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 ‘신천지’를 향해 뛴다
녹색산업 ‘신천지’를 향해 뛴다
지난 10월 28일 경남 창원에서 개막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 참가한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국가나 민간영역에 걸쳐 환경경영은 앞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저탄소 경제는 향후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 패러다임”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말대로 ‘환경과 그린(Green)’은 기업 경영에서 빠질 수 없는 화두가 됐다. 세계 선진 기업들은 그럴듯한 포장이 아니라 생존 차원에서 ‘그린 컴퍼니’를 지향한다. 주요 국가들도 녹색산업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일본·EU 모두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국가 성장산업으로 삼고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세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신성장동력의 핵심 슬로건이 녹색성장이다. 세계 선진 기업들의 경쟁은 훨씬 치열하다. 이들 기업은 일찌감치 녹색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절대 강자가 없는 불모지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도요타가 좋은 예다. 도요타는 1990년대 초부터 친환경 경영에 나섰다.
1992년 발표한 ‘도요타 지구환경헌장’은 배출가스 감축과 환경 관련 신기술 개발을 골자로 한다. 도요타가 현재 다국적 자동차회사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착수한 것이 1993년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도요타 글로벌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녹색경영에 한층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채용하고, 고성능 2차전지와 연료전지 개발,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잇따라 친환경 경영을 선언한 상태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하이브리드카·수소차 등 미래 친환경차 개발과 친환경 제철소 건설을 주요 내용으로 녹색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미 “친환경 차량은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핵심 부품과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그린 컴퍼니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최근 포항에 준공한 발전용 연료전지 상용화 공장 준공식에서 이구택 회장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연료전지 사업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전략 가동
이미 13년 전 녹색경영을 선언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옥수수 전분을 재료로 만든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또 수은이 없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모니터, 오존층 파괴지수가 제로인 냉매를 채용한 냉장고 등 전 제품에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노력으로 ‘EPEAT(미국 전자제품 환경성 평가시스템)’ ‘블루엔젤(독일)’ 등 해외 친환경 인증마크 6종을 취득했다.
LG전자는 태양광 사업을 친환경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삼고, 전 계열사가 연계된 사업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또 회사 내에 친환경전략팀을 구성하고, 각종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LG전자는 태양전지 연구개발 및 제조기술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조명으로 각광받고 있는 LED사업, 2차 전지,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도 LG그룹의 차세대 그린 사업으로 꼽힌다.
환경경영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연결하는 고리로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협력사인 중소기업을 뺀 환경경영은 대기업에도 반 쪽짜리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의 녹색산업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환경경영 파트너십을 맺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라”면서 “이는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관련 부품업체의 고용증대와 생산유발로 이어져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 간의 상생경영을 통한 녹색성장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협력업체에 친환경 그린카 연구개발비 100억원을 무상 지원하고, 상생협력 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롯데백화점이 상품군별 대표 협력사 23개 회사와 ‘협력회사 상생경영-친환경 그린 파트너십 협약식’을 맺어 화제가 됐다.
이 협약은 롯데백화점이 협력회사의 환경경영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 삼성전자, 포스코, KT 등도 녹색경영 관련 대-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고, 지식경제부는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동원해 중견·중소기업까지 환경경영을 확산하는 그린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친환경 제품 개발에 나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중소기업도 대거 늘고 있다. 천우테크, 디에이치테크, 이앤위즈, 파이버프로 등은 ‘환경경영’에 한 발 앞선 중소기업으로 꼽힌다. 천우테크는 LNG선, LPG선 표면처리제인 ‘CW R2’라는 제품으로 급성장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작업 중 유해가스가 유발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식자재 원료를 활용해 환경이나 인체에 무해하다는 평이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0%나 뛰었다. 디에이치테크는 냉각탑 설비와 직결되는 다양한 수처리 주변설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포스코가 디에이치테크의 주요 고객이며 이 회사는 수처리 주변설비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냉각 수처리 장치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의 우수 협력사로 포스코 수처리 분야의 선두주자다. 이앤위즈는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IT 기업이다. 이 회사는 대기, 수질, 생태, 화학물질 등을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 삼성전자 등과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광통신 시스템 분야 부품업체로 유명한 파이버프로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계측할 수 있는 ‘광소자 생산 계측 시스템’과 ‘광섬유 센서 기기’ 등을 개발해 국내 대기업이 대거 진출한 태양광 발전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업체다.
“녹색 마케팅 통해 소비자 공략”
전문가들은 녹색산업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육성하기에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에 집중하면 선점 기회도 열려 있는 게 녹색산업 분야다. 현재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시장 국가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태지만 이제 막 열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선도기업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친환경적 이미지를 확립할 수 있는 슬로건을 제정하는 등 녹색 마케팅을 통해 환경에 관심이 커진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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