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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중심 품질 경쟁력으로 유럽시장 노크

소재중심 품질 경쟁력으로 유럽시장 노크


지난해 대대적인 CI 작업을 단행한 마이스코. 세계적인 특수강 단조 브랜드가 되겠다는 결심이다.

“뜨겁게, 시원하게, 믿음직스럽게.” 촌스럽게 들리는가? 하지만 기술자에게 이런 솔직한 진정성은 소중한 미덕이다. 경상남도 김해시 내삼농공단지에 자리 잡은 ㈜마이스코의 사훈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철・제강소에서 만들어진 원통형 쇳덩어리(잉고트), 쇠막대(블룸), 철판(슬래브)은 번쩍이는 은색의 금속부품으로 태어나기 앞서 단조공장을 찾는다. 여기서 쇠붙이들은 뜨거운 열로 뻘겋게 달궈지고 커다란 프레스에 눌리고 두들겨지면서 보다 강하고 치밀한 조직을 얻는다.

“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물보다 단조를 통해 양질의 금속이 얻어진다”고 이택영 한밭대학교 재료공학과 교수는 말했다. 망치소리 요란했던 옛날의 대장간을 떠올려 보라. 오늘날 단조공장의 조상이다. 현대화되고 대형화되면서 망치와 해머가 무게 수천, 수만t의 프레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실 단조는 시원하게 식히는 과정에서 비로소 마무리된다. 마치 대장장이의 집게에 잡힌 쇠붙이가 물속에서 ‘치익’ 소리를 내면서 단련의 과정을 끝내듯 말이다. “물에 집어넣기도 하고 공기 중에 내놓기도 하고 혹은 열처리로에 넣어 열을 가하면서 서서히 식히기도 한다”고 마이스코 박해웅 경영관리팀 상무이사는 말했다.

금속마다 식히는 방법이 여럿이란다. 그러고 보니 사훈은 단조의 은유였던 셈이다. “거기에 믿음직스러운 품질을 보탠 거죠.” 단조를 마친 금속은 가공공장에서 갈고닦는 연마과정을 거쳐 최종 부품으로 납품된다. 1993년 설립된 종업원 130명의 마이스코는 지난해 12월 5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이 50%씩 성장했다. 2007년 889억원이던 매출은 1년 만에 171% 신장돼 1521억원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단조업의 활황은 조선업의 활황으로 설명된다. 단조업계 1위로 꼽히는 태웅이 올해 매출 7000억원을 예상한다. 그 뒤를 잇는 평산, 용현BM 같은 회사들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최근 조선업의 고전이 단조업에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새롭게 떠오른 풍력과 원자력 발전이 또 다른 호재가 됐다. 매출순위로 따지자면 톱5의 막내인 마이스코는 지난해 1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하지만 “마이스코는 특수소재 단조품 생산의 선두기업”이라고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다른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저급 강재로 분류되는 탄소강과 로알로이(저합금) 위주인 반면 마이스코는 특수고급강인 스테인리스스틸과 수퍼알로이 전문이다. 업계 1위인 태웅 정도가 일부 스테인리스 단조기술을 보유했을 뿐이다. “마이스코는 특수합금 노하우가 많아 태웅과도 경쟁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성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얼마 전 두산중공업에서 호화여객선이나 고속함정에 주로 사용되는 워터제트를 제작하려고 단조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공고를 냈는데 입찰 자체가 거의 무의미했다. 고급 스테인리스 강재인 듀플렉스를 단조해 내는 국내 회사는 마이스코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히든 챔피언으로 선택된 이유다.

“기술은 우리가 최고”라고 이상명 마이스코 대표이사는 힘줘 말했다. “고객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큰 것은 태웅으로 가져가고 어려운 건 마이스코로 오라.” 그는 자신의 회사가 ‘리틀 태웅’으로 불리는 것에 “기분 나쁘다”고 했다. 업계매출 1위이자 코스닥 황제주인 태웅을 이을 재목으로 증권가가 마이스코를 꼽으며 붙인 별명인 데도 싫단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국내기업이 아니라 일본과 유럽”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기술에 앞선 일본에 눌리고 비용이 싼 중국에 쫓기는 한국 기업들의 샌드위치 신세는 때로 경쟁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우리 업체들의 장점은 제품의 질과 가격, 그리고 납기다. 야간과 철야를 마다하지 않는 데다 기술은 다른 아시아 나라들보다 한 수 위”라고 박 상무는 말했다.

또한 IMF 구제금융 시기의 체험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한국 업체끼리 안 싸운다. 예전에는 해외업체가 국내회사들이 가격경쟁을 하도록 부추겨 그걸 이용해먹곤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업계가 잘돼야 우리 회사도 잘된다는 인식이 높다.” 이상명 대표의 말이다. 이러한 인식변화는 수출 위주의 사업방향 덕분이기도 하다.

마이스코는 지난해 1년 만에 수출액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총매출의 45%가 수출이다. 이는 다른 단조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단조업체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 작업능력 또한 커졌다. 마이스코도 올해 말 800억원을 들여 신공장을 세운다. 4000t, 8000t 프레스 증설로 작업량과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신공장 가동률이 100%에 이르는 2012년께면 생산능력이 25만t으로 현재보다 4배 이상 늘고 매출 또한 7000억~8000억원 규모로 껑충 뛴다. 수출비중은 70%를 넘어서게 된다. 한편 마이스코는 지난해 매출에서 일어난 한 가지 변화에 고무돼 있다. 300억원의 매출이 유럽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에 없던 현상이다.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고 박 상무는 말했다. “단조의 본류는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이다. 이게 70년대에 일본으로 넘어왔다. 이제는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 있다.” 지금까지 한국 업체들은 유럽이나 일본에서 다루기엔 너무 손쉽고 투박해 부가가치가 크게 높지 않고 또 다른 아시아 나라들이 다루기엔 기술이 좀 더 필요한 ‘중간 상품’을 전문으로 해왔다.

“이러한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상명 대표는 말했다. “우리는 유럽으로 갈 거다. 조선 매출이 몇 %, 발전・플랜트에 몇 % 하는 식으로 가지 않겠다. 소재와 재질 중심으로 가야 한다. 안 그러면 곧 중국에 따라잡히고 만다.” 실제로 유럽이나 일본의 단조회사들은 어떤 부품이냐보다 어떤 소재가 전문이냐로 업체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이 대표는 “유럽은 티타늄 공장은 티타늄만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 한다”고 말했다.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이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한국 단조업의 강점이 곧 족쇄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경고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지금 일본하고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인지도가 낮아 손해를 본다. 브랜드를 키울 거다.

마이스코라는 메이커를 확실히 키우겠다.” 이를 위해 마이스코는 지난해 대대적인 CI 작업을 단행했다. 앞으로 이 회사가 얼마나 ‘뜨겁고 시원하며 믿음직스러운’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발전・해상・플랜트 3박자 갖춘다”
Q&A 이상명 대표 “특수강 제강 사업에도 진출”

마이스코는 제2의 창사를 서두른다. 올 연말 경남 진영에 3만 평 규모의 신공장을 완성하면 국내 최대 면적을 자랑하게 된다. 더불어 8000t과 4000t 프레스 도입으로 생산력도 급격히 증대돼 매출도 껑충 뛴다.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단조관련 특허를 여럿 보유했을 뿐 아니라 프레스 오퍼레이터로 현장도 경험해 단조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이론과 현장, 그리고 경영을 두루 꿰찬 인물로 평가 받는 이상명 대표를 뉴스위크 한국판 이정명 기자가 만났다.



기술력에 비해 매출과 수익성이 타 업체보다 낮았다.
설비가 적었다. 단조업은 특성상 큰 제품을 해야 이익도 많이 남는다. 특수강에 특기가 있지만 물량이 적었다. 하지만 8000t, 4000t 프레스를 증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큰 것도 하지만 강도가 센 특수강도 더 많이 할 수 있다.



새로 들여오는 프레스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프레스는 한꺼번에 얼마만큼 내리누를 힘이 있느냐(업세팅포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작업이 가능한 무게가 얼마냐(워킹포스)로 나눠 얘기한다. 우리 8000t 프레스는 업세팅이 1만t, 워킹포스는 8000t이다. 타사에 1만5000t 프레스가 있지만 우리 장비의 중량이 더 나간다. 기계의 중량도 워킹포스를 결정한다. 또 우리 장비는 순간스피드가 가장 빠르다. 1분에 1000타 이상 친다. 국내에서는 드문 장비다.



프레스의 스피드가 왜 중요한가?
단조는 열적 취급이 중요하다. 일반금속은 800~1300도에서 프레스작업을 하지만 스테인리스나 수퍼알로이는 950~1300도 구간에서 끝내야 한다. 프레스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러니까 특수강은 너무 큰 공장에는 안 맞다. 우리는 신공장에 작은 크기의 수퍼알로이 전용공장을 만든다. 8000t 프레스면 수퍼알로이를 10t까지 단조해 낸다. 기존에는 2~3t밖에 못했다. 그러니 부가가치가 는다.



두드려 단련하는 단조작업이 좀 단순해 보인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조는 100% 전산화가 안 되는 작업이다. 그만큼 현장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단조업이 잘된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뛰어들려고 하지만 그게 또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경험만 갖고 되지는 않는다. 모든 강재의 성질 또한 잘 알아야 한다. 단조의 3요소란 건전한 소재, 열적 취급, 그리고 1차 단조, 즉 프레싱이다. 우리 회사는 현장경험과 강재 이해를 모두 겸비한 회사라고 자부한다.



풍력발전 덕분에 단조업에 훈풍이 부는데.
사실이다. 풍력 발전은 계속 성장할 사업이다. 우리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마이스코는 그동안 석유화학 해상 플랫폼에 들어가는 부품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해상풍력에서는 국내에 우리 경쟁자가 없다. 쉽게 녹슬지 않는 인코넬, 수퍼알로이, 듀플렉스 같은 특수강은 우리밖에 못한다.



풍력의 비중을 높일 건가?
현재의 1공장을 풍력발전 전용 공장으로 만든다. 풍력만 크게 늘리겠다는 말은 아니다. 전체 매출이 늘면 자연히 풍력도 늘어난다. 우리는 발전・해상・플랜트 비중을 3분의 1씩 지켜나갈 거다. 이게 선진국형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본에 나카무라철공소라는 곳이 있다. 100년이 다 된 회사로 총인원이 50명이다. 지난해 매출이 350억원인데 순이익이 100억원이 넘는다. 임가공 위주로 초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든다. 우리도 그렇게 가고 싶다. 이번 신공장 준설은 우리 100년 대계의 출발이다. 특수강 제강에도 진출하고 연구에 주력할 거다. 사실 1조원, 2조원 하는 단조공장이 세계적으로 없다. 언젠가는 한계에 부닥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연말 완공되는 신공장의 안정화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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