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새 뉴딜정책 혼란만 부른다
[Point of View] 새 뉴딜정책 혼란만 부른다
오바마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기 급하강을 막는 일이다. 사진은 뉴욕의 모건스탠리 본사.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와 관련해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기부양책의 목표를 경제 회생과 금융위기 해소에 둘 것이냐, 아니면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야심찬 경제·사회 개혁을 추진할 것이냐는 선택이다. 전자는 정치적 합의와 경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후자는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게 확실하다. 모든 신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그들이 원하는 의제를 최우선순위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건강보험 확대, 지구온난화 대책, 노동조합 지원 등을 신속히 이행하라고 아우성친다.
하지만 오바마 자신과 국민을 위해선 취임 후 1년 동안은 경제 안정에 주력하는 게 낫다. 그러면서 광범한 개혁 의제의 토대를 끈기있게 쌓아 나가야 한다. 이번 경제위기의 특징은 경악 그 자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빅3 자동차 회사가 국민에게 충격을 준 것은 가장 최근 사례다. 놀랄 일은 더 많을 듯하다.
미국과 세계 경제가 우려할 만한 속도로 힘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자 신뢰도는 22년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 10월 미국의 내구재(기계·자동차·가전제품) 주문은 6.2% 줄었다. 외국의 상황도 나을 건 없다.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이 8%가량 줄었다. 독일은 경기침체에 들어섰고, 중국의 성장도 급격히 둔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 관리와 광범한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건 혼란을 가중할 뿐이다. 정치 갈등도 심화될 것이다. 이론적으론 두 가지 목표가 양립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예컨대 오바마는 개혁 과제인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통해서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보건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해 보건비용을 줄이겠다고 홍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홍보는 문제점을 가릴 뿐이다. 에너지와 보건 부문의 개혁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다. 위기 의식으로 개혁안이 의회를 쉽게 통과할 것이란 생각은 환상이다. 일부 생산자와 소비자에겐 득이겠지만 나머지에겐 실이다. 개혁 추진은 추가 비용을 필요로 하고 엄청난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성공하려면 ‘탄소 배출권 총량거래제(CAT)’를 실시해야 하고 이는 기업의 에너지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친환경 투자가 대규모의 영구적 고용창출 효과를 낸다는 생각은 신기루다. 이런 투자엔 반드시 비용이 들어간다.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든지, 세금이 늘든지, 혹은 정부의 다른 사업비 지출이 줄어든다.
친환경 일자리가 창출되는 만큼 다른 분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 개혁으로 비용을 줄이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오바마의 보건 개혁이 초기엔 오히려 비용을 늘릴 것이란 점이다. 우선 국민건강보험 수혜자를 확대하면 정부의 보건 지출이 늘어난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느는 데 비해 의사와 병원의 공급은 (상대적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선거에서 이겼다. 평상시라면 선거 공약의 이행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가 거듭 강조했듯 경기침체 악화를 막는 일이다.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 지출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예산정책연구센터(CBPP)에 따르면, 주(州)정부의 경우 세입이 줄어 2011년 중반까지 재정적자 규모가 2000억~25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주정부들이 예산 균형을 이루려면 세입을 늘리거나 세출을 줄여야 한다. 대규모 경기부양 주장의 논거는 그것이 개인소비 지출 감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책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주정부 등 지방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 실업수당 지급 기한의 연장, 세금 환급(오바마의 선거 공약에 따르면 미혼 근로자에겐 500달러, 맞벌이 부부에겐 1000달러), 대규모 인프라 공사(도로·교량·하수도·학교·풍력 발전) 등이 모두 정부 예산으로 집행된다.
경기부양책의 정치적 이점은 광범한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다. 지방정부 관리, 기업, 노조 등이 이를 환영한다. 사실 모두가 지원금을 타내려 애쓴다. 자동차와 주택 업계는 새 차나 집 구입자에 대한 감세로 수요를 늘리자고 주장한다.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CBPP의 로버트 그린스타인은 지적한다.
대부분의 감세 혜택은 어차피 구입하려 결심했던 소비자에게 돌아갈지 모른다. 오바마는 취임하자마자 의회가 경기부양책을 승인해 주길 바란다. 그때가 바로 오바마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그는 뉴딜정책 같은 ‘과감한’ 개혁안을 신속히 밀어붙이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실수가 될 것이다.
그의 광범위한 개혁 의제는 대부분 이번 위기와 관련이 없다. 개혁안을 놓고 의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일면 국민은 불안해 한다. 물론 미국은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와 보건·에너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목표를 달성하려다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가장 절실한 건 경제의 급하강을 막는 일이다.
오바마는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절박한 불안감 속에서 당선됐다. 따라서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일이어야 한다.
[필자는 뉴스위크 칼럼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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