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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대안은 복합 리조트?

대운하 대안은 복합 리조트?

▶마카오 코타이 스트립 프로젝트 조감도. 지난해 오픈한 베네시안 호텔(맨 오른쪽 반원형 건물)을 비롯해 16개 호텔로 이뤄진 복합 리조트 단지다.

한반도 대운하와 마카오의 관계는? 마카오식 복합 리조트 개발은 어쩌면 대운하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마카오식 개발을 학습 중이고, 마카오 복합 리조트 건설을 추진하는 샌즈 그룹과 상담을 벌이기도 했다. 마카오식 개발은 과연 대운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6월 19일 오후 마카오 코타이 스트립의 복합 리조트 단지 건설현장. 현장 직원 안내로 안전모·안전화에 안전조끼까지 착용하고 들어서자 내년 3월 완공을 앞둔 셰러턴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이 위용을 드러냈다. 총 16개 호텔을 짓는 코타이 스트립 프로젝트의 스케일이 한눈에 들어왔다. 코타이는 매립지다. 이 매립지가 연결하는 북쪽 섬 타이파와 남섬 콜로안의 머리글자를 땄다. 스트립은 이 매립지를 관통하는 중앙 대로. 코타이 스트립은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꾼다. 리조트 단지의 연 건축면적은 63빌딩 15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호텔 객실만 2만여 실에 이른다. 오는 7월 오픈하는 포시즌스 호텔은 8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복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샌즈 그룹이 벌이는 대역사가 마카오를 제2의 라스베이거스로 변모시키고 있었다. 석동연 홍콩·마카오 총영사는 “마카오의 발전상은 천지개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코타이 스트립에 들어서는 호텔엔 카지노는 물론 전시관, 컨벤션 시설, 쇼핑몰, 식당가, 다목적 실내 경기·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기자가 묵은 베네시안 호텔 실내 경기·공연장(아레나)에서는 가수 셀린 디옹과 비욘세가 공연을 했다고 한다. 미 프로농구(NBA) 경기도 열렸다.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를 축소 재현한 베네시안은 코타이 스트립 프로젝트의 1호 격인 호텔로 지난해 8월 오픈했다. 호텔로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고, 세계에서 가장 큰 카지노가 자리 잡고 있다. 6월 19일 이곳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마카오 한국음식업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베네시안 호텔을 운영하는 베네시안 마카오의 데이비드 실베스터 부사장은 “아시아 전역에 걸쳐 한국 문화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마카오에서도 점포를 임차하는 한국 소매상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도 카지노지만 전시와 컨벤션도 외화가득률이 높은 산업이다. 샌즈 그룹은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시안 리조트, 마카오의 코타이 스트립 리조트 그리고 쌍용건설이 시공할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리조트 등을 네트워크화해 국제전시회와 국제회의를 유치할 계획이다. 자사 리조트들을 순회하면서 이런 국제적 행사들이 열리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고객들을 그 순환계에 끌어들여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한다는 전략이다. 마이스(MICE: 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 전시·회의·관광·오락의 합성어) 업계의 최강자를 노리는 것이다. 같은 19일 오후 서울.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째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대운하 여론이 호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운하 사업 같은 프로젝트는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도 있지만 경제 살리기 이벤트로 제격이다. 코타이 스트립 프로젝트 같은 복합 리조트 단지는 어쩌면 대운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외국 관광객이 몰려와 카지노판을 벌이고 외화를 떨구고 간다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뿐더러 각종 서비스직이 창출될 수도 있다. 일부 지자체가 이미 그런 구상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평택·화성, 충남 아산·서산·당진을 아우르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중국인을 겨냥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치는 48만 평에 이르는 평택 포승지구. 이에 앞서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3월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을 방문해 샌즈 그룹과 투자상담을 벌였다.
경기·전북 등 카지노 유치 추진
김완주 전북지사는 새만금지구를 마카오처럼 가꾸고 싶어 한다. 최근 마카오에 다녀온 그는 “새만금 카지노는 복합 리조트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미끼”라고 운을 뗐다. 지난 6월 2일엔 기자간담회를 열어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 비중은 전체 관광산업의 5%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 카지노를 미끼로 전시·전람회 등 관련 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 사업의 세율은 40%다. 지자체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마카오에 이어 싱가포르·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캄보디아·대만·호주·그리스에 일본까지 카지노 사업을 추진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허용 여부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 4월 한 강연에서 “마카오에 가니 한국사람들이 도박하러 가장 많이 와 있더라”며 “국내에서 내국인 카지노 허가를 내주지 않으니 국내 돈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기도의회 답변에서는 “국가의 카지노 정책 방향과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우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 유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완주 지사는 한 걸음 더 나갔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아직은 국민정서상 내국인 출입 허용이 어렵지만 국제 카지노를 먼저 하고 2단계로 2010년께 내국인 카지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제안과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이명박 대통령도 내국인 카지노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지난 5월 전북도청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새만금을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섣불리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면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 대해서도 “벤츠를 타고 들어갔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나온다”는 말로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발언들은 대운하의 꿈을 접기 전에 나온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복합 리조트는 경제를 살려야 할 이 대통령에게 충분히 유혹적이다. 당선자 시절 김완주 지사에게서 카지노 사업계획을 보고 받고 “그렇게 되면 일본과 중국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맞장구를 친 일도 있다. 글로벌 전략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복합 리조트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샌즈 그룹은 내국인 출입 허용을 한국 진출의 조건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선 카지노가 실증하듯이 내국인 출입만 허용되면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만한 시장이다. 외국 자본이 선호하는 지역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배후 도시가 잘 조성돼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샌즈 그룹의 네트워크에 편입된다면 굵직한 국제전시회와 회의가 유치될 수도 있다. 카지노 사업은 기대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마카오에서 필리핀인·인도네시아인 등 동남아인이 받는 급여는 월 60만~70만원에 불과하다. 마카오의 카지노는 딜러 외에는 이들 외국인을 쓴다. 국내 카지노도 내국인을 고용해서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김태환 제주지사도 올해 초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동남아 인력의 저렴한 인건비가 결국 가격경쟁력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카지노는 내국인 입장 허용, 인력 수입 등의 조건이 선결되더라도 사업 추진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우선 밀실에서가 아니라 국제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정부가 공모하고 해당 지자체와 투자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카지노 사업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가장 나쁜 그림은 내국인 일자리 창출은 거의 안 되는데 카지노 객장이 내국인으로 들끓는 것이다. 도박 중독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 샌즈 그룹의 국내 홍보를 대행하는 네트에이의 박호균 사장은 “카지노 사업은 일단 허용하고 나면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속성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카오 코타이 스트립 프로젝트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환생’
코타이 스트립이 갯벌을 매립한 간척지에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타이의 모델인 베네치아가 갯벌 위에 만들어진 도시기 때문이다. 샌즈 그룹의 셀돈 아델슨(75) 회장이 베네치아를 찾은 것은 1991년 신혼여행 때였다. 첫 부인과 사별 후 재혼한 이스라엘 출신의 의사 미리암 파브스타인과 베네치아를 방문한 그는 수상 도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때 받은 영감을 살려 그는 네바다 사막에 자리 잡은 라스베이거스에 15억 달러를 들여 베네시안 카지노 리조트 호텔을 지었다.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은 이 아이디어를 마카오에 이식한 것이다. 좁은 땅에 수심이 낮아 쓸모없는 항구만 남아 있던 마카오는 이 장인을 만나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환생하고 있다. 마카오의 놀라운 변신으로 그의 이름을 딴 샌즈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산업 박람회인 컴덱스의 창립자인 아델슨은 컴덱스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매각한 돈으로 2004년 마카오에 샌즈 마카오 카지노를 만들었다. 개장한 지 1년이 채 안 돼 투자금을 회수한 그는 이 돈을 종자돈으로 코타이 스트립 프로젝트를 발진시켰다. 코타이 스트립 프로젝트는 2010년 완공 예정이다.


인터뷰 김대용 베네시안 호텔 한식당 ‘대장금’ 사장


“유승준·백지영 매니저 하다 식당 차려”
“마카오는 투자 전망이 좋은 곳입니다. 기회의 땅이죠. 국내에서 성업 중이지만 마카오엔 없는 업종이 투자 대상입니다.”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푸드코트에서 한식당 ‘대장금’을 운영하는 김대용(40) 사장은 그런 업종으로 한국형 PC방, 비데 사업, 퀵서비스, 미용실, 식당, 커피숍 등을 꼽았다. 그는 현지인들이 돈은 있는데 높은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카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357달러로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김 사장은 “어느 업종이든 한국풍임을 강조하면서 강남 스타일의 럭셔리 분위기를 연출하면 선풍적 인기를 끌 것”이라고 귀띔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미용기술로 머리를 매만지는 미용실 같은 겁니다. 한국 것의 총체적인 브랜드화죠.” ‘대장금’ 등 드라마의 한류를 음식·미용 등 한국문화 전반의 한류로 이어갈 수 있다는 발상이다.

- 마카오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는 어떤가요? “우선 치안이 잘돼 있습니다. 포르투갈이 지배한 100년 동안 받은 영향으로 주민들은 사고가 합리적이고 양보와 배려가 몸에 배어 있죠. 외국인학교도 보낼 만합니다. 한국 생활에 비해 무료하다는 것 말고는 다 좋습니다.”

- 마카오 드림은 이뤘습니까? “부업으로 시작한 대장금이 본업이 되어 버렸죠. 한국에서 17년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했습니다. 가수 유승준과 백지영의 매니저를 각각 3년씩 했고, DJ덕·구피·제이 등의 매니저도 했었죠. 음반 사업은 IT(정보기술)의 피해자입니다. 음반 제작을 고집하느라 음악 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죠. 대장금이 잘되는 바람에 음악 일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전화위복인 셈이죠.”
지난해 여름 호텔 오픈과 함께 개업한 대장금은 한국음식을 파는 작은 식당이다. 여느 푸드코트처럼 홀은 다른 식당들과 공유한다. 김 사장은 “규모에 비해 잘된다”고 자랑했다. 매출액은 월 1억원, 그 35%가 순수익이라고 한다. “마카오 현지인들이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합니다.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즐깁니다. 한국음식에 대해서도 의외로 많이 아는 편이죠.” 물론 마카오 투자도 리스크가 있다. 점포 임차계약 기간이 보통 2~3년인데 주인이 나가라면 점포를 비워줘야 한다. 이 때문에 괜찮은 한국식당들도 외관과 인테리어가 허름하다. 광둥어를 사용하는 현지인들과 소통이 잘 안 되는 것도 교민들에겐 장벽이다.

- 꿈이 뭔가요? “음반 기획자로 돌아가는 겁니다. 어쩌면 돌아갈 수 없는 길이 될지도 모르지만…. 대장금을 체인화해 세 곳으로 늘릴 생각이고 다른 사업도 해 보고 싶어요. 음반 기획일을 다시 시작한다면 오래가는 음악,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가수를 키우고 싶습니다.” 현존하는 가수 중에 예를 들어 달라고 하자 그는 김장훈을 꼽았다. “김장훈이 노래를 잘하느냐”는 물음에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는 가수”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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