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우정과 경쟁’ 미국 12大 맞수 대학

‘우정과 경쟁’ 미국 12大 맞수 대학

라이벌? 무슨 라이벌? 대학에 그들의 유명한 라이벌 의식에 관해 물으면 국민적 대통합의 시대에 무슨 엉뚱한 얘기냐고 일축한다. “우정의 대결 마당 이외에는 우리가 자매학교들과 라이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육군사관학교 대변인 프랜시스 J 디마로 2세가 말했다. 해군사관학교의 대변인 데보라 구디도 똑같이 정색하며 대꾸한다. “우리는 범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 일선에서 서로와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 마찬가지로 하버드·예일·스탠퍼드·노터데임 등 일류 대학들도 도난 당한 마스코트, 교내 동상에 스프레이로 갈겨쓴 악담 등 구원(舊怨)을 연상케 하는 일은 일절 거론하려 하지 않는다. 요즘 상아탑에서 그런 적대감이 더는 환영 받지 못한다. 그러나 명문 대학들 간의 치열한 경쟁(대다수 사람은 이를 라이벌 의식이라고 부른다)은 신입생을 모집할 때 아직도 중요성을 띤다. 이런 라이벌들은 엇비슷한 일류대 중에서 어떤 학교가 가장 좋을지 저울질하는 지망생들에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끊임없이 애쓴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11쌍의 대학과 트리오 한 팀은 장점이 뛰어나고 유사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어느 대학이 지망자에게 가장 적합한지 알기 위해서는 꼼꼼한 비교가 필요하다. 경쟁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들춰보는 것도 다소 양심의 가책이 들긴 하지만 흥미롭다. 미시간대와 오하이오 주립대처럼 한 세기 전부터 이어져온 라이벌이 있는가 하면 USC와 NYU 영화학교처럼 최근 형성된 라이벌도 있다. 그러나 학교가 아무리 신사적인 보도자료를 낸다 해도 어떤 경우든 재학생·교수진·졸업생들은 서로 경쟁관계라고 느낀다. 대다수 명문 대학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그들의 강점 중 하나로 판명된다. 미국 대학가의 12대 라이벌을 소개한다.

전통의 아이비 리그 HARVARD vs. YALE 질라 라인슈타인 예일대 대변인은 “예일-하버드의 경쟁은 관심을 끌 만큼 뜨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버드의 학부생 6600명과 예일의 5300명 다수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TV 만화영화 ‘심슨 가족’ 중 가장 역겨운 캐릭터 몽고메리 번즈가 예일대(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출신임을 내세우는 까닭이 있다. 작가들 중 하버드 램푼(하버드대생이 제작하는 유머 잡지) 제작자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예일대 졸업생이 1988년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이 자기들 모교 학위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역사 면에서 하버드는 미국에서 첫째, 예일은 셋째로 꼽힌다. 이들은 지망생의 합격률이 8% 안팎으로 입학이 가장 어려운 대학들에 속한다. 기부금 규모(2007년 시점) 면에선 하버드가 1위(346억 달러), 예일은 2위(225억 달러)로 그동안 두 대학 모두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비 감면 혜택을 크게 확대했다. 어느 학교가 낫냐는 논란에 외부인들은 하품을 하지만 지망생들에겐 큰 관심거리다. 예일대 2학년생 애비 웨스트는 하버드대 케임브리지 캠퍼스를 방문했을 때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는 하버드대생들의 자랑에 거부감이 들어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하다고 여긴 예일대를 선택했다. 하버드 크림슨(하버드대 학생신문)의 말콤 글렌 대표는 대도시에 가깝기 때문에 하버드를 선택했다면서도 “표면상 두 학교는 그렇게 흡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만의 거인들 UC BERKELEY vs. STANFORD 이 두 대학은 인터넷 호황의 지식 중심지가 됐다. 과학·수학·공학 분야의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면서 그 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해 UC 버클리(일명 칼)는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으로부터 학교 역사상 최대 규모인 5억 달러 기부금을 받고 대체 에너지원 개발에 나서기로 약정서에 서명했다. 스탠퍼드도 같은 연구에 깊숙이 관여하며 두 명의 스탠퍼드 출신이 설립한 거대기업 구글이 자리 잡은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에 있다. 학생들은 모두 샌프란시스코만의 두 학교에 만족하는 듯하다. 지난해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줄리 옌에 따르면 양교 학생들 사이의 비아냥은 가벼운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는 버클리보다는 캠퍼스가 더 작은 스탠퍼드를 선택했다. 사색이 필요한 미술사 전공자에게는 소란하고 도회지적인 버클리 시가지(샌프란시스코 쪽에서 볼 때 베이브리지 바로 건너편)보다 더 조용하고 잔디가 많은 스탠퍼드 쪽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사들 ANNAPOLIS(해군사관학교) vs. WEST POINT(육사) 크레이그 미킨스는 뉴욕주 미네올라의 샤미네이드 고교를 나왔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양대 군사학교 지망자를 다수 배출하는 가톨릭 학교다. 최근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해사를 졸업한 미킨스는 두 학교 간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굉장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고 그가 말했다. 그가 해사 육상부에서 800m 선수로 뛸 때 “경기 전 육사(뉴욕주 웨스트포인트) 선수와 얘기만 나눠도 코치가 노발대발했다.” 그러나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는 했지만 “우리 모두 똑같은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끈끈한 동지애가 있다.” 양교 모두 학생 수 4300명 중 23% 정도가 소수인종이며 20%가 여성이다. 양교생들은 학비와 숙식비를 면제받으며 학술과 기술 지식을 배워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포부를 갖는다. 많은 지망생은 양교에 함께 지원한 뒤 일반 대학교 지망생들과 똑같이 분위기, 학교 전통, 개인적 성향에 따라 최종 결정을 한다. 얼마 전 버지니아 북부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니얼 밀즈는 군사교육을 선택한 데 대해 “진정한 생활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나폴리스의 해사를 방문한 뒤 해병대 장교가 되는 길을 선택할지 고민했지만 지상전투에 더 이끌릴 수 있기 때문에 육사 쪽 옵션도 열어 놓기로 했다. 아버지가 웨스트 포인트를 나왔으며 육사의 레슬링 코치가 그를 좋아하는 데다 캠퍼스에서 하룻밤 지내며 만난 생도들에게서 똑똑하고 사려 깊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성출입금지 캠퍼스 SMITH vs. WELLESLEY 아직도 학부에 남학생을 받지 않는 보기 드문 여자대학인 스미스와 웰슬리는 서로 다른 점보다는 닮은 점이 더 많다. 모두 매사추세츠주에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양교 공히 저소득 가정 출신 학부생들에 대한 지원제도를 자랑한다. 불우한 환경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연방 지원 프로그램인 펠 장학금의 수령자가 스미스는 23%, 웰슬리는 13%에 달한다. 최근 졸업한 아처가(家)의 쌍둥이 켄드라와 셴키아도 그런 경우다. 가난한 외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두 사람은 웰슬리(켄드라가 선택한 학교)와 스미스(셴키아) 모두 우호적이고 매력 있는 학교라는 인상을 받았다. 켄드라는 특히 “받기 전에 먼저 베풀자”는 웰슬리의 교칙이 졸부들의 피난처가 아니라는 징표라는 점에서 마음이 이끌렸다고 말했다. 웰슬리 전교생의 30%가 과학 전공자다. 엔지니어링에 역점을 두며 학생들이 인근 MIT와 올린 엔지니어링 칼리지에서 교차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스미스의 캠퍼스는 크고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의 학부 기숙사로 학생들을 유혹한다. 더 큰 매력은 다른 여러 대학이 위치한 매사추세츠주 서부지역에서의 교외(校外) 여가 활동이다. 웰슬리도 아름다운 캠퍼스를 갖고 있으며 일부 추산에 따르면 다른 어떤 대학보다 기업계 여성 지도자를 많이 배출했다.

전통적 사회운동가들 GUILFORD vs. OBERLIN 1833년에 설립된 오벌린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남녀 공학 대학이다(하버드는 처음엔 남자학교였다). 1837년 설립된 길퍼드는 셋째로 꼽힌다. 둘 다 종교 이상주의자들이 세웠다. 둘 다 노예제 폐지 전 흑인 탈출 지원조직(Underground Railroad)의 중간거점이었다. 모두 학생 수가 2800명 정도다(길퍼드의 재학생 중 절반은 사회경험을 했거나 나이가 많은 학생들이다) 길퍼드는 오랫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갈수록 성가를 높이고 있다. 로렌 포프의 베스트 셀러 지침서 ‘인생을 바꾸는 대학들(Colleges That Change Lives)’에 크게 소개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러나 오하이오주의 오벌린이 여전히 더 유명하다. 졸업생 수가 3만8000명으로 길퍼드의 두 배이며 기부금은 10배다. 하지만 두 학교가 정치적 행동주의 전통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망생 중 다수가 양교에 모두 지원한다.

가톨릭학교의 힘 BOSTON COLLEGE vs. NOTRE DAME 보스턴 칼리지의 이글스(미식축구팀)와 노터데임대의 파이팅 아이리시만큼 서로 비슷한(또는 경쟁적인) 라이벌은 거의 없다. 둘 다 오랜 전통과 똑같은 종교로 유명하다. 한때 가톨릭 학교 미식축구 1부 리그에 여러 팀이 있었지만 지금은 두 학교만 남았다. 17번 맞붙어 9승8패로 노터데임이 약간 앞서고 있지만 실력은 막상막하다. 노터데임의 3학년생 크리스 하인은 양교의 학문적 명성을 높이 평가해 두 학교에 모두 지원했다. 하지만 노터데임(인디애나주 사우스 벤드)으로 최종 결정한 이유는 파이팅 아이리시의 골수 팬이었던 할아버지와 함께 미식축구 경기를 지켜보던 추억 때문이다. “노터데임 합격통지서를 받기 불과 몇 주 전에 돌아가셨지만 내가 그 학교에 들어가면 할아버지도 자랑스럽게 여기리라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하인은 현재 학보 편집장이다.

학교 컨소시엄의 보석들 AMHERST vs. POMONA 46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녹음이 우거진 두 캠퍼스는 작은 인문대학을 지망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첫손에 꼽는 곳이다. 또 대다수 지망생이 퇴짜를 맞고 아쉬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이 여느 대학과 다른 점은 이웃 학교들과 맺은 독특한 협동교육 방식이다. 앰허스트는 매사추세츠 서부 지역의 햄스퍼, 마운트 할리오크, 스미스, 매사추세츠대(앰허스트)와 제휴해 5개 칼리지 그룹을 형성했다. LA 동쪽 샌 개브리엘 산자락에 자리잡은 포모나는 클레어몬트 매케나, 하비 머드, 피처, 스크립스 등 클레어몬트 지역의 다른 칼리지들과 제휴했다. 각 학교의 학생들은 어느 제휴학교에서나 수강할 수 있다. 학교식당도 공동으로 이용한다. 작은 캠퍼스의 분위기에 큰 대학의 강의 선택범위를 결합한 것이 필승전략이었다. 양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앰허스트란 이름을 들어봤다는 것과 포모나는 날씨가 더 좋다는 것이다. 고향 코네티컷의 친지들이 잘 아는 앰허스트에 합격하고도 포모나로 방향을 튼 데 대해 하도 질문을 많이 받아 “이젠 마땅히 대꾸할 말도 생각나지 않을 지경”이라고 데이비드 라이든이 말했다. 현재 스탠퍼드에서 법학을 공부 중인 라이든은 포모나 방문이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한다. “1월 말이었는데 날씨가 정말 뉴잉글랜드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2007년 졸업생인 스테파니 브라운은 캘리포니아에서 자랐지만 앰허스트의 계절 변화와 동부의 색다른 억양에 이끌렸다. “여권 없이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 같았다”고 그녀가 말했다.

세계 과학의 메카 CALTECH vs. MIT 이들의 짓궂은 장난은 끝이 없다. MIT는 아직도 2006년 칼텍의 마스코트인 플레밍 대포를 훔친 것을 자랑한다. MIT 보도자료의 표현을 옮기자면 ‘햇빛 찬란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로 보내 그곳에서 수영복 차림의 MIT 여대생 21명과 가슴을 드러낸 남학생 한 명이 그 전리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칼텍은 올해 앙갚음을 했다. MIT의 연례행사 미스터리 헌트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풀려던 퍼즐이 속임수였음을 깨달았다. 퍼즐 풀이 과정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칼텍 입학처라며 전교를 희망하는 MIT 학생은 누구나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 공부벌레들이 그런 장난을 칠 시간이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두 학교는 평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학생 수 900명의 작은 칼텍과 4000명 안팎의 MIT 모두 언젠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거나 우리 생전에 스팸을 뿌리뽑는 과학자를 배출할지 모르는 연구의 메카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두뇌도 놀 때가 있어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지망생들은 우리 모두를 미래 세계로 인도해줄 영감으로서 그들의 짓궂은 장난(MIT에선 ‘해킹’, 칼텍에선 ‘프랭킹’이라고 부른다)을 확인하려 든다.

인디애나주의 양대 명문 INDIANA vs. PURDUE “할머니께서 싫어하시겠지만 난 정말 퍼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인디애나대학의 졸업반 벤 홈릭이 말했다. 할머니뿐 아니라 그의 가족 대부분이 애교심 강한 퍼듀 출신이다. 출신 대학의 충성도에 따라 심하게 분열된 인디애나 주에서 이는 심각한 딜레마다. 인디애나 당국은 의도적으로 양대 지역 명문이 서로 보완관계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퍼듀는 공학·농업·수의학에 초점을 맞췄고, 인디애나는 인문·의학·음악을 전문으로 한다. 그러나 오히려 서로를 깔아뭉개려는 욕구만 더 강해졌다. 가족이 갈렸다는 사실을 알리는 깃발을 내건 집들이 인디애나주 전역에 널려 있다. 집안에 인디애나와 퍼듀 재학·졸업생이 혼재한다는 의미다. “결혼 상담가들이 그런 깃발 앞을 지나갈 땐 눈빛이 반짝거린다”고 인디애나의 라이언 피어렉 대변인이 말했다.

중서부의 스타들 MICHIGAN vs. OHIO STATE 이 두 대형 공립대학은 라이벌이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학부 입학처장으로 첫 해를 맞은 메이블 G 프리맨은 미시간대와 관계를 “전국 최고의 라이벌”이라고 부른다. 미시간대 대변인 데보라 마이어즈 그린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파이팅 블루(미시간대 상징), 힘내라 버크아이즈(오하이오 주립대 상징).”오하이오 주립대의 신입생들은 입학하는 순간부터 라이벌 의식을 경험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미시간주 출신은 모두 일어서게 한 다음 박수를 쳐준다. 타 지역 출신으로 큰 캠퍼스에다 스포츠로 유명한 학교를 원하는 지망생은 택일하기가 수월치 않다. 미시간이 대체로 학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학생 선발기준도 더 엄격하지만 오하이오 주립대는 졸업률이 더 높으며 오하이오주 최대 도시인 콜럼버스의 중심부에 위치해 쇼핑, 외식을 비롯한 여가활동을 즐기기에 더 유리하다. 두 학교 동창생들은 서로 자기네 학교가 미식축구를 더 잘했다고 목청을 높인다. 오하이오주립대는 근년 들어 종합순위 1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한동안 타이틀을 차지하진 못했다. 미시간은 지금은 실력이 처지지만 왕년에 이름을 날렸으며 다른 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1990년대 기부금이 급증한 대다수 대학처럼 두 학교는 그 돈으로 시설들을 더 늘리고 있다. 미시간은 미술관을 약 5000㎡로 넓혀 내년에 개장할 예정이다. 오하이오 주립대는 인근 공립학교와 연결된 보육·지역사회 센터를 열었다. 그러나 이들은 벌써 다음 빅매치의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전통적인 흑인학교 HOWARD vs. MOREHOUSE vs. SPELMAN 흑인문화에 초점을 맞춘 교육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은 이 세 학교를 유심히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워싱턴 DC의 남녀공학인 하워드는 학부생이 약 7300명이다. 애틀랜타주의 남자학교 모어하우스와 이웃한 여자학교 스펠먼은 학생 수가 각각 3000명 정도로 둘을 합치면 하워드와 비슷한 수준에 육박한다. 세 학교 모두 우수한 고등교육 체제를 갖추게 된 데는 활동적이고 유명한 졸업생들의 공이 적지 않다. 노벨상 수상자 마틴 루터 킹 2세는 모어하우스,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가 앨리스 워커는 스펠먼, 노벨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은 하워드 출신이다. 그 밖에도 유명 인사들이 다수 이 학교들을 다녔으며 그들은 민첩하게 최근 졸업생들을 모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경쟁의식이 남아 있지만 3개 학교의 학부생들은 자신들을 통합하는 사회·정치 조직들의 힘에 대한 존경심이 우선한다고 말한다.

미국 영화의 산실 NYU TISCH vs. USC FILM SCHOOL 종합대학의 부속교육기관인 두 학교의 공식 명칭은 뉴욕대 티슈예술학교와 남캘리포니아대 영화예술학교다. 그러나 영화계 사람들은 대개 그냥 NYU 또는 USC 영화학교를 나왔다고 말한다. 양교 모두 지망생들에게 오스카 트로피(아카데미상)로 진열장을 가득 채우는 꿈을 키워주는 스타 졸업생들이 즐비하다. USC는 조지 루카스와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이 대표적이고 NYU는 올리버 스톤과 마틴 스콜세지가 유명하다. 최근 졸업생들은 양교의 차이점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USC는 더 크고 상업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초대형 흥행작) 형이며 NYU는 더 작고 현실적인 독립영화 스타일이다. 1996년 졸업생인 제이슨 슈만은 USC에서 공부하는 동안 영화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던 게 너무 좋았다. “한 주에 사흘 수업을 들으면 나머지 이틀은 워너브러더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고 그가 말했다. 그는 유명 영화제작자들 밑에서 일하면서 ‘어둠의 저주(Darkness Falls)’ ‘대디 데이 캠프(Daddy Day Camp)’ 등 나름대로 제작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제인 르노드는 2005년 NYU를 졸업한 뒤 맨해튼에 남아 공영방송 PBS의 교육관련 보도물을 제작하면서 틈틈이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슈만은 NYU 출신 친구들이 있다. 르노드는 USC 졸업생들을 잘 안다. 아무리 아옹다옹해도 결국엔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교육 전문기자인 필자는 출간 예정인 ‘두 명의 교사가 어떻게 미국 최고의 학교들을 만들었나(Work Hard, Be Nice: How Two Inspired Teachers Created America’s Best Schools)’의 저자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2‘동양의 하와이’中 하이난 싼야…휴양·레저 도시서 ‘완전체’ 마이스 도시로 변신

3불황엔 미니스커트? 확 바뀐 2024년 인기 패션 아이템

4최상위권 입시 변수, 대기업 경영 실적도 영향

5보험사 대출 늘고 연체율 올랐다…당국 관리 압박은 커지네

6길어지는 내수 한파 “이러다 다 죽어”

7"좀비버스, 영화야 예능이야?"...K-좀비 예능2, 또 세계 주목받을까

8킨텍스 게임 행사장 ‘폭탄테러’ 예고에...관람객 대피소동

9美항모 조지워싱턴함 日 재배치...한반도·中 경계

실시간 뉴스

1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2‘동양의 하와이’中 하이난 싼야…휴양·레저 도시서 ‘완전체’ 마이스 도시로 변신

3불황엔 미니스커트? 확 바뀐 2024년 인기 패션 아이템

4최상위권 입시 변수, 대기업 경영 실적도 영향

5보험사 대출 늘고 연체율 올랐다…당국 관리 압박은 커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