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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감면 부자엔 ‘No’ 서민엔 ‘Yes’

세금 감면 부자엔 ‘No’ 서민엔 ‘Yes’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 아직까지 그의 경제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다. 그가 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식견을 갖고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어떤 방향으로 미국 경제를 이끌 것인가. 그러면 한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외교보다 경제가 표심 좌우
최근 상황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오바마는 7월 말 중동과 유럽을 순방했다. 오바마가 각국 지도자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사진이 전 세계 미디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베를린에선 승전탑 앞에서 20만 명을 모아놓고 연설하며 기염을 토했다. 순방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공화당 측의 공격을 잠재울 수 있었다. 미국 밖의 세계는 대체로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정작 표를 쥐고 있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순방 뒤에도 그의 지지율에 별 변동이 없었던 것이다. 7월 30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에 대한 지지율은 51%였다. 44%의 지지를 얻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앞서긴 했지만, 지지율 차이는 한 달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달 전에는 각각 50%와 45%였다. 순방 뒤 전국 규모로는 처음 이뤄진 조사 결과 오바마가 외교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한 방’으로 준비했던 순방이 지지율에 별반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조사는 1041명을 대상으로 7월 17~29일 이뤄졌다. 하지만 경제를 이야기하면 다르다. 오바마는 경제문제 대처 부문에서 54%의 지지를 얻었다. 매케인은 43%였다. 경제에서 오바마의 강점이 있는 것이다. 미 유권자의 마음이 그가 주장하는 경제정책이나 관련 코멘트에 끌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올 11월 미국 대선은 경제 선거가 될 전망이다. 퓨리서치센터가 6월 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 대선 최우선 현안(복수응답)으로 경제를 꼽은 유권자가 88%에 이르렀다. 교육(78%), 고용(78%), 이라크전(72%) 등을 제치고 1등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7월 9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의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경제 문제가 대권경쟁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살리려 보호무역주의 추구할 것
사실 1년 전만 해도 미국 경제는 순항하고 있었다. 영국 BBC방송은 “이는 미 공화당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수백만 명이 주택금융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은 물론 주택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그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는 민주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큰 의회와 손잡고 미국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럴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무역적자의 큰 원인이자, 미국 내 산업에 타격을 주어온 중국에 대해 직·간접적인 무역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고래 싸움에 한국 경제가 애꿎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더욱 큰 난관을 맞을 전망이다. 한·미 FTA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FTA로 타격을 입을 미국 자동차산업 관련 노조가 오바마의 표밭이기 때문에 그가 이 문제를 양보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실제로 오바마의 경제보좌관인 제이슨 퍼먼에 따르면 “오바마는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체결한 어떠한 FTA에 대해서도 면밀히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퍼먼 보좌관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과 관련해 “오바마 의원은 부시 행정부가 중점을 뒀던 무역 문제에서 벗어나 노동자와 일자리, 농민들에게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호주의적인 색채를 거듭 분명히 한 셈이다. 퍼먼 보좌관은 “세부사항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제를 깔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어떤 무역협정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에는 등골이 오싹한 상황이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가 콜롬비아, 파나마, 한국과 체결한 FTA에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산층 노동에 가치 부여
오바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내세운 세금감면 연장과 연방 휘발유세 한시적 유보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 이 점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매케인은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야 투자가 늘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공화당의 주장이다. 반면 오바마는 부를 창출하는 것은 소수의 부자가 아니라 대다수 중산층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1인당 500달러의 세금공제와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을 공약하고 있다. 그는 또 연간소득이 5만 달러 이하인 사람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고 대신 25만 달러 이상 버는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세금감면을 없애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전 국민에게 질 좋은 의료보험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몇 달 전 백악관과 의회가 타협한 5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경기부양 계획에도 찬성하고 있다. 부자들에 대한 세금감면으로 경기 부양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과 방향이 상당히 다른 것이다. 그러면서 의료보험 제공과 중소기업 지원 등에 새롭게 국가 재정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는 7월에 ‘여성 근로자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추구하는 경제정책이 어떤 것인지를 더욱 명확히 드러냈다. 오바마가 성명에서 밝힌 “미국에서 여성이 같은 일을 하고도 남성보다 적게 벌거나 자녀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이 계획의 핵심 철학이다. WSJ에 따르면 그는 7100만 명에 이르는 여성 근로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구당 최대 1000달러의 감세 구상을 다듬고 있다. 이와 함께 7일간의 유급 병가를 보장하고, 자녀 보육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최저임금도 연차적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여성 근로자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2009년 7.25달러에서 2011년에는 9.5달러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가구당 건강보험료를 최대 2500달러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가 이 같은 공약을 내놓은 것은 여성 표를 잡기 위해서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을 벌여 여성, 특히 여성 근로자들의 지지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힐러리를 지지했던 여성의 39%는 힐러리가 미디어와 오바마로부터 성차별을 당했다고 믿고 있다. 힐러리 지지표가 쉽게 오바마로 돌기 힘든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에 대한 백인 여성 지지율은 3월의 58%에서 5월에는 43%로 떨어졌다. 노동자를 표밭으로 삼고 있는 오바마로선 여성 근로자를 잡는 정책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케인의 비판론
그렇다면 오바마의 주장에 매케인 측은 어떤 반론을 펴고 있는가. 매케인의 경제고문인 칼리 피오리나 HP 전 CEO는 “경기침체기에 세금을 올리고 자유무역을 막는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오바마의 공약을 비판했다. 매케인의 또 다른 경제고문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바마의 계획은 투자자와 개인에 대한 세금을 올려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라며 “그가 2010년이나 2011년 세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미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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