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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비켜! 감성경영으로 늪을 건넌다

불황 비켜! 감성경영으로 늪을 건넌다


재계에도 여성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새해 초부터 그룹 기업의 여성 2세와 부인이 속속 최고경영자 자리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경영 혹한기에 오히려 오너급 여성 CEO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오너 가족이 갖는 보이지 않는 힘에다 여성 특유의 감성과 부드러움이 더해지면 경영에 새로운 활기가 생길 것으로 본다.

또 대기업 오너들의 일종의 자신감 표현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영을 시켜 봐서 능력이 있으면 비록 여성이라도 가업을 승계하거나 경영 책임을 맡긴다는 뜻이다. 연말연시에 나온 3명의 여성 CEO 인사도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보령제약그룹이 승진 인사를 통해 김은선(51) 보령제약 회장과 김은정(40)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보령제약그룹 김승호(77) 회장의 딸이다. 또 최은영(47) 한진해운 회장도 작년 말 대표이사 회장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은 2006년 작고한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다.

(왼쪽부터)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 본격적인 여성 2세 경영시대 열어= 김은선 보령제약그룹 부회장은 지난 1월 2일 보령제약 회장자리에 올랐다. 아버지 김승호 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반면 김은선 회장은 보령그룹의 주축인 보령제약을 총괄한다.

동시에 2001년부터 맡아 온 보령제약그룹 부회장으로서 그룹 내부 일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선 회장은 오랜 기간 후계자 준비를 해온 소위 준비된 경영자다.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주로 기획과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용각산, 구심, 겔포스 등이 유명해진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2000년 전략기획실 사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했다. 사장 역할로 합격점을 받으면서 이듬해인 2001년 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재계는 이때부터 보령제약그룹이 사실상 김은선 회장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NEO21’ ‘inno-BR’ 등 그룹의 큰 전략과 비전이 그의 손을 통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승호 회장은 딸만 넷을 뒀다. 이번에 장녀 김은선 회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며 실질적인 장녀상속을 선언했다는 시각이 많다. 둘째, 셋째 딸은 전업주부로 알려져 있다. 막내딸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도 큰언니와 함께 경영에 참여한 케이스.

두 사람 모두 성심여고와 가톨릭대를 나왔다. 김 회장은 식품영양학과를, 김 부회장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1994년 보령제약에 입사했다. 1997년 보령메디앙스로 옮겨 10년 넘게 보령메디앙스를 키워내고 있다.

2005년 전무, 2006년 부사장에 이어 이번에 부회장에 올랐다. 출산율 저하로 어려움이 큰 유아용품 업체 보령메디앙스의 미래를 위해 패션 신사업 진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사업의 성과로 2002년 548억원이던 보령메디앙스 매출은 2007년 1405억원으로 3배 정도로 늘어났다.



■ 여성 특유의 감성 경영스타일 선봬=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도 새해 들어 여성 CEO로서 주목 받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12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최은영 회장과 신임 김영민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회장이 전격적으로 법적 책임까지 지는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오너 친정 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한 것. 회사 관계자는 “최 회장의 대표이사 수락은 최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대주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너십을 바탕으로 경영 위기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 최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회장이 작고한 이듬해인 2007년 대주주로서 부회장을 맡아 회사 경영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그동안 굵직한 경영 현안과 임원 인사 등에만 관여했다.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위임하고 대부분 시간을 공익재단인 양현재단 활동에 할애해 왔다.

하지만 회장에 오르면서 여성 특유의 감성과 부드러움으로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오른 뒤 직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식사를 같이 하거나 미술 관람, 사내 동호회 활동에도 참여한다. 자신의 요리비법을 사내 웹진에 올리면서 사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또 사내 와인동호회에 가입해 매달 사원들과 와인을 시음하면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한다.



뉴 페이스




■ 정순원 삼천리 사장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삼천리는 정순원(57) 현대로템 고문을 사장으로 영입했다고 1일 발표했다. 진주 출신인 정 사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 현대자동차 기획총괄 사장을 거쳐 2004~07년 현대로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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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우 이엔페이퍼 사장
한솔그룹은 1월 30일 불황기 영업력 강화를 위해 서재우(55) 한솔제지 영업본부장을 이엔페이퍼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했다. 대구고와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나온 서 사장은 전주제지에 입사해 LA사무소장, 뉴욕지점장 이사 등을 지냈다. 한솔그룹은 최근 인쇄용지업체인 이엔페이퍼를 국일제지로부터 인수했다. 한편 한솔홈데코(친환경 인테리어자재 업체) 사장에는 고명호(57) 한솔개발 영업·경영지원본부장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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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흥 플러스자산운용 대표
한국야쿠르트 계열사인 플러스자산운용은 1월 28일 박찬흥(52) 전무를 새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박 대표는 전주고와 동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1984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해 채권운용팀과 법인영업팀 부부장 등을 거쳤다.
2003년 2월부터 현재까지는 플러스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겸 전무로 일해 왔다. 2000년 설립된 플러스자산운용은 1조8429억원 규모의 수탁액을 보유하고 있다.



■ 공재국 동문건설 사장
동문건설은 1월 28일 새 대표이사 사장에 공재국(49) 부사장을 승진 발령했다. 신임 공 사장은 1986년 동문건설에 입사해 개발계획부 임원, 기획조정실장 전무 등을 지냈다. 동문건설은 회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진행과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2명의 사장을 1명으로 줄이고 오너와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갖추어 새 사장의 역할이 기대된다. 조직도 16개 부서를 4개 부서로 대폭 축소했다.



인&아웃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중국·동남아 항공수요 강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임원 세미나에서 중국·동남아 항공시장 공략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1월 29일 인천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 시장은 줄었지만 최근 미주 노선 고객 증가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선 아직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특히 “중국 사람의 1%만 대한항공 손님으로 만들어도 수익창출에 큰 효과가 있다”며 임원들에게 혁신과 현장 마인드를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올해 반드시 흑자를 실현해 줄 것”을 당부하며 “대한항공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다”고 격려했다.



■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대졸 인턴 채용 대폭 확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졸 실업자 구제를 위해 올해 2000명의 인턴 채용을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의 1200명보다 800명 많은 숫자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만 35세 이하 대졸자를 대상으로 상반기(2월)와 하반기(8월)에 각각 1000명씩 인턴을 선발한다. 계열사별로는 우리은행 1200명, 우리투자증권 200명,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240명 정도씩. 선발 후 우리금융 10개 계열사에서 3~6개월간 직무 연수와 영업점 체험 등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한다. 성적이 좋은 인턴에겐 정규직 채용 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 인턴 채용 총비용은 약 120억원, 월급은 120만원 정도다.



■ 김명한 KB투자증권 사장, “2013년까지 3대 증권사 도약”
김명한 KB투자증권 사장이 4년 후인 “2013년까지 국내 3대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사장은 2일 자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인 ‘KB plustar(플러스타)’ 출시 및 리테일 영업 개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 그는 2013년 자본금 3조5000억원, 총자산 25조원, 순이익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수년 내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증권 영업에 나서는 등 해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과 연계해 은행증권카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복합금융상품도 이르면 4월 출시 예정이다.



■ 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 日 도레이 한국대표도 맡아
화학소재 전문기업인 도레이새한 이영관 사장이 3일 일본 도레이 본사의 한국대표로 선임됐다. 일본 도레이가 출자해 만든 한국 내 7개 관계사의 총괄역도 맡아 그의 경영활동 반경이 크게 넓어졌다.
일본 도레이가 1980년 한국대표직을 신설한 이후 한국인 대표로는 그가 처음. 지금까지 일본 본사에서 파견된 일본인이 맡아 왔다. 이 사장은 도레이새한 외에도 한국에 진출한 도레이 관계사들의 경영과 한국 내 일본인 임직원 관리 등을 총괄한다. 홍익대 화공과를 나와 1973년 제일합섬에 입사했다. 새한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1999년 도레이새한 창립 때부터 회사를 이끌어 왔다.

“이젠 병원 경영도 전문경영자 시대”
조우현 강남세브란스 병원장, ‘명품 진료’로 강남에서 승부

국내 병원 경영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새 병원 건설과 서비스 경쟁을 벌여 온 내로라하는 병원들이 이제 병원장(병원 CEO)도 전문경영자를 기용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1월 30일 선임된 강남세브란스(옛 영동세브란스) 조우현(57) 병원장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연세대 의대를 나왔지만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임상의)는 아니다.

오히려 병원 경영이나 보건 정책을 주로 연구해 온 교수(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다. 125년의 세브란스병원 역사에서 조 원장처럼 비임상의사가 병원장을 맡기는 그가 처음. 다른 큰 병원에도 거의 없는 경우다.

조 원장은 선임 직후 “서울 강남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식 ‘명품 진료’를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사실 강남세브란스 병원은 26년 전인 1983년 4월, 어느 병원보다 앞서 서울 강남(도곡동)에 진출했다. 당시 강남에는 의료 시설이 취약했고, 대형 병원도 태부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유명 병원으로 등장했고, 가톨릭성모병원도 곧 새 병원을 연다. 주위에 이름난 중소병원도 적지 않다. 조 원장이 명품 진료를 통해 병원 경영의 활로를 찾겠다는 배경이다.

그의 명품 진료 의지는 오는 3월 밸리 파킹 서비스로 시작된다. 교수를 비롯한 전 직원이 병원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3월부터 암 전문 병동을 환자 중심으로 개편한다. 그는 “모든 암 환자가 첫 진료부터 내과·외과·방사선과 등의 전문의와 함께 하는 협진 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서 빈발하는 갑상선암·유방암·위암·대장암 환자 치료에 주력할 방침. 병원 경영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 8월까지 연세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신촌세브란스 새 병원 건설과 정착의 전 과정을 이끌었다. 이 병원이 국내 최초로 국제의료기관평가(JCI) 인증을 받는 데도 기여했다.

그 후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건립추진본부장을 맡는 등 병원 경영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보건학 박사(연세대 대학원)로 한국병원경영학회 이사다. 또 국제병원연맹(IHF) 2007년 서울총회 조직위 사무총장과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2008년)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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