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삼국지’ 시대 최후의 승자는?
‘新 삼국지’ 시대 최후의 승자는?
(왼쪽부터)이석채 KT 사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박종응 LG테이콤 사장 |
현재 국내 통신시장은 유선 분야에서 KT-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LG파워콤갟G데이콤, 이동통신 분야에서 SK텔레콤-KTF-LG텔레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KT가 KTF를 합병해 유선과 이동통신의 2개 리그 통합팀을 만들기로 하면서 통신시장이 ‘新 삼국지’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동전화 가입자 4560만 명, 시내전화 2200만 가구, 초고속인터넷 1550만 가구로 이미 새로운 가입자를 찾기 어려운 포화 상태다. 통신업체들은 성장이 거의 멈춘 이 시장의 탈출구로 그룹 단위 합병과 협력으로 리그를 통합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합상품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인터넷TV(IPTV)로 대표되는 방송 서비스를 합쳐 부가가치를 올리려는 전략이다.
- 먼저 포문 연 KT = 새로운 ‘통신 삼국지’ 시대의 포문은 KT가 열었다. KT는 1월 14일 옛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던 이석채 씨를 새로운 사장으로 선임하고, 경영체제를 정비했다. KT는 1월 중 방송통신위원회에 KTF 합병인가를 신청하고 상반기 중 합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KT의 목표대로라면 올 상반기 중 연간 매출액 19조 원, 당기순이익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거대 통신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합병인가 신청을 받은 후 최장 3개월 안에 합병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의 인가를 받으면 KT와 KTF는 각각 이사회에서 합병을 의결하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최종 결정한다.
정부와 통신 업계 관계자는 “유선과 이동통신의 결합이 세계 통신산업의 대세여서 KT와 KTF 합병을 반대할 명분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KT가 유선과 이동통신을 결합한 종합 통신그룹 체제를 꿈꾼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T는 옛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 무선호출기(삐삐)와 이동전화 서비스를 위한 자회사 한국이동통신(KMT)을 세워 이동통신 사업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정부가 KT의 통신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1994년 KMT를 선경그룹(현재 SK그룹)에 매각하면서 꿈이 깨졌다. 당시 매각된 KMT가 현재의 SK텔레콤이다. KT는 그 후 96년에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가 탄생할 때도 직접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 태세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정부는 KT의 독점 지배력을 걱정해 이동통신 분야 자회사인 KTF를 따로 만들도록 방향을 틀었다. 이동통신 시장 진출의 꿈을 두 번이나 이루지 못한 KT는 KMT 매각 이후 15년 만에 KTF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꿈을 이루려 하고 있다.
- SK텔레콤갨K브로드밴드 합병 = KT와 더불어 국내 통신시장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SK텔레콤은 이미 지난해 유선·이동통신 결합 준비를 끝내놨다.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2위 업체인 SK브로드밴드를 전격 인수한 것.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의 절대강자지만, 결합상품이나 방송·통신 컨버전스에 대응할 유선통신 인프라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던 SK텔레콤은 KT의 KTF 합병 움직임을 포착하고 2007년부터 SK브로드밴드 인수 작업에 나서 지난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SK텔레콤은 KT-KTF 합병에 정부가 어떤 조건을 붙여 인가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KT-KTF 합병인가 조건이 합병의 이점을 상쇄할 만큼 까다로우면 굳이 SK브로드밴드 합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인가 조건이 괜찮다면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해 KT그룹과 승부를 겨룬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한 몸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긴밀한 결합체제를 갖추고 있다. 일단 올해는 유통통합을 시도한다. SK텔레콤이 유통전문 자회사를 세워 SK텔레콤 이동전화와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를 함께 판매하는 유통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브랜드는 SK로 합쳐놨고, 결합상품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아직 기업은 둘로 나뉘어 있지만 이미 유통과 브랜드에서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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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그룹 3형제는 유선사업자부터 합병 = LG그룹은 기업용 유선통신 전문업체 LG데이콤, 초고속인터넷 전문 LG파워콤, 이동통신업체 LG텔레콤 등 ‘LG 3콤’으로 통신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선과 이동통신 리그에서 모두 하위권인 LG그룹의 3형제는 공식적으로 “각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당분간은 합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유선통신업체인 LG데이콤과 LG파워콤 합병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IPTV와 인터넷전화 시장의 경쟁에서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합병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LG파워콤은 지난해 기업공개(IPO)로 LG데이콤과 합병의 초석을 마련했다.
LG파워콤 지분 구조는 LG데이콤 40.9%, 한국전력 38.8%, SK텔레콤 4.5%, 포스코 및 계열사 4.5%, 기타 11.3% 등으로 비교적 단조롭다. 2대주주인 한국전력은 LG파워콤 보유 지분을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최대주주인 LG데이콤만 의지를 굳히면 LG파워콤 합병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 3형제를 합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LG그룹이 데이콤과 파워콤 합병을 적극 추진하지 않는 것도 아직은 가벼운 몸으로 경쟁하는 게 수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KT-KTF의 합병 효과가 예상보다 강력할 경우 LG그룹도 결단을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통신·방송 결합상품 경쟁 올해 통신시장의 격전지는 결합상품이 될 전망이다. 올해는 ‘유선+무선+인터넷+TV’의 결합상품 경쟁이 본격화하는 해다. 업계는 올해의 판매 성적이 앞으로 통신업체의 생존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합상품 경쟁은 KT그룹과 SK텔레콤그룹의 정면 대결로 더욱 불 붙을 전망이다. 통신시장 맏형인 KT는 지난 2∼3년간 유선통신의 침체로 매출 부진과 성장동력 부재라는 비판을 받으며 고전해 왔다. 이런 사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한 SK텔레콤에 매출은 물론이고 산업 영향력까지 추월당할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KT의 위기극복 대안이 결합상품이다. 지난 4년여간 인터넷TV(IPTV) 사업권을 따기 위해 공을 들인 것도, KTF와 합병을 서두른 것도 그래서다. KT가 내세우는 결합상품의 필살기는 전통적으로 강세인 유선통신, 초고속인터넷, IPTV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677만 명(시장점유율 53%)에 이르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에게 IPTV를 묶어 판다는 전략이다. 가입자당 월 8000원 선의 사용료 증가 수입을 얻는 것은 물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SK텔레콤 진영에 뺏기지 않도록 묶어둔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KTF의 이동전화를 결합해 유선 시장의 경쟁력을 이동전화 시장까지 확대한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또 KT만의 인터넷전화인 ‘SoIP(Service over IP)’를 결합하면 집전화 시장도 지키면서 전화 수익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전체 시장의 절반 수준인 2300만 이동전화 가입자를 기반으로 지난해 인수한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동전화 가입자를 온 가족결합과 같은 요금할인 상품으로 묶는 게 1단계다.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해 연말엔 258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여기다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를 결합하는 전략인데, 이미 지난해 말 SK브로드밴드 가입자 23만여 가구를 결합상품으로 묶었다. 이를 위해 주로 결합상품을 파는 직영대리점을 운영할 유통전문 자회사를 세워 결합상품 중심의 유통 체계를 갖추는 등 이동전화 시장의 경쟁력을 통신시장 전체로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LG의 통신 ‘3콤’과 케이블TV 진영은 각각 인터넷전화와 케이블TV를 앞세워 결합상품에 대응할 태세다. 그러나 거대 통신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결합상품 시장에서 먼저 경쟁에 끼어들기보다는 시장 추이를 봐가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LG 3형제는 일단 각자 가입자 기반을 굳혀 결합상품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myLG070’의 120만 가입자를 중심으로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연결하고, LG텔레콤의 이동전화까지 얹겠다는 목표지만 서둘지 않을 생각이다. 인터넷전화 가입자 확대가 최우선 목표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200만 명 이상으로 늘릴 목표다. 그러나 업계는 결합상품 시장 전망을 가늠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전술과 가입자 목표 공개를 꺼리고 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최대 변수가 될 IPTV의 파급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KT의 한 고위 임원은 “유례없는 세계적 불경기로 결합상품이 가계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되겠지만, IPTV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가입자를 묶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축소시킬 우려도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
통신시장 ‘뉴 페이스’ 등장
케이블TV 업계 와이브로 진출 저울질
통신시장이 삼각 구도로 재편되는 올해 또 다른 관심사는 새 도전자의 탄생 여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와이브로(휴대 인터넷) 중심으로 새로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고,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르면 7월경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다. 관심의 초점은 누가 통신시장에 새로 발을 들여놓을까 하는 점이다.
새 도전장을 준비하는 대표주자는 케이블TV 진영이다. 통신업체들이 IPTV로 유료방송 시장을 거세게 공략하는 가운데 케이블TV 진영에서도 통신 본토에서 경쟁을 해보겠다는 심산이다.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들은 케이블TV연합회를 중심으로 와이브로 사업권 도전의 실익을 따지는 컨설팅을 거쳐, 최종 사업권 도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간단치 않은 일이다. 2조 원 이상 들어가는 초기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 시장에 진입해도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시장 구도는 지난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3개 사업자 선정 이후 새로운 도전자가 없어 KT, SK텔레콤, LG그룹의 삼각 구도로 굳어져 왔다.
그래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안정세를 굳혀가는 삼각 구도로는 정부가 원하는 4세대, 5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과 투자 경쟁을 촉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져야 기술 개발과 투자가 활발해질 텐데 생존 가능성이 작아 새로운 도전자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정부는 4~5월경 새로 통신시장에 진입하는 업체에 어떤 우대정책을 펼 것인지를 정할 계획이다. 얼마나 먹음직해 보이는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삼각 구도로 굳어지는 통신시장에 ‘뉴 페이스’의 진입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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