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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와인의 메카 ‘멘도사’

남미 와인의 메카 ‘멘도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우리 집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남짓 가면 멘도사다. 나는 멘도사의 포도원을 방문할 때마다 주인들과 한담을 나누면서 몇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들이 한가해서 그런 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 규모의 포도주 생산국으로 지난 10년 새 수출이 3배로 늘었다. 그 가운데 70%가 멘도사 몫이다. 이곳의 포도원 주인들은 자고로 사소한 인사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기분이 좋을 땐 저장통에 담긴 포도주를 맛보기로 따라 주기도 한다. 나는 월터 브레시아 포도원의 너저분한 저장고에서 인상 좋은 주인과 함께 말벡-카버네-메를로 혼합주를 맛보았다. O 푸르니에 포도원에선 주인 주제 마누엘 오르테가의 사랑스러운 부인 나디아가 준비한 프리스비(던지기 놀이용 원반) 크기의 꽃등심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솔직히 이런 경험 덕분에 그들의 포도주를 훨씬 더 좋아하게 된다.



10대 말벡 와인



1. 아차발 페레르: 핀카 알타미라 2005


2. O. 푸르니에: 알파 크룩스 2004


3. 보데가: 살렌테인 프리무스 말벡 2003


4. 카테나 사파타: 말벡 아르젠티노 2004


5. 보데가 라 루랄: 루티니 말벡 2006


6. 루이기 보스카: 말벡 D.O.C. 2005


7. 파밀리아 주카르디: 말벡 2006


8. 에스코리후엘라 가스콘: 말벡 2006


9. 리카르도 산토스: 엘 말벡 드 리카르도 산토스 2006


10. 트라피체: 폰드 드 카베 레저바 2005

멘도사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도주 명소로, 다시 말해 유명 와인 전문지(Wine Enthusiast)에서 2008년 ‘올해의 와인 산지’로 선정된 것은 바로 이런 개인적인 관심(그리고 눈 덮인 안데스 산맥의 숨 막히는 절경) 덕분이라고 나는 믿는다.
요즘 아르헨티나의 포도주 산업은 관광산업의 잠재력에 눈뜨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수백만 달러를 들여 현대식 시음실, 전원풍의 부티크 호텔, 세계 정상급 음식점들 그리고 스키·패러글라이딩·급류타기 같은 야외 레저시설들을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남반구(1~3월)의 여름은 관광하기에 딱 알맞은 시기다. 녹음이 우거진 멘도사는 여행 전초기지로 안성맞춤이다.

하얀 기둥이 돋보이는 파크 하얏트는 도시 중심가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고급 숙박시설이다. 이웃한 카지노에서 게임으로 기분전환을 한 뒤 새로 문을 연 바인스 와인 바에서 한잔 걸치면 단잠을 이룰 수 있다. 아르헨티나산 100대 최고급 빈티지 와인을 잔 또는 병으로 판매한다.

고급스러운 셰러턴 호텔도 인근에 새로 문을 열었다. 17층에서 내다보는 안데스 산맥의 아름다운 경치로 하얏트의 고객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멘도사 외곽에 있는 카바스 와인 로지는 고급 점토 벽돌 오두막집들로 이뤄져 있다. 이 오두막집들은 포도나무와 우뚝 솟은 나무들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접객 직원이 소믈리에와 함께 하는 개별 시음뿐 아니라 요리강습, 승마 유람을 주선해 준다. 레스토랑에선 현지 별미에 약간 변화를 더한 음식을 내놓는다. 훈제 송어에 치즈·블루베리 무스를 곁들인 요리가 대표적이다. 약간의 로맨스를 원하는 사람은 각 방의 바깥쪽 발코니에서 불을 지핀 뒤 현지산 비오니에 백포도주를 한 잔 따라 들고 산 너머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기분이 그만이다.

카사 마고는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탱고 곡에서 이름을 따왔다. 아르헨티나 최초의 샴페인 호텔이라고 자부하는 곳이다(샴페인이란 이름은 프랑스산 와인에만 쓸 수 있다는 말에 아르헨티나인들은 발끈 한다. 거품만 나면 모두 샴페인이라는 주장이다). 벽돌이 겉으로 노출된 특실 두 곳은 천장이 아치형이며 고풍스러운 공예품과 현대적인 설비를 갖췄다.

안락한 분위기의 술집은 은은한 촛불 아래 생음악을 들으며 샴페인을 곁들여 만찬을 즐기기에 좋다. 멘도사를 방문하면 반드시 아차발 페레르 포도원 투어에 참가해야 한다. 이 포도원은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핀카 알타미라와 핀카 벨라 비스타를 생산한다. 투어를 안내하는 패트리샤 램버트는 내가 만난 가장 매력적인 와인 가이드다.

램버트를 따라 포도원의 생산현장을 순회하는 동안 그녀의 열정이 피부로 느껴진다. 현장에선 작업자들이 와인 병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라벨을 붙인다. 에스코리후엘라 가스콘 포도원 안에 자리 잡은 1884 레스토랑은 값이 비싸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그런 결점도 장점을 가리지는 못한다.

스타 요리사 프란시스 말만은 아직도 가끔씩 흰 가운 차림으로 나타나 간편하고 전통적인 현지 요리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과시한다. 두툼하게 썬 최상급의 쇠고기·생선·돼지고기가 특징이다. 말만이 가장 선호하는 요리는 치미추리 소스, 감자, 샐러드를 곁들인 엔트라나(뼈를 발라 낸 쇠고기 가슴살)다.

“우리의 전통·문화·뿌리를 상징한다”고 언젠가 그가 말했다. 훌륭한 포도주를 생산하는 지역은 멘도사뿐 아니다. 이 나라의 북단과 남단에도 포도원이 많다. 파타고니아 지방의 바람 많은 네우켄에 위치한 보데가 NQN은 놀라울 정도로 상쾌한 맛의 로제 와인을 포함해 우수한 포도주를 생산한다.

북부의 살타 지방에는 세계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포도원이 몰려 있다. 1831년에 세워진 도널드 헤스 소유의 보데가 콜로메는 수상 경력이 있는 토론테스 등 미묘한 맛의 포도주를 만들어낸다. 토론테스는 상큼한 맛의 백포도주다. 호화로운 콜로메 에스탄시아엔 9개의 고급 객실이 있으며 골동품 집기들로 장식됐다.

미술품 전시관과 산책로도 있다. 스타우드 호텔 체인이 운영하는 파티오스 드 카파야테 호텔&스파는 아르헨티나 최초의 와인 스파다. 포도의 유익한 성분을 이용해 다양한 요법을 마련했다. 말벡 보디 랩(미용효과가 있는 재료로 몸을 감싸는 미용술)은 어떨까? 엘 에스테코 포도원 부지에 있는 호텔은 하얀 식민지풍 건물이다.

2인용 더블 자쿠지를 갖춘 3개의 특실을 포함해 30개의 객실이 있다. 남미 와인 관광을 떠나서도 볼거리가 많다. 칠레 와인 생산지의 중심이 안데스 산맥 바로 건너편에 있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의 영향으로 수십 종의 뛰어난 포도주가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카르메네레 품종이 대표적이다. 칠레의 포도주 생산자들도 기억에 남을 만한 와인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BRIAN BYRNES



A Very Private Label


‘내 포도밭에서 내 와인을…’


누구나 만찬 파티를 열어 맛 좋은 포도주를 돌릴 수는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내 포도원에서 생산된 이 2007년산 카버네-시라 혼합주를 맛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포도원을 매입해 직접 포도주를 생산하는 애호가들이 는다. 멘도사 우코 밸리에 있는 ‘개인 포도원 부지’(Private Vineyard Estates)는 265만㎡의 땅을 분양한다.

희망자들은 이 지역의 값싸고 질 좋은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고 2006년 이 회사를 창업한 마이클 에번스가 말했다. “세계 어느 지역보다 맛 좋고 값싼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헥타르(1만㎡)당 14만5000달러의 땅값은 헥타르당 기본 가격이 72만 달러인 내파 밸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다.

매입자는 포도 품종을 선택하고 관개·재배 기법을 정하고 병의 라벨에 넣을 도안을 만들 수 있다. 에번스의 회사(The Vines of Mendoza)는 수확·생산·병입(bot-tling)·출하를 담당한다. 구미 지역 주인 50여 명이 이미 포도 묘목을 심고 첫 수확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유명 요리사 볼프강 푸크도 아르헨티나에서 수확한 포도주를 자신의 음식점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그 밖에도 빌라 돌체 비타는 ‘와인 라이프스타일’ 공동체를 건설 중이다. 저마다 포도원이 딸려 있는 지중해식 주택단지다. 루한 드 쿠호 지역의 산타 마리아 드 로스 안데스는 개인 주택과 포도원용으로 1만~7만㎡의 부지를 분양한다. 자신이 직접 생산한 포도주의 마개를 따는 기쁨을 어디에 견주랴!


B.B.





There's More Than Grapes


레저활동과 미술품도 ‘일등급’


멘도사에는 포도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놀거리가 많다. 현지 포도원들이 2~3월의 포도 수확철에 맞춰 특별활동과 행사를 풍성하게 마련했다. 마스터스(Masters of Food & Wine South America, 2월 10~15일)는 세계 일류 요리사 몇몇이 멘도사의 파크 하얏트에 모여 갖는 주연이다. 이들은 지역 각지의 여러 포도원을 찾아가 음식을 준비한다.

미식가들은 세계 최고의 정상급 미식 전문가들과 어울리고 평소 아르헨티나에서 볼 수 없는 별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3월 첫 주말에 열리는 전국적인 포도 수확 축제(Fiesta Nacional de la Vendimia) 때는 퍼레이드와 파티가 열린다. 멘도사 외곽에 있는 그리스 양식의 대형 원형극장에서 미인대회도 열린다.

마이푸 지역의 파밀리아 주카르디는 훌륭한 포도주와 올리브유를 생산한다. 열기구 타기, 골동품 자동차를 이용한 포도원 투어, 자전거 여행 등 갖가지 상상력 넘치는 여가활동도 준비했다. 관광객들이 직접 포도나무 가지를 치거나(6~8월) 포도를 수확(2~3월)하는 체험 행사도 있다. 미술 애호가라면 주카르디의 포도주통 보관실 안에 마련된 갤러리가 반가울 것이다.

아르헨티나 현지 미술가들의 작품이 돌아가며 전시된다. 우코 밸리에 있는 미래풍의 O 푸르니에 포도원도 아르헨티나 국내외의 인상적인 미술품 컬렉션을 전시한다. 지하 와인 저장고와 전용 시음실 등 건물 곳곳에 전시하고 조명을 환하게 밝혔다. 근처에 있는 네덜란드인 소유의 살렌테인 포도원에는 자체 미술관이 있다.

니콜라스 가르시아 우리부루와 레엔데르트 반 데르 블리스트 등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저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을 소장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는 말벡(포도 품종)이 필요 없다.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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