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CEO는 ‘독려형’ 리더
한국의 CEO는 ‘독려형’ 리더
책임감, 열정, 목표 지향성, 집중력, 도전 정신. 한국의 대표적 CEO는 자신이 이런 자질을 갖고 있다고 본다. 포브스가 100명의 CEO 패널들에게 물은 결과 각각 81% 이상이 스스로 이런 자질을 갖췄다고 답했다. 이들은 말하자면 귀납적으로 추출해 본 한국 CEO의 DNA 같은 것이다. 응답률 순으로 열거하면 이렇다.
“나는 책임감이 강하다”(96%), “나는 열정적이다”(88%), “나는 목표 지향적이다”(87%), “나는 집중력이 강하다”(81%), “나는 과제가 벅찰수록 도전적이 된다”(81%). 과제가 벅찰수록 도전적이 된다고 다수가 답했다는 점에서 CEO들은 과제 지향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에 대한 몰입(79%), 융통성(72%), 낙천성(68%), 통찰력-호기심(각각 67%), 학습 능력-설득력(각각 66%) 등도 각각 패널의 약 3분의 2 이상이 스스로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질은 유머 감각(27%), 결과 지향성(50%), 실패 감수 성향(56%), 멀티태스킹 능력(57%)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결과에 비춰 어쩌면 이런 자질은 다소 떨어져도 CEO가 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기업은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조직이므로 CEO가 이런 개인적 자질이나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결과 지향적이라고 답한 패널이 절반에 그친 것은 그러나 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열정, 목표 지향성, 도전 정신 등으로 표출된 성취 지향적인 답변 성향과 상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쩌면 패널들이 결과 지향적이라고 비쳐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유머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선진국 기업 CEO들과 대비되는 점일 듯싶다.
목표 지향성이 뚜렷한 목표 지향형 CEO는 나이로는 50대, 학부 전공별로는 인문학 CEO, 소속사의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겙퓬퀋
유통업 CEO 중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표적 CEO들의 리더십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CEO의 리더십 스타일을 ‘주도형’과 ‘독려형’ 두 가지로 나눴다.
주도형은 결과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사람들이다. 통제적 성향이 강한 반면 변화를 추구하고 의사 결정이 빠르다. 대체로 권위를 중시한다. 독려형은 낙관적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어넣는 타입이다. 사람과 모임을 좋아하고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쓴다. 대체로 인기를 중시한다. 우리는 패널 CEO들을 이 두 가지 타입으로 구분하기 위해 아래의 여덟 가지 성향을 측정했다.
1. 주도형 성향 측정을 위한 설문(응답률)
나는 결과 지향적이다(결과 지향성-50%)
나는 과제가 벅찰수록 도전적이 된다(도전 정신-81%)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실패 감수 성향-56%)
나는 비전을 제시하고 ‘나를 따르라’고 요구하는 형이다(수범 제시형-41%)
2. 독려형 성향 측정을 위한 설문(응답률)
나는 낙천적이다(낙천성-68%)
나는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한 편이다(설득력-66%)
나는 사람을 중시한다(사람 중시 성향-97%)
나는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형이다(참여 유인형-70%)
주도형과 독려형의 분포를 알아보기 위해 편의상 주도형 설문에 동의했으면 1점, 독려형 설문에 동의했으면 -1점을 부여했다. 어느 쪽이 됐든 반대했으면 0점이다. 예를 들어 주도형 성향을 측정하는 네 개의 설문에는 모두 동의하고 독려형 설문엔 모두 반대했다면 점수가 4점이 된다. 이런 리더는 전형적인 주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점수가 -4점이면 전형적인 독려형 리더다. 점수가 0점이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점수는 명목상의 밸류일 뿐 우열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분석 결과 패널 CEO들은 3분의 2에 가까운 압도적 다수(62%)가 독려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도형은 18%에 불과했다. 중립형은 20%였다.
리더십 스타일은 CEO의 속성 내지는 CEO가 처한 환경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우선 50대 이상의 경우 주도형 스타일이 많았다(40대 이하 7%, 50대 21%, 60대 이상 23%). 학부 전공별로 보면 경제겙嚥되?68%), 기타 인문겭英?계열(61%), 이공계(58%) 순으로 독려형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CEO가 종사하는 기업의 규모별로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독려형이 많았다(대기업 55%, 중견기업 63%, 중소기업 68%). 소속사의 업종별로는 서비스겙퓬퀋유통 업계 CEO들은 독려형이, 금융사와 벤처는 주도형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경영인은 오너 경영인보다 독려형 스타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경영인 64%, 오너 경영인 56%).
‘참여 유인형’은 전문경영인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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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규모별로는 중견 기업과 대기업 CEO가(대기업 72%, 중견기업 74%, 중소기업 61%)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전을 제시하고 ‘나를 따르라’고 요구하는 수범 제시형은 반면 오너 경영인 가운데 뚜렷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전문경영인 37%, 오너 경영인 52%). 소속사의 업종별로는 벤처 CEO들 가운데 이런 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제조업 39%, 서비스겙퓬퀋유통업 38%, 금융사 31%, 벤처 69%).
패널들은 85%가 “일방적인 지시보다 소통을 통한 참여의 유발이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는데, CEO들의 이런 인식도 독려형 스타일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 지시보다 소통을 통한 참여의 유발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런 인식 역시 전문경영인 쪽이 높았다(전문경영인 87%, 오너 경영인 80%).
소속사 업종별로는 금융업과 제조업 CEO들이 이런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제조업 90%, 서비스겙퓬퀋유통업 83%, 금융사 94%, 벤처 69%). 소속사 규모별로는 대기업일수록 대체로 참여 유인의 효과에 대한 인식이 높았다. CEO로서의 재임 기간별로 보면 재임 기간이 짧은 그룹 쪽이(5년 미만 90%, 5년 이상 83%), 연령별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이런 인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40대 이하 82%, 50대 84%, 60대 이상 89%).
한편 패널의 절대다수인 73%는 “개인의 능력보다 팀워크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과반수(52%)는 “개인의 개성보다 시스템을 중시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개인의 능력보다 팀워크를, 개성보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경향에 비춰 우리나라 기업의 CEO들이 창업형에서 대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팀워크 중시 경향은 오너 경영인들이 상대적으로 강했다(전문경영인 71%, 오너 경영인 80%). 소속사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CEO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보였다(대기업 69%, 중견기업 67%, 중소기업 86%).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팀워크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0대 이하 70%, 50대 68%, 60대 이상 80%).
개인의 개성보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경향은 오너 경영인 쪽이 다소 강했다(전문경영인 51%, 오너 경영인 56%). 소속사의 업종별로 보면 벤처 CEO들이 이런 경향이 매우 뚜렷했다(제조업 55%, 서비스겙퓬퀋유통업 50%, 금융사 31%, 벤처 77%).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CEO들이 시스템을 중시하는 경향이 다소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업 55%, 중견기업 51%, 중소기업 50%). CEO로서의 재임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재임 기간이 긴 그룹 쪽이 이런 시스템 중시형 CEO가 무려 세 배나 많았다(5년 미만 20%, 5년 이상 59%).
그렇다면 CEO가 리더로서 꼭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잠정적으로 15가지를 패널들에게 제시하고 거기서 고르도록 했다(복수 응답). 패널의 4분의 3 이상이 지목한 것들을 응답률 순으로 열거하면 이렇다. 비전 제시 능력-경영 관리 능력(각각 90%), 전략적 사고 능력-판단력(각각 88%), 변화 추구 자세(85%), 열정(84%), 신뢰성(83%), 커뮤니케이션 능력(75%).
이 밖에 패널의 과반수가 지적한 것은 이런 것들이다. 솔선수범하는 자세(72%), 추진력(71%), 네트워킹 능력(67%), 조율 능력(56%), 높은 인격(52%). 헌신성(47%)과 섬기는 자세(40%)는 리더의 자질로 비교적 적게 지적됐다. 높은 인격, 헌신성, 섬기는 자세 등 도덕성과 연관된 자질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한편 패널들은 “CEO는 연봉이 임직원 중에서 가장 높아야 한다”는 데 29%만이 동의했다. 국내 CEO들의 이런 성향은 선진국 기업 CEO들을 무색하게 할 법하다.
가장 닮고 싶은 CEO는 GE의 잭 웰치
CEO의 활동비를 기업이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가. 패널들은 “CEO의 사적인 활동도 회사가 지원해야 한다”는 데 19%만이 수긍한다고 답했다. CEO의 사적인 활동을 회사가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다. 이런 활동을 회사가 지원하는 것은 CEO의 거의 모든 활동이 경영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CEO는 흔히 휴가 중에도 회사 일로 고민한다. 식사도 주로 업무와 연관된 사람들과 하게 마련이다. 심지어 부인 등 CEO 가족의 이런저런 행실이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CEO의 사적인 활동도 회사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이다. 반면 사적 활동에 대한 지원이 과연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또 정도 차이가 있을 뿐 CEO가 아닌 사람들의 활동도 기업 성과와 관계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CEO의 대화 상대는 누구인가. 우리는 패널들에게 CEO로서 경영 문제를 비롯해 주제를 가리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물었다(복수 응답). 그 결과 믿을 만한 임원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85%가 이렇게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46%가 다른 CEO를 꼽았다.
이어서 가족(38%), 고문겴薇??친구(각각 34%), 대주주(22%), 멘토(20%), 컨설턴트(17%) 순으로 나타났다. 대화 상대로 패널들이 가족과 친구를 비교적 많이 꼽은 것은 CEO는 고독하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흉금을 터놓고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을 대상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CEO들은 믿을 만한 임원 다음으로 가족과 대화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믿을 만한 임원 79%, 가족 66% : 가족을 지적한 비율을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66%, 중견기업 33%, 중소기업 18%). 또 나이가 많을수록 뚜렷하게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경향을 보였다(40대 이하 22%, 50대 40%, 60대 이상 49%). 경영 체제별로 보면 전문경영인은 믿을 만한 임원, 가족, 친구, 컨설턴트와, 오너 경영인은 다른 CEO나 고문겴薇?ぐ?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패널들은 존경하거나 닮고 싶은 CEO로 ‘미국 경영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잭 웰치 전(前)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응답자의 24%가 그를 지목했다. 이어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각각 15%씩 꼽혔다(복수 응답).
4위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의장-‘혁신의 리더’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각각 9%), 7위 이건희 전 삼성 회장(8%), 8위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7%)이었다. 이 밖에 패널 두 명(2%) 이상에게서 지목을 받은 CEO를 열거하면 이렇다. 윤석금 웅진씽크빅 회장(4%), ‘철강왕’ 고 앤드루 카네기 카네기철강 창업주(3%), 고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윤윤수 휠라 회장-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고 마쓰시타 고노시케(松下幸之助) 마쓰시타전기산업 창업주(각각 2%).
CEO 패널 서베이 이렇게 했다 포브스코리아의 네 번째 CEO 패널 서베이는 7월 8일부터 28일까지 e메일 조사로 실시됐다. 일부 답변서의 회수는 팩스를 통해 이뤄졌다. 실사는 최창근 포브스코리아 인턴기자가 맡았다. 응답 집계를 위한 자료 처리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최지연 연구원이 담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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