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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손잡으면 공장도 돌아온다

노사가 손잡으면 공장도 돌아온다


지난해 11월 LG전자 창원공장이 들썩였다. 중국 톈진 공장에서 생산하던 에어컨 생산라인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25만 대의 물량이 톈진에서 창원으로 U턴했다. 올 1분기에 15만 대 정도가 더 들어온다. 임금은 중국이 한국보다 훨씬 싸다. 그런데 왜 생산라인이 한국으로 귀환했을까? 이유는 한 가지다.

한국 공장의 생산성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6년 LG전자는 노조에 “고용안정을 위해 2년 동안 생산성을 3배 높여보라”고 주문했다. 노조는 수긍했다. 이때부터 노조가 현장개선 프로젝트를 만들고 조합원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 같은 LG전자의 상생적 노사관계가 ‘외국 나갔던 자식’을 불러들였다.

이런 LG전자의 노사문화를 만드는 데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이 김영기 부사장이다. 그는 1979년 럭키 부산연지공장에 노무담당으로 입사했다. 이후 지금까지 30년간 인사·노무파트에서 일했다.



>> 대부분 기업이 노조를 싫어하던 1970년대 말에 LG는 노조를 인정했다. 꽤 일찍 받아들였는데.
“LG는 일찍부터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는 목표를 가졌다. 그래서 선진형 노사관계에 관심을 기울였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대개 노조를 파트너로 삼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노조를 인정했던 것이다.”



>> 노사관계가 안정돼 있던 LG도 1987년,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 바람은 피하지 못했다.
“내부가 곪아있었다. 현장을 몰랐다. 경직적이고 관료적인 현장관리에 근로자들이 염증을 내고 있던 차에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당시 근로자들은 ‘금성사’가 아니라 ‘짐승사’라고 했다. 그때 분규로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그 사태가 LG에 도움이 됐다. 근로자들의 고충을 알게 됐고, 회사의 잘못된 노무관행도 되짚어볼 수 있었다.”



>> 당시 임원들이 공장 정문 앞에 길게 도열해 출·퇴근하는 근로자에게 인사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분규가 있은 뒤 노무관리를 ‘다가가는 현장 시스템’으로 바꿨다. 임원들은 아침 6시면 현장에 나와 근로자에게 인사를 했다. 관리자들이 사용하던 식당을 없애고 같이 밥을 먹으며 소통하는 데 애썼다. 저녁에는 포장마차까지 찾아다니며 근로자와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신뢰가 쌓였다. 우리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가지 않고 악성 노조가 되지 않은 건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 노무관리는 리더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노동자는 경영자를 비추는 거울이다. 경영자가 노동자를 욕하면 자신을 욕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공을 들여야 한다. 노사관계는 투자다. 투자의 자본은 리더의 시간과 마음이다.”



>> 노사 간 소통이 비교적 잘되는 회사도 노사관계가 삐걱대는 경우가 있다.
“원칙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한번 원칙을 정하면 지켜야 한다. 88년 창원공장에서만 100여 건의 소송이 진행됐다. 19명이 해고됐다. 다른 회사는 타협하고 유야무야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지 않다. 처음 원칙을 지킬 땐 분규가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려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면계약이 생긴다.”



>> LG는 노사관계라고 하지 않고 노경관계라고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노사관계는 사용자와 근로자라는 수직적 관계를 시사한다. 노경관계에는 대등한 파트너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대등해지면 파이를 나누는 데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파이를 키우고, 그 뒤에 나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경영의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임금이나 근로조건과 관련된 고충은 거의 해결됐다. 지금 노조가 해야 할 일은 조합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육성형 노조로 거듭나야 한다. 간부를 위한 노조가 아니라 남을 돕는 즐거움을 아는 노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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