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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말한다

이 책을 말한다



쇼핑=물건사기, 몰링=행복찾기

숍(shop)’은 물건을 파는 상점이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 ‘쇼핑(shopping)’은 자연스럽게 ‘구매행위’의 의미를 갖는다. ‘몰(mall)’은 상점가를 가리킨다. 상점인 숍이 몰려 있고 구매행위가 일어나니 ‘쇼핑 몰(shopping mall)’이라는 단어로 구체화되기도 한다. 중요한 차이는 숍은 쇼핑으로 진화해 친숙하지만 ‘몰링(malling)’은 아직 일상어로 쓰이지 않고 개념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몰링의 유혹』. 쇼핑의 세계적 전문가이자 쇼핑행위를 연구·분석하는 전문기업 인바이로셀의 창업자이자 현 CEO인 파코 언더힐이 쓴 책 제목이 선뜻 와닿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몰링’을 ‘몰’에서 이뤄지는 행위로 쓴다. 그렇다면 숍에서 이뤄지는 행위, 즉 쇼핑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몰은 단순한 상점 개념인 숍을 넘어선다.

기본적으로는 지역주민 전체를 위한 생활공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지역을 넘어선다. 결국 ‘몰링’이란 쇼핑과 다양한 레저시설 이용을 통해 특정 장소, 즉 몰에서 즐거움과 여가를 즐기는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몰이 ‘행복공간’으로, 몰링이 ‘행복찾기’로 전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쇼핑전문가가 쓴 책답게 고객 중심으로, 매우 재미있게 구성돼 있다.

“나는 지금 쇼핑몰로 가기 위해 차를 운전 중이다”로 시작해 “이제 너무 피곤해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말로 끝난다. 그 과정에서 구매자와 판매자의 행위, 간판이나 매대의 위치, 점원의 태도 등 쇼핑몰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주체의 다양한 행태들을 담았다. 이 책은 ‘쇼핑몰’은 행복공간이라고 역설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 점 또한 이 책이 갖는 매력이다.

저자는 쇼핑몰, 그것도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쇼핑몰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쇼핑에 대한 ‘강요’를 문제로 꼽는다. 고객은 피곤해지게 마련이다. 온라인 쇼핑도 즐거운 판에 고객은 점차 몰을 외면할지도 모른다. 저자가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것이 포스트 몰(post-mall)이다.

왠지 모르게 쇼핑을 해야 할 것 같은 판박이 몰이 아닌 향수와 살아있는 체험을 제공해 주는 새로운 형태의 몰이다. 마을 하나를 통째로 옛 상가 개념으로 개발한 매사추세츠주의 쇼핑몰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도 이제 주상복합을 넘어 본격적인 ‘몰’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이 책 『몰링의 유혹』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재광 전문기자·지역연구센터 소장·imi@joongang.co.kr




미움 없다면 아름다움도 없다

궤변인가, 역설인가. 『추(醜)의 미학』은 제목부터가 모순이고 도발이다. 그런데 한 호흡 고르고 나서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면 역설 뒤에 숨은 뒷맛이 제법 삼삼하다. 추란 무엇인가. 아름답지 않은 것이다. 미의 부정이다. 미가 존재한 연후에 추가 존재한다. 그러나 미는 추의 존재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이 경계 속에 의외의 시대 코드가 숨겨져 있다.

유행이 좋은 예다. 넥타이의 너비, 스커트의 길이, 젖가슴의 크기 등 유행은 시대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을 달리한다. 유행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유행은 시대의 정신이 특정 형태를 통해 그 시대의 독특함을 적절하게 표현했다고 간주하고 그 형태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시대정신이 유행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분위기가 적절하게 표현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유행은 절묘하게 미와 추의 경계선 위를 곡예한다. 어제의 미가 오늘의 추가 되고, 어제의 추가 오늘의 미가 된다. 그러니 보라. 생물학에서 질병을 다루듯, 윤리학에서 악을 규정하듯, 법학에서 범죄를 분류하고 종교학에서 원죄를 연구하듯, 추를 짚어보지 않고 어찌 온전히 미를 논한다 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추를 논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빌린다.

문학과 연극, 조각, 회화, 음악 등의 작품을 통해 미와 추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저자는 추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천박함과 역겨움을 든다. 천박함의 하위 개념으로는 하찮음, 연약함, 비천함, 우연과 자의, 조야함 등이 언급된다. 역겨움은 졸렬함, 공허함, 추악, 몰취향, 구역질, 악마성 따위의 어미다. 물론 이 개념들은 여러 예술 장르의 풍부한 사례와 함께 이야기된다.

여기서 돋보이는 부분은 저자가 추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로젠크란츠는 추가 미의 개념과 코믹의 개념 중간에 위치한다고 본다. 추라는 요소가 없으면 코믹이 불가능하고, 코믹에 힘입어 추는 미적 자유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통해 미는 추의 저항을 자신의 지배하에 복속시킨다. 이 화해의 과정에서 우리를 유쾌하게 만드는 명랑함이 생성된다는 설정이다.

『추(醜)의 미학』이 씌어진 19세기는 “미학의 목적은 감각적 인식 자체의 완전성이다. 따라서 감각적 인식의 불완전성, 즉 추는 피해야 한다”(바움가르텐)는 정서가 지배적인 시기였다. 그 무렵 예술가들은 도시화·빈곤화에 따른 사회적 현상을 고발하는 문제적 표현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추(醜)의 미학』은 이들 다양한 추한 현상 자체를 일체의 선입견 없이 다루는 개방적 태도를 분명히 함으로써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보들레르의 『악의 꽃』등이 새 전통을 쌓아가게 된다.

송준 북칼럼니스트·bullwalk@naver.com



대한민국 1%로 사는 법
억대 연봉 받는 ‘금메달 사원’의 비결


12명의 억대 연봉자를 기자, 컨설턴트, 헤드헌터, 저술가 등이 직접 취재해 그들의 노하우를 담아놓은 책이다. 일종의 성공노트다. 그들은 능력 개발을 위해 무엇을 했고, 시간은 어떻게 썼는지, 인맥은 어떻게 쌓았는지 생생히 담겨 있다. 자동차 판매왕, 보험설계사, 외국계 기업 임원, 학원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인으로 구성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만의 시간·경력·인맥 관리 노하우를 쌓고, 지속적으로 실천했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시사미디어 특별취재팀 지음
■ 중앙일보시사미디어 02-2000-5251 / 1만2000원




찰스메릴과 주식투자의 대중화
메릴린치 창업자가 지하에서 운다?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매각됐다는 소식과 동시에 메릴린치 창업자인 찰스메릴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10년 전 미국에서 ‘월스트리트에서 메인스트리트로(Wall Street to Main Street)’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을 번역한 책이다. 20세기 초중반 자본시장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당시 월가의 풍경도 읽는 맛이 쏠쏠하다. 위대한 투자가였던 그가 지금의 메릴린치 신세를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 에드윈 퍼킨스 지음, 최성범 옮김
■ 굿모닝북스 031-819-2569 / 1만4800원




성장의 모든 것
시장점유율만이 성장 요인은 아니다


높은 시장점유율이 기업 성장의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까? 세계적 경영컨설팅사인 매킨지 소속 저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점유율 경쟁에 이기고 있어 안심하고 있을 기업가에게는 뚱딴지 같은 소리겠지만, 3년에 걸쳐 세계 500여 개 대기업을 심층 분석한 결과다. 이 책은 기업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보다 심층적으로 관찰하고 세분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고, 그 작업을 통해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패트릭 비거리 외 지음·조성숙 옮김
■ 이콘출판 031-955-7979 / 1만8000원




경기의 흐름을 읽는 기술
역사가 가르치는 경기와 투자의 관계


아무리 좋은 투자종목도 경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경기를 예측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투자에 한 발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경기 국면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중경제학자인 저자는 ‘역사’를 주목하라고 말한다. 역사에서 드러난 물가, 환율, 금융정책의 반복적인 연관성을 따지면, 경기 흐름의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차트와 경제 이론을 배제하고, 최대한 쉽게 해설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 이다 야스유키 지음, 박미옥 옮김
■ 살림출판사 031-955-1350 / 1만2000원



MBA 입학전략
독불장군은 인디애나에 지원 마라


MBA 지원자들을 위한 리소스북이다. 좋은 대학 가는 비법 알려주겠다며, “국영수에 충실하라”는 식의 책이 아니다. 명문 MBA별로 상세한 전략을 제시한다. 가령, 인디애나대학의 캘리스쿨 오브 비즈니스에 들어가려 한다면 ‘독불장군이나 공격적인 사람은 지원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식이다. 그 학교 재학생이나 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내부자 정보’도 도움이 될 듯싶다. 이와 함께, 입학에 필요한 에세이, 이력서, 추천서 등 각종 영문 샘플도 풍부하게 담았다.

■ 오마리 보우나이트 외 지음, 정연희 옮김
■ 휴먼앤북스 02-6327-3535 / 2만5000원




잘나가는 회사 회의를 훔쳐라
생산적 회의를 위한 실전 전략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했지만, 여전히 회의는 모여서 해야 맛이라는 이들이 대다수다. 기왕에 하는 회의라면 생산적이어야 한다. 사장이나 팀장만 중언부언 말하다 끝나는 회의는 그야말로 ‘회의적’이다. 현직 CEO인 저자는 경영컨설턴트 출신답게 풍부한 사례와 도표를 담아 ‘실천할 수 있는 회의법’을 소개한다. 회의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하고, 정리해야 하는지를 담은 실전 회의술이다. 저자는 강한 회사의 회의에는 공통된 ‘틀’이 있다고 강조한다.

■ 야마자키 마사시 지음, 김영환 옮김
■ 문학수첩 031-955-4502 / 9000원




경제상식퀴즈
퀴즈로 경제지수 올리고, 시험도 대비


부록으로 ‘대입·입사 시험에 꼭 나오는 경제 기출 문제’를 수록한 것만으로 책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어려운 경제상식과 용어를 퀴즈라는 형식을 빌려 구성했다. 꼭 알아야 할 120개 문제를 엄선해 뒷장으로 갈수록 난이도를 높여 성취감을 느끼도록 배려했다. 당신이 경제 왕초보라면, 경제학책을 붙잡고 씨름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책이다. 문제마다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도표, 그래프 등을 충분히 동원하는 친절함이 돋보인다.

■ 정재학 지음
■ 길벗 02-332-0931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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