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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옛 명성 되찾을까?

보이차, 옛 명성 되찾을까?


"몇년 전만 하더라도 이 작은 현에 벤츠와 BMW는 말할 것도 없고, 허머(Hummer)도 곧잘 눈에 띄었다.” 윈난(雲南)성 가장자리에 위치한 멍하이현 사람들은 과거 한창 잘나갈 때의 영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이차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예로부터 보이차 생산기지로 유명했던 멍하이현의 명성도 봄바람에 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

2007년 멍하이현에는 200여 개의 보이차 공장이 성업 중에 있었지만 2008년 40여 개로 줄었으며, 올해에는 영업 중인 기업이 열 개가 채 안 된다. 보이차 시장이 호황을 보일 때는 벌떼처럼 덤벼든 투자세력이 최근 들어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보이차 업계에 찬바람이 불면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 또한 커다란 변화에 휩쓸리긴 마찬가지다.

보이차 하면 떠오르는 샤관퉈차 공장은 현재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홍차로 유명한 뎬훙그룹 역시 몇 년 전 보이차 생산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지난해부터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장상황에서 기존 보이차 업계의 경영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푸얼 잡지 부편집장 저우중린(周中林)은 말했다.

그러나 보이차는 아직 죽지 않았다. 오히려 거품이 꺼지면서 마케팅 능력을 겸비한 알짜기업들이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8년 7월 쿤밍(昆明)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산스제(三市街). 이곳에서 한 보이차 전문 매장의 개업은 세간을 놀라게 했다. 첨단 유행브랜드 제품이 집결해 있는 바이롄(柏聯) 광장에서 바이롄그룹의 보이차 매장은 롤렉스, CK 등 세계적인 명품 매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엷은 녹색의 풍격과 함께 운치 있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매장은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제품포장 역시 해외 유명 주류와 담배, 초콜릿의 포장 디자인을 참고로 하고, 첨단 유행 스타일을 가미해 기존 보이차가 가지고 있던 전통적이고 고루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세계적인 명품매장으로 착각할 정도다.



보이차의 신흥강자

업계에선 바이롄 그룹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투기자금의 유입과 함께 촉발된 보이차 시장의 거품은 2007년 하반기 이후 급속도로 꺼졌다. 가격 역시 한창 때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고, 판매량도 감소일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롄 그룹은 오히려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니 이상하게 여기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바이롄보이차좡위안(莊園) 양쥔(楊軍) 사장은 “2006년부터 보이차 시장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2007년 침체기에 접어들 것도 예상했다. 그럼에도 2008년 신제품을 내놓았다. 우리는 한순간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양쥔 사장은 “우리는 프랑스 와인&와이너리의 이념으로 보이차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와인 및 와이너리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와인 양조장과 함께 아름다운 포도밭을 보유한 마을 풍경은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관광업과 서비스업의 동반 발전을 이끌고 있다.

“과거 우리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보이차 산업에 뛰어들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국 프랑스 와인과 와이너리를 벤치마킹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과 포도주처럼 보이차 역시 품종 재배와 제조, 판매에서부터 문화와 여행, 관광, 연구개발을 함께 묶은 새로운 패키지 모델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양쥔은 말했다.

2007년 4월 바이롄 그룹은 윈난성 푸얼시 징마이(景邁)산에 위치한 차 재배지를 구입했다. 3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징마이산은 풍부한 관광자원과 함께 윈난에서 가장 유명한 차 재배지 중 하나다. 바이롄은 이곳을 세계 최초의 보이차 와이너리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현대식 보이차 생산공장을 만들었는데, 이곳에 있는 견학용 회랑을 따라가다 보면 보이차를 만드는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룽룬(龍潤) 보이차도 주목할 만하다. “보이차의 품질이 최고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룽룬의 최대 장점은 시장 수요에 대한 반응이 빠르다는 것이다.

어떤 제품이 잘 팔린다는 소문이 돌면 바로 그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기동력이 장점이다. 룽룬 보이차의 배후에도 역시 거대 자본이 있다. 모기업인 룽룬그룹은 윈난성 최대 기업 중 하나로, 제약회사와 주류업, 광산업도 가지고 있다. 룽룬 보이차가 추구하는 목표는 립톤 홍차다.

립톤의 중국시장 연간 매출규모는 중국 내 모든 차 제조업체의 연간 매출액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룽룬은 립톤 홍차를 벤치마킹해, 립톤처럼 1회용 티백 포장의 보이차를 출시했다. 그러나 시장반응은 냉담했다. 현재 룽룬은 ‘터우다오수이(頭道水)’ 브랜드의 신개념 보이차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이 제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일회용 컵 같다. 그러나 컵 안을 보면 바닥에 보이차가 얇게 깔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끓는 물만 부으면 바로 마실 수 있는 보이차가 되는 것이다. 주요 고객은 차이나모바일과 같은 대기업으로 타깃군이 명확하다. 불과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이 제품의 판매액은 룽룬의 전체 보이차 매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 됐다.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는 보이차

윈난성 눠스다(諾仕達)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치차이윈난(七彩雲南)’ 브랜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치차이윈난 비취’와 함께 윈난성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고급 쇼핑센터인 ‘치차이윈난 관광쇼핑센터’ 역시 이 회사 소유다. 그 밖에도 대형 유통업체와 대규모 위락시설, 여행사 등 여러 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이것만 보면 눠스다가 보이차와는 별 관련이 없는 기업으로 생각되지만 업계에서는 실력 있는 다크호스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 눠스다의 보이차 매출액은 이미 옥 등 보석 부문의 매출을 넘어서고 있다. 보이차 제품 품질로만 따지면 특별한 우위 요인이 없지만 유통망의 장악 능력에 대해서만은 그 누구도 당할 기업이 없다.

지난 2000년 보이차 생산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한 이후 윈난과 베이징에 각각 대규모 유통 네트워크를 갖추었다. 유명한 관광지인 윈난에서 눠스다는 관광객 대상 판매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치차이윈난’ 쇼핑센터는 윈난을 방문하는 거의 모든 외지 관광객이 꼭 들르는 필수 코스다. 유통경로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영업력도 막강하니 눠스다는 보이차 시장에서 짧은 기간 동안 깜짝 놀랄 만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2007년 11월 12일 눠스다는 6000만 위안을 투자해 멍하이에 보이차 생산공장을 최초로 세웠다.

그전까지는 보이차 원료를 모두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매해 사용했다. 베이징에서 치차이윈난은 ‘칭양샹(慶洋祥)’ 브랜드를 최고급 보이차 브랜드로 만들었다. 치차이윈난 보이차는 이미 곳곳에 판매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베이징에서의 주요 고객은 금융계와 정부 고위 관리다. 2007년 6월 6일 베이징 금융 중심지를 포함해 시내 상업중심지에 세 곳의 칭양샹 보이차 매장이 동시에 개업됐다.

이런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보이차 부활에 대한 업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팡커 윈난성 차업(茶業)협회 부비서장은 “얼마 전까지 푸얼차 시장에 진입한 자본은 대부분 투기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자본이 가져온 긍정적인 면도 많다.

자본이 투입되면서 푸얼차 업계는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푸얼차 기업의 경영 이념과 브랜드 의식, 비즈니스 모델, 기술 개조 등 모든 면에 있어 상당한 촉진제 작용을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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