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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와 함께 살자

메기와 함께 살자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포구에서 서울로 바닷고기 활어를 운반할 때 메기를 함께 넣어야 생존율이 높다 한다. 메기가 민물고기인데도 입소문이 상식으로 굳어졌다.

좁은 땅에 모여 사는 한국인도 이런저런 메기의 등쌀에 이만큼 산다. 한국처럼 짜릿한 뉴스 보도가 범람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추석 휴가 전날까지의 2~3주일만 돌아봐도 그렇다. 베이징 올림픽 순위 7위는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우리 선수들은 앞으로 아마 반세기 이내에 반복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의 근접거리까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내외가 직접 나와 4위로 개선한 영국 대표팀 선수를 일일이 맞이하는 열렬한 환영 장면을 점잖은 BBC가 오랫동안이나 연속 방영했다.

한국인에게는 그런 쾌거도 벌써 옛 이야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쓰나미가 미국의 패니메이를 강타해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는 등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태풍이 엄습하는 가운데 치러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지명자 새라 페일린이 돌풍을 일으켰다. “나는 여러분과 같은 하키맘이다. 하키맘과 싸움개의 차이는 립스틱뿐이다.” 페일린의 연설은 평범한 가정주부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한때 오바마의 일방적 우세로 점쳐지던 선거판이 혼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 인접국 모두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그루지야 일부 영토를 점령한 러시아가 예전 소연방 시대의 포악성을 드러내고, 올림픽 개최 성공에 힘입어 중국 패권주의 기세가 용틀임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껄끄러운 수상을 선출할 듯싶다. 한편 스위스 제네바 인근 27km 길이의 둥근 지하 터널에서 유럽원자력공동연구소가 양성자 충돌실험을 개시했다.

우주 탄생 빅뱅 직후의 상황을 재현하는 실험에서 자칫 지구 전체를 빨아들일지 모르는 블랙홀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예산 타령으로 뒤처진 미국 시카고의 페르미 연구소가 체면을 구겼다. 국내산 메기들이 많다. 외환과 금융 시장을 강타한다는 9월 위기설은 불발로 그쳤으나 루머의 끝자락인 9월 11일에 예정됐던 외평채 발행이 연기됐다. 뻔한 매수자들의 높은 가산금리 요구를 예상 못해 위기설 진정은커녕 불씨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평양 김정일의 중병설이 긴장을 돋운다. 한때의 소박한 통일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든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사태 진전에 비춰 보면 이번에도 관계 개선보다는 개악 쪽으로 점쳐진다. 그런 북한이 핵 폐기를 거부하고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새 미사일 기지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가까운 악재는 현대차노조의 파업중독증 재발과 난형난제 격인 기아차노조의 과욕이다. 협력업체 근로자를 등쳐 먹는 귀족노조, 수출 경쟁력을 상실시켜 회사 생존기반을 앗아가는 자해공갈 노조가 그들의 본색을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호재도 있다. 삼성전자가 10배 빠른 스마트폰용 퓨전 메모리 반도체 원(One) D램 상용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지난 7월 한국이 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플라즈마 발생 실험에 성공한 데 이어 고속증식로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30년 핵융합발전이 실용화되면 에너지 자급자족은 물론 수출까지 가능하다는 꿈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세계은행은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 23위(181개국 중)로 지난해보다 7단계 올렸다. 이래서 한국이 재미있는 나라다. 주변국 정황을 예의관찰, 대비하면서 경제 사회의 비효율 요소를 털고 창의적 노력을 기울이면 메기쯤이야 자극제 또는 먹을거리로 삼으면 된다. 아마 한국인은 죽어서도 따분한 천당보다는 화끈한 지옥 가까이에서 살기를 선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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