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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잔액·할부결제 많으면 OK

계좌잔액·할부결제 많으면 OK


회사원 김상현(32)씨는 그동안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연계된 체크카드를 사용해 왔다. 그리고 신용카드 결제와 보험료 등 각종 납부는 은행의 월급통장을 이용했다. 김씨가 번거롭게 은행과 증권사에서 상품을 나눠 가입한 이유는 CMA의 높은 이자율과 은행 월급통장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김씨는 “CMA가 만능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공휴일에 입출금을 할 수 없고 체크카드라 할부가 안 되는 등 불편한 점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김씨 눈에 새롭게 들어온 상품이 지난 1일 출시된 CMA신용카드다. CMA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CMA에 신용카드 기능을 추가한 상품이다.

말하자면 은행에서 이용하던 기존의 신용카드와 증권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증권카드 기능을 합친 것. 김씨는 여러 증권사가 CMA계좌를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는 소식에 월급통장과 신용카드 결제를 하나의 CMA통장으로 모으려 한다.



은행 - 증권 간 치열한 신경전

증권사 CMA신용카드 가입 전 점검하세요
- 신용카드가 과소비를 가져오지 않는가?
- 은행에서 대출을 이용할 때 불이익이 없는가?
- 내게 맞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많은 사람이 김씨처럼 결제 계좌를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신상품은 겉은 화려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CMA신용카드에 대한 궁금증과 활용법을 제대로 알아보자.

먼저 신상품의 장점부터 따져보도록 한다. CMA신용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결제 계좌로 CMA를 이용하기 때문에 은행 보통예금 금리인 0.1%의 20∼30배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CMA의 연 이율은 2.5% 내외다. 또 CMA신용카드는 기존 신용카드 기능을 더 업그레이드했다.

주식과 펀드, 채권거래 기능을 겸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훨씬 확대된 셈이다. 물론 증권사마다 서비스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증권업계는 CMA에 소액결제 기능을 도입하는 7월이 되면 CMA가 모든 계좌와 자산관리기능을 통합하는 허브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능이 분산됐을 때 생기는 여러 금융기관에서 따로 계좌를 관리해야 하고, 수시로 이체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이체수수료까지 절감할 수 있어 금융자산이 CMA로 집중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과금·보험료·통신료·아파트관리비 납부, 각종 송금과 현금자동입출금 서비스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은행의 보통예금 통장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누가 봐도 이용 고객에게만 이로운 상품인데 증권사는 왜 이렇게 CMA신용카드 계좌 확보에 목을 매는 것일까? 증권사가 CMA신용카드를 출시하고 대대적인 광고를 벌이는 주된 이유는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이 아니다. CMA계좌의 활용도를 높여 은행에 있는 고객의 자산을 증권사로 옮기는 것이 CMA신용카드 출시의 진짜 이유다.

펀드 열풍과 함께 CMA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2007년에 은행에서 증권사로 시중 자금이 대거 이동했다. CMA에 체크카드의 편의성이 가미되면서 작년 하반기에 CMA 잔액은 3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직장인이 월급통장을 CMA로 바꿨다. 하지만 기존 CMA체크카드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김씨가 말했듯 신용카드처럼 할부로 물건을 구매할 수 없고 통장에 잔액이 없으면 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CMA신용카드는 증권사가 남아있는 은행 계좌의 잔액을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증권사의 전략이 성공하면 증권사들은 고객의 전 자산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자산관리와 투자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증권사의 공격에 은행 역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을 출시해 맞대응하고 있지만 대출을 통한 예금 유치라는 전략 외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속앓이가 심하다. 증권사의 광고가 과장됐다고 문제를 제기한다든지, CMA가 예금자보호법에서 제외되는 것을 강조하는 등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는 것은 소비자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다만 은행의 가장 큰 무기인 대출이 앞으로 은행과 증권 간 급여계좌, 결제계좌 유치 전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CMA로 옮기면 대출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시 후 CMA 잔액은 줄고, 계좌 수는 늘어

그럼에도 많은 직장인이 은행 계좌 대신 CMA를 월급통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제 신용카드 결제까지 가능해졌으니 더 많은 직장인이 월급통장을 CMA로 갈아탈 듯 보인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신용카드를 출시한 이후인 4일 CMA 잔액이 지난 5월 말보다 오히려 줄었다.

신규 계좌 수는 지난 5월 말보다 3만여 개 늘었다. 아직은 갈아타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CMA신용카드를 덥석 신청하기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할 점을 정리했다. 첫째, 신용카드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기능이 추가됐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는 것과 같다.

신용카드는 신속한 활용, 다양한 서비스, 신용결제 등으로 편리한 소비생활을 하게 해 주지만 소비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잔액이 없을 때 소비를 안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할부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소비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카드영수증을 정기적으로 정리하거나 철저하게 가계부를 쓰는 노력을 함께 해야 장점이 단점이 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돌아서기 전에 은행 혜택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은행이 대출 여부를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신용카드 사용, 급여계좌 활용 등이다. 모든 자산을 CMA로 옮기면 대출이 필요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미리 체크해 봐야 한다. 그리고 CMA의 큰 장점인 상대적 고금리는 어느 정도 잔액이 유지되는 사람들에게만 결정적인 혜택임을 알아야 한다. 월말에 신용카드결제, 소액결제를 하고 나면 잔액이 0원인 사람들은 실상 CMA 금리 혜택과 상관없다고 봐야 한다. 셋째, 가입을 결정했다면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자.

다른 신용카드처럼 CMA신용카드 역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유 할인서비스, 놀이시설 할인서비스, 후불 교통카드, 백화점 할인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주 활용할 수 있고, 많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 카드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6월 들어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CMA신용카드가 직장인의 계좌관리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 금융소비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맞는 카드사는 어디인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은행과 거래에서 불이익은 없을지 먼저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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