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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기술] 차가운 첫 키스의 맛에 반했다

[창업의 기술] 차가운 첫 키스의 맛에 반했다

기름 값이 치솟으면서 원자재 값도,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 광우병 논란까지 가세해 창업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창업시장에 과연 ‘쨍 하고 해 뜰 날’이 오기는 하는 것일까. 다행히 날씨가 더워지면서 먹구름이 걷히는 모습이다. 여름이 반가운 창업 시장을 들여다봤다.
‘여름’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다. 생맥주 전문점은 회사 주변, 주택가를 막론하고 호황을 누린다. 하지만 생맥주 전문점도 다른 곳과 차별화한 경쟁력이 필요하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 최근 기존의 호프 전문점, 세계 맥주 전문점을 넘어 냉각을 강조한 생맥주 전문점, 요리에 신경을 쓴 레스호프 전문점(레스토랑+호프) 등이 인기를 끈다. 생맥주 전문점 ‘가르텐비어’는 테이블에 냉각 시스템을 설치해 냉각 홀더에 잔을 넣어두면 맥주 온도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섭씨 4~6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냉각 테이블과 냉각봉이 들어간 아이스 피처는 특허 등록했고, 특별 제작한 잔으로 맥주의 김(탄산)이 빠지는 것을 막았다.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에서 레스호프 전문점 ‘치어스’를 운영하는 진옥희(41) 사장은 “대체로 호프집 안주는 본사에서 냉동 상태의 반제품을 공급받아 간단히 조리한 후 손님에게 내놓는데 질이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며 “안주를 주문 받는 즉시 주방에서 요리해 내놓았더니 만족도가 높아져 충성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내놓는 요리는 찹스테이크, 싱가포르 누들, 스페셜 피자 등 50여 가지에 이른다. 조리 시간이 일반 생맥주 전문점보다 길지만 손님 대부분이 불평 없이 기다려 월 매출이 50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또 하나의 대표 여름 업종인 치킨호프 전문점은 조류독감 여파로 활기 없는 모습이다. 관련 업체들은 가격을 낮추고, 레스토랑형 매장으로 전환하거나, 점주에게 창업자금 일부를 무이자 대출해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메밀국수 전문점의 재탄생= 이것도 여름에 호황을 누리는 아이템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역시 도전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만만한 아이템은 아니다. 무엇보다 맛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메밀국수 전문점 ‘행촌’을 운영하는 주웅택(52) 사장은 “대부분의 메밀 전문점은 진한 원액을 8 대 1 정도로 물에 희석해 내놓는데 그렇게 하면 깊은 맛이 사라져 흔한 육수가 된다”며 “멸치, 다시마, 가쓰오부시, 감초, 계피, 생강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해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야 맛도 살리고 원가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줬다. 맛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점포는 42㎡(13평)의 작은 규모지만 하루 평균 매출이 110만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메뉴 가격이 5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의 손님이 방문하는 셈이다.

◇아이스크림 사려!= 2003년 하반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의 등장으로 확대된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최근 트렌드는 정통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인 젤라토다. 매장 형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소규모 매장으로 테이크 아웃, 즉 포장판매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99㎡(30평) 이상 대형 매장으로 카페처럼 홀 판매에 주력하는 점포가 많다. 메뉴도 다양해졌다.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 커피, 음료, 샌드위치 등이 어우러진 복합 매장이 여럿 눈에 띈다. 대표적인 젤라토 아이스크림 카페로는 ‘띠아모’ ‘구스띠모’ ‘치엘구스또’ 등이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콜드스톤 크리머리’는 차가운 돌판 위에서 아이스크림을 비벼주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청소대행업 바쁘다, 바빠= 냉장고 청소 대행업체 콜드캐어를 운영하는 강현용(55) 사장은 여름철이면 몸이 두 개가 아니라 서너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먹거리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냉장고 청소를 의뢰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고객은 일반 가정에 그치지 않는다. 사무실, 단체급식소, 공공기관 등 냉장고를 사용하는 다양한 곳에서 청소를 의뢰한다. 보통 냉장고 한 대에 5만원 정도의 청소비를 받는다. 겨울에는 월평균 매출이 300만원 정도인데 여름철에는 600만~7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뛴다. 강 사장은 외국의 한 가정에서 냉장고 청소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을 보고 국내에서 직접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한다. 청소 과정이 비교적 간단해 냉장고 한 대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두 시간 정도다. 마진율은 90%로 높은 편이다. 경기도 분당 지역에만 고객이 5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입소문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이 더위에 웬 오뎅바?= ‘여름 수혜 업종’이 아님에도 선전하는 곳이 있다. 바로 어묵을 특화한 퓨전주점이다. 뜨거운 국물에 어묵이 담겨 나오는 오뎅바는 대표적인 겨울철 성수기 업종으로 여름철에는 수요가 줄게 마련이다. 2004년부터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오뎅바가 불과 몇 년 만에 사양길에 접어든 것도 이런 계절적 편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점포 중에는 여름철에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많다. 메뉴를 다양화하거나 점포 컨셉트를 바꿔 계절별 매출 편차를 극복한 곳이다. ‘오뎅사께’를 운영하는 이신천(41) 사장은 “정통 수제 어묵 외에도 한식, 일식, 중식 등 6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세계요리와 20여 종의 주류를 취급하는 퓨전요리주점으로 컨셉트를 바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20개 정도의 신규점포를 개설했다”고 생존 비법을 소개했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여름철이 성수기인 막걸리 전문점도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치열한 경쟁, 낮은 객단가로 인한 수익률 악화, 겨울철 매출 급락 등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았다”며“특정 계절에 손님이 편중되는 아이템은 다른 계절도 이겨낼 수 있는 메뉴를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해 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김성동 카페 ‘띠아모’ 대표


아이스크림과 커피의 ‘찰떡 궁합’
김성동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오로지 이탈리아 아이스크림만 고집해 온 아이스크림 전문가다. 카페 ‘띠아모’는 그가 1994년 아이스크림 회사에 입사해 현장에서 발로 뛰며 배운 노하우를 토대로 만든 토종 브랜드다. 이곳에서는 이탈리아 정통 아이스크림인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에스프레소 커피, 포켓 샌드위치,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메뉴 구성에서 아이스크림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계절적 요인이 강해 사계절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아이스크림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메뉴를 더했지요.” 일반적으로 계절에 민감한 업종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 차이가 40% 이상 발생하는데 특히 아이스크림은 그 정도가 심해 80~90% 정도 차이를 보이는 곳도 있다. 카페 띠아모는 메뉴를 다양화해 계절별 매출 편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매출과 올해 5월 매출 차이는 27% 정도였다. 다양한 메뉴 덕분에 고객 폭도 넓어졌다. 30~40대 남성 고객은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 찾고, 20~30대 여성 고객은 아이스크림과 샌드위치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세트 메뉴를 많이 주문한다. 김 대표는“메뉴를 주먹구구식으로 바꾸면 오히려 매출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무엇보다 아이스크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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