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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탁상공론에 경제 멍들어”

“정부 탁상공론에 경제 멍들어”


하시모토 지사는 도쿄에서 출생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이 오사카로 이주했다. 오사카 기타노고교 시절 럭비부 선수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와세다대 정경학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다. 우연히 선배 변호사를 대신해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청소년 범죄 문제에서 명쾌하게 법률 자문을 했던 일이 계기가 돼 TV 토크쇼와 아침 방송에 단골 연사로 초청되기 시작했다.

머리에 노란 물감을 들이고 색깔 있는 안경을 끼고 출연해 눈길을 끌며 일약 ‘스타 변호사’로 부상했다. 변호사 시절에는 연봉이 3억 엔에 달했다. 애초에는 “2000% 출마할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했던 오사카부 지사 선거에 지난해 1월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지원을 받으며 득표율 53%로 당선됐다.

일본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현역 최연소다. 하시모토는 흔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비유된다. 고집 센 성격에다 자신의 생각을 짧은 메시지로 강하게 대내외에 알리는 데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독불장군이란 별명도 같다.

반면 어차피 100%까지 못 가고 50% 정도에서 끝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죽어도 100%가 된다”고 선동해 자신을 따라오게 만들지만 결국 결과를 놓고 보면 50%에 그치고 만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부정적 분석도 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내보이고, 여과 없이 발언이 전달되는 TV 프로그램에는 자주 얼굴을 내밀지만 신문이나 잡지 등의 인터뷰에는 거의 응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원성도 듣는다. 하지만 그것이 또 그의 탤런트 기질이기도 하다. 주민들도 그런 그를 강력 지지한다. 여기에는 ‘튀는 것’과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오사카 사람 특유의 기질도 작용하는 듯하다. 물론 그런 지역적 특성을 하시모토 지사 스스로 잘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분 단위로 일정을 짠다는 그가 중앙일보와 잠시 만나 자신의 개혁방향을 설명했다.



지사가 오사카를 개혁하겠다고 했는데, 그 핵심은 무엇인가?
“먼저 5조 엔에 달하는 오사카의 부채는 가만히 있어도 세금이 들어온다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정부가 수입을 초과해 예산을 편성하곤 했기 때문에 생겼다. 오사카 재정개혁의 대원칙은 얼마나 수입이 들어오는지, 그 수입에 맞춘 예산편성이다. 따라서 기존 행정시스템을 대수술해 최대한 경비를 절감하고 낭비를 줄여야 한다. 이 같은 개혁이 성공한다면 오사카의 경제와 금융 모두 안정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래서 특별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경제 파탄의 원인은 오히려 정부가 경기 자극책을 써왔기 때문이다. ‘행정이 민간을 이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하고 다녔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내는 일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민간의 요구와 목소리를 듣는 자세가 부족하다. 정부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아니다. 무엇보다 탁상공론이 경제 악화의 원인이다. 다행히 오사카는 샤프 같은 대기업들의 공장을 유치해 경제가 차츰 활기를 되찾아 간다. 샤프 사장을 비롯한 기업 담당자들과 만나 오사카의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면서 많은 저항에 부닥쳤을 텐데, 어떻게 극복해 가나?
“솔직히 말해 안정적인 사회와 시대라면 나 같은 사람이 리더가 돼선 안 된다. 유권자들은 더 사려 깊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리더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사카뿐만 아니라 일본과 세계가 모두 위기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변화와 개혁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지금은 에너지와 스피드가 필요하다. 주민들은 1년 이상 기다려 주지 않는다. 사회를 바꾸려면 정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는 젊음에서 나온다. 만약 40대였다면 지금과 같은 불도저 식 개혁을 추진하진 못했다. 젊기 때문에 틀리는 일, 그릇된 일도 한다. 또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게 언론의 몫이다.”



취임 후 오사카 내에 있는 아시아 국가 총영사관을 방문하고 중국도 방문하는 등 아시아 국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뭔가?
“바로 도쿄와의 차별화 전략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는 말 안 해도 중앙정부에서 더 많이 챙기지 않느냐? 오사카가 도쿄와 똑같은 일을 한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오사카는 아시아 국가들과 가깝고 친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아시아 지역들과 사업·문화 등 교류를 하고 싶다면 도쿄보다 오사카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겠다. 지방 도시들이 외국 도시와 긴밀하게 교류해 강한 유대감을 쌓는다면 중앙정부의 외교로 풀지 못하는 문제도 쉽게 해결될지 모른다.”



연일 TV에 나와 ‘오사카 재정 재건’을 외치는 지사를 과거 ‘우정개혁’을 외쳤던 고이즈미 전 총리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10년 후 자신이 모습을 어떻게 그리나?
“현재 아이가 7명이다(고교 동창인 부인과의 소생이 3남4녀다). 10년 후엔 아이가 한 명쯤 더 늘어 8명의 아이 아빠가 돼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김현기 중앙일보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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