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円高 바람을 탄 승자들

円高 바람을 탄 승자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구멍가게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돈줄이 말라 간다. 엔고 바람 속에서 많은 기업이 엔 케리 트레이드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하지만 수출 시장에서 엔고 바람을 탄 수혜자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 재료로 수출품을 생산해 온 몇몇 중소기업이 깜짝 특수를 맞았다. 해외여행객들의 발길이 뜸해 어려움을 겪는 관광업계도 쏟아져 들어오는 일본 관광객들 덕분에 얼굴이 펴졌다. 모두 원-엔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커진 덕분이다. 거기다 대중문화계 ‘한류’ 의 영향으로 한국 연예인에 대한 일본인의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일본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이 잘 팔린다.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한국 제품들을 꼽으라면 화장품과 식품이 대종을 이룬다. 자국 제품보다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우수하고 건강에 좋다는 믿음이 커진 덕분이다. 김치와 김 등 일본인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식품류에 더해 최근엔 유산균이 풍부한 건강식으로 막걸리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다.

대일 수출에선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기업의 선전이 눈에 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지만 대일 수출에선 거꾸로 상승세를 나타내 2008년엔 50.4%를 차지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무역협회는 인터넷쇼핑몰·홈쇼핑업체 등 일본 유통시장에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직접 진출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일본 내 인터넷쇼핑몰 1위 브랜드로 꼽히는 ‘라쿠텐’에 한국관을 마련하고 판매 품목들을 심사 중이다. 일본 업체들은 해외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 직접 진출해 판매 활동을 벌이는 데 높은 장벽을 내세우는 탓에 중소기업들은 이번 인터넷 판매사업에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관광업계는 엔고 덕분에 이곳저곳에서 일손이 달린다고 즐거운 아우성이다. 일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해 온 롯데관광의 한 관계자는 자사 이용객만 월 1만 명, 하루 입국자만 500∼600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늘었지만 여행 풍속도도 사뭇 달라졌다. 과거엔 단체 관광객이 많았지만 요즘은 외국인 개별 관광(FIT)이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국내 관광 소프트웨어가 일본 관광객의 요구를 못 따라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제라도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의 유경동 판촉과장은 말한다. 그러고 보면 일본 관광객의 여행 동선은 서울의 4대문 안에 묶여 있다는 인상이다. ‘강남’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본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영세한 한국 여행사들이 과거의 관행에 빠져 있는 동안 일본의 대형 여행사들이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일본항공(JAL)의 자회사인 일본항공여행사(JALPAK)는 한국 지방 도시의 관광상품을 직접 개발하는 한편 서울 도심에서 강남과 강북을 잇는 셔틀버스 운행을 곧 시작한다.

이에 대해 유 과장은 “한국 여행업계에서는 상당히 놀랄 만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물 밀듯 밀려드는 일본 관광객의 관심을 붙들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도 치열해졌다. 서울 강남구청은 지역 상인들과 연합해 여행상품 개발을 적극 돕고 있다. 포항시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적산가옥과 지역 특산물인 과메기를 결합한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엔고 특수는 인바운드 시장, 즉 국내 여행 상품 개발에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고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산업 분야에서 까다롭고 힘들게 여겼던 일본 고객과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엔고 이후의 일본, 그 시장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문제다.



★뜨는 지역




1. 서울 명동

서울 강북의 패션 중심가인 명동이 경기침체기에도 북적댄다. 거리에 나가 보면 그 이유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정말 일본 사람이 많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엔고 바람을 타고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의 양손엔 너나 할 것 없이 쇼핑백이 몇 개씩 들려 있다.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우리 호텔 로비가 마치 수하물센터 같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엔 일본어로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과 일본어로 된 간판이 일상화된 풍경이 됐다. 명동 한복판에 있는 관광안내소에는 일본 관광객의 문의가 빗발친다. 안내소 관계자는 하루 300명이 넘는 사람을 돕는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매장을 꼽으라면 중저가 화장품 매장인 ‘미샤’와 ‘더페이스샵’을 들 수 있다.

이들 매장의 매출 신장은 괄목할 만하다. 미샤 명동 1호점은 고객의 80% 이상을 일본인이 차지한다. 점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5% 이상 늘었다.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미샤 M 퍼펙트 커버 비비크림 SPF 42 PA+++’로 하루에만 평균 3000개가 팔려 나간다. 더페이스샵도 지난해 말부터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지난해 10월 매출이 전년도 같은 달보다 2.7배가량 늘었다.

명동 중앙로에 위치한 명동 2호점은 최근 하루 매출액 5500만원을 올려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광고모델도 배용준을 내세우면서 반응이 더욱 뜨거워졌다고 한다. 한증막도 일본 관광객 덕분에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S한증막’은 2008년 10월 이전보다 일본 손님이 30%가량 늘었다. 단체 관광의 옵션으로 제공되는 한증막 투어는 여행사마다 단체로 받는 가격 차이가 나지만 개인의 경우 ‘때 마사지’(오일·오이)를 포함한 풀 패키지가 8만2000원이다.

일본인을 상대로 하는 사진 스튜디오(오른쪽)들도 성업 중이다. ‘I스튜디오’에서는 메이크업 비용을 포함한 1인 가격이 최저 15만원이다. 촬영한 사진 가운데 고객이 5장을 선택한다. 일본 관광객이 한국에서 사진 촬영을 선호하는 것은 가격이 저렴한 데다 포토샵을 이용해 얼굴의 모든 핸디캡을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관광객 가운데는 누드 촬영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 부산 자갈치시장

엔화 바람을 타고 재미를 보는 관광지에서 부산을 빼놓긴 어렵다. 일본 관광객이 부산에서 즐겨 찾는 장소는 자갈치시장·국제시장·용두산공원·해운대·범어사 등이다. 국제여객터미널 근처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 자갈치점(아래)은 일본인 고객의 발길이 몰리는 곳이다. 올 들어 매일 250명 남짓한 관광객이 이곳을 거쳐 간다.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상품은 김·김치(진해 김치, 풍산 농협 김치)·라면·소주·막걸리 등이다. 김·김치 판매대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따로 배치했고 매장 안에서 일본어 안내방송도 한다. 인근 호텔의 단체 여행 투숙객을 위해 구매 물품을 직접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한다. 매장 관계자는 관광객이 찾기 쉬운, 좋은 입지 조건도 매출 증가에 한몫했지만 일본 지역방송국에 홍보 방송이 나간 뒤 일본인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쫓지 않는다는 절집의 특성 때문일까? 정확한 입장객 통계는 없지만 범어사 매표소 관계자와 문화관광 해설 가이드인 최차호씨에 따르면 올 들어 범어사를 찾는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불교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특히 한국의 사찰에 관심이 크다. 최씨는 “부산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상당수가 범어사를 거쳐 간다. 사찰에 대해 상당히 조예가 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




3. 난타
네 번째 전용극장 마련


몇 년 전부터 전 세계 공연계에서 호평받아 온 ‘난타’(사진)와 ‘점프’가 다시 한번 주목을 끈다. 이번엔 일본인들에게서다. 일본 관광객이 서울 공연가에서 가장 즐겨 찾는 문화상품으로는 비언어(난버벌) 퍼포먼스가 꼽힌다. 압도적 인기를 누리는 ‘난타’는 2007년 대비 2008년 일본인 관객 수가 40% 늘었고, ‘점프’도 30% 넘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난타’와 ‘점프’가 비언어 퍼포먼스 시장의 99%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난타’ 기획사인 PMC프로덕션은 현재 사용 중인 강북과 강남의 전용관,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세 곳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2월 말부터 덕수궁 옆 세실극장까지 임대해 공연을 올렸다. ‘점프’의 기획사인 ㈜예감도 경복궁과 명동 등과 가까운 종로에 전용극장을 두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4. 조혜련
한·일 시청자 사로잡는 웃음꾼


일본 진출 2년6개월 만에 NHK방송국 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를 따내 화제에 오른 코미디언 조혜련씨. 그녀는 “한류 붐을 보면서 2006년 일본 진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막상 일본으로 가려니 걱정이 앞섰다.

이미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윤손하씨의 매니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본어가 안 되니까 6개월 뒤 보자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피나게 일본어 공부에 매달렸죠. 그 정성에 놀라서인지 두 달 뒤 퀴즈 프로그램 녹화를 하자고 응답이 왔어요.”

그렇게 일본 방송계에 첫발을 내딛고, 2006년 10월부터 2년간 TBS 뉴스 프로그램 ‘선데이재팬’에 고정 출연했다. 몇 년 새 일본 관광객이 크게 늘고 한·일 간 교류가 활발해지자 그녀의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NHK 출연은 일본 방송인들 사이에서도 대단한 일로 받아들여져요. 솔직히 출연료는 별로지만 이미지가 매우 좋아지거든요.” 그러는 사이 TBS 방송국 웹사이트에 만들어진 조혜련의 블로그 ‘바바’는 방문객 수가 일주일 8000명 수준에서 5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한국에서도 매주 일본 휴대전화를 이용해 열다섯 건 이상씩 글을 올릴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자 일본 시청자들이 이에 화답해 왔다. “엔화 가치가 올라 수입은 좋아졌지만 주변에 있는 유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안 좋아요.” 그녀는 요즘도 매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 수입이 더 많지만 5년쯤 뒤엔 상황이 달라질 걸요.”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다.



5. 배용준
태왕사신기 세트장, 전통 식당 ‘티로프트’ 북적



‘일본 아줌마들’의 영원한 연인 배용준이 고구려 광개토대왕 ‘담덕’ 역을 맡은 블록버스터 TV 드라마 ‘태왕사신기’ 세트장(제주시 구좌읍, 아래)이 문을 연 것은 2007년 9월.

대지 3만6300㎡(약 1만1000평) 위에 조성된 세트장은 고구려 두 번째 수도인 국내성을 재현한 것으로 왕궁의 대전과 귀족 마을, 서민 마을 거믈촌 등이 조성돼 있다.

최근 들어 일본인 관광객이 하루 350~400명가량 몰리면서 제주도 관광의 관심을 동쪽(중문관광단지)에서 서쪽(성산일출봉·만장굴·용암동굴·용눈이오름)으로 이끄는 데 일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용준이 투자한 한국전통 디저트 식당 ‘티로프트’도 지난해 겨울부터 일본인들의 발길이 늘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12층에 위치한 이 식당에는 일본인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15%가량 증가했다. 직원들도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이를 우선 채용한다.



★중소기업 상품




6. 이동 막걸리
일본 수출 33% 증가


최근 불황을 맞으면서 국내에서도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에서도 막걸리가 뜨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많은 막걸리가 특히 장 운동에 도움을 주는 웰빙식품으로 통한다. 막걸리 수출이 크게 는 데다 엔고 현상 덕분에 수익성도 훨씬 좋아졌다. 막걸리 제조업체인 경기도 포천의 이동주조㈜는 2007년 210만 달러이던 일본 수출 물량이 2008년엔 280만 달러로 늘어 전년 대비 33% 증가율을 보였다.

이 회사에 일본은 제1의 막걸리 수출국으로 꼽힌다. 2008년도 전체 수출액 319만 달러 가운데 일본 비중이 88%에 달했다. 이동주조의 이준성 과장은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무조건 수익이 느는 건 아니다. 환 차익이 커서 일본 상인들이 값을 자주 깎는다”고 말했다. 약주 판매에 주력하다 얼마 전 막걸리 제품을 선보인 ㈜배상면주가도 일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서울역·잠실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막걸리 판매량이 급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들 할인점에서 한 주에 25박스꼴로 팔리던 막걸리가 올 2월엔 77.5박스로 세 배 넘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는 미묘한 구매 패턴 차이가 존재한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자료에 따르면 일본 관광객은 주로 김치나 김, 막걸리와 법주 같은 식품을 선호하지만 중국인은 양주와 담배 등 기호식품과 디지털카메라, MP3 등 전자제품을 선호했다.



11. 미향 비비크림
일본인 매출 14배 증가에 희색


관광업계에 이어 장업계 역시 엔고 특수를 가장 많이 누리는 업종이다. 단품 가운데 최고 인기 상품은 ‘비비크림’을 꼽을 수 있다. 비비크림 열풍은 원래 한스킨과 미샤가 주도했다. 미샤의 비비크림은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동화면세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 지난해 미샤가 2~3월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비비크림이 폭발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미향 비비크림이 처음 나온 것은 8년 전이다. 가격도 6만원으로 미샤나 한스킨 등 유명 메이커 제품에 비해 3∼4배 비싸다. 미향 비비크림을 제조하는 ㈜미향메디의 이병국 이사는 “일본인의 수요가 꾸준하긴 했지만 지난해 초 본격적인 인기몰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 달에 1만 개가량이던 생산량이 현재는 3만 개로 늘어났다. 한국인과 일본인 고객 수요 비중도 이전에는 8 대 2 정도로 한국이 많았지만 현재는 1 대 19가량으로 역전됐다. 경기 악화로 국내 소비자 판매량은 8000개에서 2000개로 줄었지만 일본 소비자 판매는 2000개에서 2만8000개로 급증했다. 1년 새 매출이 14배로 늘어난 셈이다.

순전히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 덕분이다. 그래서 회사 측은 최근 들어 일본 수출을 적극 추진한다. 중국은 이미 공식 수출허가를 받았다. 미향메디는 ‘핸드팩’과 ‘풋팩’을 개발해 일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의 화장품 가게 세 곳과 면세점에서 시험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도 개당 3000원으로 아주 저렴해 하루 평균 5000개가량이 팔려 나간다.

이 추세로 간다면 4~5월께엔 명동 매장에서 월 3만 개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사는 “매장마다 25개씩 진열하는데 어떤 때는 한두 사람이 싹쓸이해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1위 인터넷쇼핑몰로 알려진 ‘라쿠텐’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상품 목록에 ‘비비크림’이 올라 있다.



★대기업 상품




7. 포스코 자동차 강판
도요타 일본 공장에 납품 숙원 이뤄


철강업계에선 자동차 강판을 흔히 ‘철강재의 꽃’으로 부른다. 그 안에 고급 기술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위)가 생산하는 1800만t의 철강재 가운데 자동차 강판은 650만t을 차지한다. 이구택 포스코 전 회장은 “일본 도요타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는 게 포스코의 숙원”이란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세계 일류 철강기업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그런 포스코가 지난해 결국 그 꿈을 이뤘다. 일본 내에 있는 도요타 공장에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게 된 것이다. 금융위기에다 엔화 강세까지 겹쳐 경영 사정이 곱절은 악화된 도요타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절치부심 내린 결정이었지만 포스코의 기술력을 인정한 결과였다.

2008년 12월에 시작된 자동차 강판 납품 수량은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량 자체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도요타 해외 공장엔 지난해 6만여t을 납품하는 실적을 거뒀지만 신일철·JFE·스미토모가 독점해 온 일본 국내 공장에 포스코 자동차 강판 납품은 포스코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8.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
중국시장에서 2위 일본업체와 격차 벌려


지난해 굴삭기 등 건설장비로만 총 매출 1조4000억원을 기록한 두산인프라코어(위 오른쪽)는 중국의 굴삭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일본의 고마쓰, 히타치 등과 점유율 경쟁을 해온 이 회사는 엔고의 여파로 가격경쟁력이 커지면서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 엔고 바람이 불어오기 전인 지난해 1월만 해도 2위 업체인 고마쓰와의 격차가 6%에 불과했지만 2009년 1월엔 15%로 격차를 크게 벌렸다(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은 27%, 고마쓰는 12%다).

1월은 계절적으로 건설업 비수기에 해당돼 앞으로 두산의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도 호재다. 두산 굴삭기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은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최대여서 엔고 바람이 잦아들지 않는 한 점유율 경쟁에서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급격한 경기침체로 중국의 내수시장이 30~40% 위축된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9. CJ해찬들 고추장
매출 89% 급증


CJ해찬들의 고추장 매출이 올 1월 전년 대비 89% 늘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롯데백화점 본점, 이마트 용산점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경우 튜브로 된 여행용 제품의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25% 늘었다.



10. 외환은행 HIFI PLUS 외화예금

달러와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해당 통화 예금도 큰 수익을 보게 된다. 외환은행에선 외화 거래가 잦은 고객을 위해 ‘HIFI PLUS 외화예금’ 상품을 내놨다. 외화 정기예금, 적금 및 요구불예금의 장점을 두루 갖춘 다기능 외화예금으로 정기예금과 동일한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 적금처럼 수시 추가 적립이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 계약기간 내 5회까지 출금이 가능한 자유적립 적금형 외화예금이다. 지난해 말부터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12월 예금 잔액이 같은 해 6월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의료 관광




12. 청심국제병원
일본인 환자가 85% 차지


최근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국내 의료기관들을 이용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경기도 가평의 청심국제병원(위)은 지난해 1만6000명의 외국인 환자를 받았고, 그중 85%가 일본인이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외국인 환자는 30% 이상 더 늘었다. 내원 환자의 치료 목적은 종합검진·산부인과·정신과 순이다.

15박16일 일정으로 원정출산을 오는 일본 산모들은 이 병원의 시설과 진료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높지만 출산비가 일본 병원보다 50%가량 저렴하다는 점에 흡족해한다. 비용은 350만~770만원인데 귀국 후 출산장려금 지역에 따라 35만~45만 엔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전체 간호사 75명 가운데 조산사 3명, 정식 간호사 15명, 조무사 10명, 통역 및 간병인 10명 등 총 35명의 일본인 간호사가 상근 중이어서 환자들이 언어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일은 드물다. 요즘은 일본인 산모들 사이에 한약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1회용 달인 한약을 복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13. 아름다운나라 피부성형외과

일본의 여행사와 의료관광상품을 개발해 지난해 일본인 내원객이 전년도보다 40% 증가했다. 주름 및 미백 치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자가혈피부재생술을 받는 이가 많다. 5곳의 지점 중 명동점에 일본인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린다.



14. 자생한방병원

척추 치료 전문 병원으로 일본의 인터넷에 소개된 이후 일본인 환자들이 내원하기 시작했다. 최근 엔고 바람을 타고 그 수가 전년도에 비해 25%가량 늘었다. 일본에 비해 치료법이 다양하고 일본어를 하는 코디네이터들이 상주하면서 의사-환자 간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해외 진료를 받은 뒤 본국으로 돌아가 치료비 70%를 환불받을 수 있는 서류를 병원이 직접 작성해 줘 큰 호응을 얻는다.



15. 코레일 ‘KR 패스’
62% 판매 증가


‘KR 패스’는 KTX(아래)와 일반 열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철도 패스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3일, 5일, 7일, 10일 동안 무제한으로 코레일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KR 패스’는 매표소와 온라인 판매를 합쳐 2007년엔 2406장·1억7552만원어치가 팔렸고, 2008년엔 3299장·2억8600만원을 팔아 63%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코레일 영문 웹사이트에서 판매된 E-티켓은 2007년의 827장(6730만원어치)에서 1654장(1억3689만원어치)으로 200% 신장률을 나타냈다. 또 한 장의 표로 코레일·일본철도·선박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한일 공동 승차권’도 2007년 대비 2008년 판매액이 30% 높아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외국인 여행자 가운데 일본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한일 공동 승차권’의 수요는 대부분이 일본 관광객이어서 엔고 특수의 수혜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16. 세븐럭
올 1월 매출 52.8% 증가


카지노 업계는 머릿수보다 ‘객 단가’가 중요하다. 고객 한 명이 얼마를 쓰고 가느냐가 관건이다.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의 관계자는 “엔고 덕분에 ‘객 단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씀씀이가 커졌다는 얘기다. 중국 고객과 일본 고객의 비중이 거의 반반이지만 매출 비중은 일본인이 더 높아 많게는 7 대 3에서, 적게는 6 대 4 정도로 차이가 난다.

워커힐 카지노는 단일 매장으론 국내 최대 면적을 자랑하지만 2007년 기준으로 매출 1위는 그랜드코리아레저(주)의 세븐럭이었다. 세븐럭 측에 따르면 엔고 특수로 2008년 1월 매출 282억200만원에 비해 2009년 1월 매출이 431억원을 기록해 52.8% 성장했다. 입장객 수도 2008년 1월 6만1623명에서 올 1월 9만9317명으로 61%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일본인 고객의 비중은 56.3%로 중국 11.8%, 홍콩 7.2%, 대만 4.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호텔



17. 노보텔 강남점
매출 14% 증가


명동에 있는 크고 작은 호텔들이 지리적 요인으로 엔고 특수를 가장 크게 누린다. 일반적으로 호텔업계는 4월 중순까지를 비수기로 꼽는데도 성수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객실 점유율이 높다. 중저가 호텔 이비스(ibis) 명동 호텔은 올 2월 전년 대비 12%, 서울로얄호텔은 13%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이들 호텔 로비는 마치 수하물센터처럼 일본인들이 구입한 물품으로 들어차 있다. 특급 호텔인 롯데호텔(소공동)은 올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는데 전체 객실 고객의 62%가 일본인이 차지한다. 일본인 관광객이 강북으로 몰리는 현상에도 불구하고 노보텔 강남점(위)의 2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다. 이곳에는 젊은 일본 여성들이 3~4명 그룹 지어 많이 투숙한다고 호텔 관계자는 말했다.



★유통



18.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일본인 고객 매출 1073% 급증



불경기와 백화점은 상극 중의 상극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황이 정반대인 곳도 있다. 떼로 지어 밀려드는 일본·중국 관광객 덕분에 백화점이 때 아닌 호황에 즐거운 비명이다. 특히 일본인들의 명품쇼핑 관광이 이들에겐 가장 큰 지원군이다.

엔고 바람 덕분에 한국의 명품 가격이 일본보다 적게는 30%, 많게는 50% 가까이 저렴해졌다. 롯데백화점과 명품관 애비뉴엘의 경우 2009년 1월 일본인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은 지난해 1월보다 1073% 증가했다.

전체 외국인 고객의 구매액 신장률이 410%인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하다. 명품관 애비뉴엘의 루이비통·구찌 매장 앞엔 평일에도 일본인들이 줄을 설 정도다. 올 1월에만 65억원을 썼는데 이는 애비뉴엘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아시아 관광객 선호 물품
일본인-전통 식품(김·김치·삼계탕),
전통주(막걸리·법주·안동소주)
중국인-기호 식품(양주·담배), 전자제품(디지털카메라·MP3), 유명 브랜드 시계



19. 여주프리미엄아울렛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프리미엄 아웃렛 매장인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이 2008년 하반기 외국인 관광객들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전년도 동기에 비해 외국인 고객 수가 약 40% 증가했고, 이 가운데 일본인이 80%를 차지한다. 서울에서 한 시간여 거리에 있지만 단체 관광객에겐 옵션이 제공되며 개별 관광객도 의외로 많이 찾는다. 정상가 대비 30~70% 싼 데다 출국할 때 부가세 환급도 받는다. 구찌·코치·셀린느·버버리 등이 인기 브랜드다.
일본인 매출 상품 순위
롯데면세점
1위 네버풀 핸드백(루이비통)
2위 수퍼매직 비비크림(한스킨)
3위 사라 지갑(루이비통)
4위 캐비어골드 비비크림(한스킨)
5위 M커버 비비크림(미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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