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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격’의 디자인 호텔

‘착한 가격’의 디자인 호텔

1984년 뉴욕에서 문을 연 모건스 호텔은 이언 슈래거가 구축한 호텔 제국의 초석이었다. 이 호텔은 전통적인 접객 서비스보다는 디자인의 미학과 눈에 띄는 참신함에 더 역점을 두며 고급 호텔 트렌드를 개척했다.

20여 년이 지난 요즘 이들 디자인 호텔은 혁신적인 측면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객실요금을 낮추고 더욱 대중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호화 관광이 불황의 여파로 시들해진 가운데 고급 호텔들의 이러한 변신은 시의 적절해 보인다.



마마 셸터
파리는 옛날의 접객 방식을 고수하는 구식 호텔 천지일지 모르지만 트렌드를 앞서가는 마을인 소피그(South of Pigalle, 피갈 남쪽)에 자리 잡은 마마 셸터는 젊음의 에너지가 샘솟는다.

디자인 호텔의 대부인 필립 스탁과 트리가노 일가가 손잡고 개발한 새로운 컨셉트의 이 호텔은 객실 172개 모두 TV·DVD와 음악 재생 기능이 통합된 i맥뿐 아니라 무료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소나기 샤워, 극도로 부드러운 면 시트를 갖췄으며 기괴해 보이지만 깜찍한 어린이용 가면을 전등갓으로 사용했다.

로비에 셀프서비스 체크인 단말기를 설치해놔 접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데다 객실요금은 중저가 호텔 체인인 홀리데이 인보다 낮은 편이다. 식당과 바는 주중에도 현지인과 외지인들이 뒤섞여 북적대며 메뉴는 약간 천편일률적이고 값비싸 보인다. 하지만 버블 범(보드카, 말라바, 레몬 주스, 설탕) 같은 칵테일은 꽤 훌륭하다(1박에 100달러부터, mamashelter.com)



더 제인
바워리 호텔과 웨이벌리 인 등을 공동 개발한 동업자 션 맥퍼슨과 에릭 굿이 이번엔 맨해튼의 웨스트 빌리지 허드슨 강변의 100여 년 전에 세워진 허름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소규모의 최신 디자인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200개의 객실은 일본식 캡슐 호텔 아이디어를 복고풍의 고급열차 객실에다 접목해 공간이 비좁은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표준 객실 면적은 17㎡가량. 서랍과 수납공간이 내장된 소형 트윈 침대, 황동 코트 걸이, LDC 평면 스크린 TV, 무료 인터넷 연결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홀 끝에 있는 아담한 공동 화장실은 호스텔을 떠올리게 한다. 꺼림칙하게 여겨지면 전용 욕실이 딸린 83㎡ 객실을 택하면 된다. 창밖으로 허드슨 강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이 객실들은 올봄 문을 연다(1박에 99달러, thejanenyc.com).



6 콜럼버스
스티븐 스클래로프가 설계한 활기 넘치는 60년대 풍의 이 소형 호텔은 구세계를 대표하는 에섹스 호텔과 트럼프 인터내셔널 등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에 인접해 있는 여타 특급 호텔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88개의 객실은 화려한 크롬, 티크, 조랑말 가죽 장식과 함께 기 부르뎅의 작품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세련된 독신남의 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외지인 사업가들과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 이런 느긋한 분위기는 고급 델리숍 딘&델루카의 각종 별미를 제공하는 미니 바뿐 아니라 콘돔 등이 담긴 ‘성생활용품 가방’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이 호텔이 의식적으로 설정한 세련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객의 쌈짓돈을 거덜내지 않으면서 ‘꽃남’ 드라마의 엑스트라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요소다(1박 255달러의 기본 객실요금은 이 동네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sixcolumbus. com).



미셸 베르제
베를린은 유럽에서 현대적인 보헤미안 중심지로 꼽히지만 호텔들은 대중시장 브랜드와 역사적인 호텔들이 주를 이뤄 다소 고리타분하다. 하지만 오는 7월 문을 여는 미셸 베르제 호텔은 다르다. 이 호텔을 개장한 30대 친구 그룹은 영화와 패션 촬영 스태프나 베를린에서 열리는 미술과 문화 전시회 관람객들을 집중 공략해 젊고 예술적인 고객들을 유치한다는 발상이다.

낡은 공장 건물에 들어선 100개의 객실은 천장이 로프트(칸막이가 없는 창고형 아파트)처럼 높고 창문이 큼지막하다. 객실은 최대 여섯 명까지 수용하도록 변형이 가능하다. 가령 밴드 멤버들이 한 침대를 사용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묵기를 원할 경우를 염두에 둔 디자인이다.

각 방에 배치한 수제 목제 가구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해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공용 공간의 잡동사니와 대조를 이룬다. 이런 모습은 베를린의 대다수 카페와 커피하우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재생 산업용 상자에 내장된 평면 스크린 TV와 무료 와이파이(무선 인터넷)뿐 아니라 스파, 노천 맥주집, 음식점, 작은 무대를 갖춘 바 등 편의시설이 있다. 호스텔의 가격에 예술적인 디자인 호텔 체험을 원하는 세련되면서도 느긋한 여행자 취향에 맞을 듯하다(1박에 75달러부터, www.michelbergerhotel.com).


SAMEER REDDY



Glitz to Brighten the Mood


칙칙한 분위기는 그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시점에 때마침 첨단유행을 이끄는 선도자들이 최근 몇 년 새 가장 ‘밝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최근의 뉴욕 패션주간에 마크 제이콥스는 이렇게 되물었다. “뭐요? 올 블랙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요?” 그의 2009 추동 패션은 햇빛처럼 반짝이는 노란색, 짙은 핑크색, 밝은 녹색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체로 을씨년스러운 시즌인데도 크리스티앙 디오르로부터 알렉산더 매퀸에 이르는 브랜드들이 컬러와 광택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준다. “이런 시기에는 수명이 긴 패션이 필요하지만 정서적인 자극도 필요하다”고 고급 액세서리 라벨 코투르의 디자이너 피오나 마린이 말했다. 코투르의 올 시즌 컬렉션은 금속 느낌 뱀가죽에 크리스털 꽃과 곤충이 장식된 핸드백이 대표적이다.

진짜 보석도 유행한다. 루이뷔통은 다이아몬드 장신구 계열 품목을 적극적으로 판매해 왔으며 샤넬은 다이아몬드 반지·목걸이·팔찌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마침맞게 대공황 시절 처음 유행했던 품목들이다.


ALEXANDRA A. SENO





Decorated by Target


마트에 나온 디자이너 가구


10년 전만 해도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는 고급품 매장에서만 판매됐다. 하지만 요즘 디자인이 대중화되면서 고상하고 도도했던 디자이너들마저 중저가 시장을 기웃거린다.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대형 할인점 타깃에 진출해 주방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대형 마트는 고급 디자인 제품들을 들여놔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 부자가 아니라도 손쉽게 임스 의자나 필립 스탁 램프를 장만할 수 있다. 훌륭한 안목만 있으면 된다.



미스 K 소프트 램프(195유로) 필립 스탁은 주름 잡힌 갓으로 폴리카보네이트 받침의 차가운 느낌을 누그러뜨리고 조도 조절 장치를 달았다.



알렉산더 지라드 마하람 베개(110유로) 20세기 디자이너 지라드가 밝은 색 직물을 이용해 디자인한 거위털 베개.



임스 성형 플라스틱 의자(270유로) 크롬 도금한 다리에 딱딱한 받침대를 얹었지만 놀랍도록 편안해 20세기 중반의 디자인에 혁명을 가져왔다.


MICHAEL CANN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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