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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술계로 열린 창

중국 미술계로 열린 창

베이징(北京) 따산즈(大山子)에 자리 잡은 798 예술특구에는 여러 갤러리와 작가의 스튜디오가 모여 있다. 이 특구에서 중국 작가들이 발산하는 열기를 국내에 전하는 갤러리가 있다.

지난 12월 4일 서울 도곡동의 한 상가 건물 1층. 은행, 골프용품 매장, 아이스크림점, 제과점 등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그림 한 점으로 행인의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그림 속에선 민소매 셔츠를 입은 소년이 고개를 숙이고 정면을 응시한다. 소년은 머리카락을 청나라때 아이처럼 이마 부분만 남기고 밀었다. 소년이 두 손으로 한껏 끌어당겨 입을 가린 셔츠엔 마오쩌둥(毛澤東)의 얼굴이 찍혀 있다.

세로 1.5m로 긴 이 작품을 내건 곳이 앤디스 갤러리다. 이 중국 작품은 앤디스 갤러리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앤디스 갤러리는 2008년 7월 이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젊은 중국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알리는 데 집중했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 상하이 경매, 유럽의 여러 갤러리에서 작품을 골랐다. 12월에는 리티안빙, 송지아이, 천얀칭 등 유럽과 미국에서 주목받는 40세 미만인 여러 중국 신진 작가의 작품을 모아 전시했다. 변발한 소년을 그린 그림은 천얀칭의 작품이다.

중국 신진 작가의 작품은 투자 가치가 높은 미술품으로 꼽힌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작가의 작품은 세계 각지의 경매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로 중국 기성 작가의 작품 낙찰률이 30~50%대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신진 작가 작품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앤디스 갤러리는 전한다.

이 갤러리의 정경화 팀장은 “중국 신진 작가의 작품 가격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은색과 빨간색을 중심으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작가 구안용(寬容)의 인기는 도리어 높아졌다. 최근 구안용 작품 중 한 점이 초기 추정 가격의 세 배 이상의 가격에 낙찰됐다.

앤디스 갤러리는 <붉은 꽃> (Red Blossom) 등 그의 작품 몇 점을 소장하고 있다. 구안용의 작품은 소재가 독특하다. 그의 그림에는 항상 책과 펜이 등장한다. 등장 인물은 수도승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1966년부터 10년 동안 계속된 중국의 문화혁명기에 탄압받던 종교인의 모습을 그린 듯한 작품이 많다.

정 팀장은 “지금까지 표현하지 못했던 과거를 문화혁명 이후 교육받은 젊은 세대가 서양의 도구인 캔버스에 물감을 사용해 그렸다”며 “이 점이 구안용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작가 송지아이는 한족 전통 의상을 입은 동물을 그린다. 그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파리에서 엘리트 인재를 기르는 미술 전문 그랑제콜에 다니며 작품 활동을 한다.

스위스 갤러리에서 발탁된 후 유럽의 갤러리에서 전속 작가로 섭외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앤디스 갤러리에 전시된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엔 빨간 관복을 입고 화려한 관을 쓴 두루미와 하늘색 도포를 걸친 하마가 무표정하게 서 있다. 정 팀장은 “인간 내면의 동물성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앤디스 갤러리는 기성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몸에 꿀을 바르고 변기 위에 앉아 있는 등의 행위 예술로 이름을 알린 작가 장후안(張洹)의 그림인 <시아오-시아오-> (Xiao-Xiao-)가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 사원에서 향을 피우고 남은 재를 활용했다. 20가지 색조로 한 사람의 얼굴을 투박하게 표현했다.


그의 멍하면서도 슬픈 표정에서는 역설적으로 사원에서 향을 피우며 뭔가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중국인의 모습이 읽힌다. 담배 피우는 여자를 그린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 허센의 초기 작품도 볼 수 있다. 미술품 수집을 즐기다 앤디스 갤러리를 연 박현준(51) 대표가 오랫동안 소장한 작품이다.

허센의 초기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는 찾기 어렵다. 그의 <초상화 1, 2> (Portrait 1, 2)에는 남자와 여자의 얼굴이 묘사돼 있다. 눈이 없어서 좀 기이한 분위기가 난다. 앤디스 갤러리가 중국 작품만 다루는 건 아니다. 2008년 2월 문을 연 이 갤러리에서는 처음엔 국내에 널리 알려진 김창렬, 박생광, 이대원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2009년 2월에는 국내 신진 작가 두 명의 작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투명한 유리 구슬이 박힌 그림으로 알려진 작가 이강욱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표현해 주목받은 작가 홍성철의 그림이다. 소규모 자본으로 투자 가능한 작품이다. 앤디스 갤러리에서는 전시된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큐레이터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그림 이야기를 나누는 관람객도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투자 상담을 받으면 된다. 텅 빈 갤러리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이에게 정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앤디스 갤러리가 권하는 미술품 투자 방법
● 홍콩 크리스티 경매, 상하이 경매, 소더비 경매 등에서 꾸준하게 높은 낙찰가를 받은 작가의 작품을 고른다.

●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그 작가의 작품을 주로 다루는 갤러리에 문의한다.

● 미술품 투자에 꼭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100만 원 이하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 일단 가까운 곳에 걸어 두고 보기 좋은 작품을 고른다. 그림을 보면서 얻는 즐거움도 미술품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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