식으로 한다. 눈 구덩이 속에서 살며 새끼를 치는 울버린도 지구온난화로 생존이 위협 받는다. 눈이 점점 더 일찍 녹기 때문이다. 울버린을 멸종위기 동물 명단에 올리려는 청원은 휴양지 설상차 업체들의 반발을 불렀다. 울버린의 주요 서식지에서는 사업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실 일리 있는 우려다. “설상차가 다니는 곳에는 울버린이 거의 없다”고 환경단체 야생보호협회의 데이브 게일러드가 말했다. 몬태나주에서는 한 어미 울버린이 설상차가 근처에서 오가자 거처를 버리고 새끼들을 데리고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런데도 울버린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하자는 청원은 올해 초 기각됐다. 캐나다와 알래스카에 개체수가 많은데 몬태나주에서 줄어든다고 무슨 걱정이냐는 이유였다. 그러나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자면 대머리 독수리도 그 명단에 들 수 없었다. 대머리 독수리는 ESA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캐나다와 알래스카에 대머리 독수리가 많기 때문이다. 얼룩이리(울버린과는 종이 다르다) 역시 또 다른 성공 사례다. 1974년 48개 주에서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됐고 1995년 로키 산맥 북부에 재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3월 멸종위기 동물 명단에서 제외됐다. 몬태나, 와이오밍, 아이다호주에서 전부 15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지도 않지만 그 지역의 사냥꾼들과 목장주들은 총을 꺼내 들었다. 와이오밍주의 새 법에 따르면 주 전체의 90%에 해당하는 ‘포식자 지대’에 얼룩이리가 나타나면 사냥할 수 있다. 법이 발효된 첫날 얼룩이리 세 마리가 사살됐다. 관광객들에게 ‘하피’로 알려진 다리를 저는 늙은 수컷도 그중에 포함됐다. 지난 4월에는 아이다호주 애슈턴에서 한 목장주가 말축사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얼룩이리 두 마리를 발견하고는 사살했다. 그는 한 마리는 1.6㎞나 쫓아가 사살했다. 과거에는 얼룩이리들이 적의를 품고 가축에게 접근할 때만 사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다호주가 새로 마련한 법 아래서는 가축을 ‘불안’하게만 해도 사살할 수 있다. 양은 포식자가 곁에 지나가기만 해도 불안해 한다. 애슈턴의 지방 경찰이 얼룩이리 사살 건을 조사했지만 정당방위로 인정됐다. 물론 은유적인 의미지만 이제 양쪽 모두 무기를 들고 나섰다. 환경운동가들은 얼룩이리의 멸종위기 동물 지정 취소를 뒤집기 위해 소송을 하고 있고, 목장주들은 적어도 자기들의 영역 내에서는 얼룩이리가 멸종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사냥꾼들은 사냥을 할 이리들이 어느 정도는 있기를 바란다. 이제 미국 야생동물 중 다수의 운명이 연방 법원의 판결에 달려 있다. 납작 사향거북의 서식지를 위성으로 추적하는 현실에서 ‘야생 동물’이라는 용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서식지도 거북이 수프 재료로 사용돼도 알아보지 못할 관료들이 협상에 의해 정하지 않는가? 인간이 살지 못하는 북극에서 서식하는 위엄 있는 북극곰마저 인간들의 소송에서 핵심 증거물로 제시된 상황이다. 보존단체들은 그 곰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고, 새러 팰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자기 주의 석유-천연가스 의존 경제가 위태로워진다며 북극곰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소송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대형 사냥감 사냥을 옹호하는 단체는 사냥한 북극곰의 반입 금지에 항의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어떻게 약 2만 마리에 불과한 북극곰에 지구 전체의 운명을 맡길 수 있을까? 하지만 바로 그것이 현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정한 규칙이다. 인간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만 바랄 뿐이다.
With DANIEL STONE in Washington, ANNA KUCHMENT in New York and PAUL TOLME in Arcata, 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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