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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의 감성이 그립다

학창 시절의 감성이 그립다


최진영 디지털대성 사장

요즘 취업 희망자들은 소위 ‘스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학점, 공인 영어 점수, 자격증, 인턴 경험 등이 그것이다. 취직을 해도 사회 초년생은 인맥 쌓기를 비롯해 각종 교육을 받고 책을 읽는다.

자의든 타의든 이 모두가 자기 계발이다. 자기 계발의 정의를 내리자면 목표하는 바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 역시 꽤 열심히 자기 계발을 했던 적이 있다.

학창 시절엔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국어, 영어, 수학을 공부했다. 대학에선 전공 이외에도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를 열심히 배운 것 같다. 외환위기 이전이라 취직은 잘 됐지만 전공 이외의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회에 나가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골프 레슨도 받았다.

젊은 시절엔 배우고 연습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과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잘하는 것들이 있다. 체력, 열정, 감성이 그것이다. 꾸준히 운동하지 않고 매일 술을 마셔도 온종일 농구와 축구를 할 수 있었다. 밤새워 시험 준비를 하고 기획서를 작성해도 아침에 샤워만 하면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만 회의가 길어져도 녹초가 된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겠지만 경영자에게 꾸준한 건강 관리는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이제 체력도 자기 계발의 범주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열정과 감성 같은 정신적인 부분도 예전 같지 않다. 창업 초기에 직원들을 선·후배나 가족 같은 감정으로 대했다.

새로운 사업이나 신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나 열정도 컸다. 모르는 분야를 알고 싶어 낯선 회사에 무턱대고 찾아갔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친해지기도 했다. 신제품 디자인에 대해서 감각적으로 판단하기도 했고 그게 곧 성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 열정, 감성 등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능했던 일들이 잘 되지 않는다.

직원들을 조직도 안에서만 보게 되고 누군가와 같이 일하고자 할 때 경력이나 임금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신규 사업을 정할 때도 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분야인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인지보다는 시장 규모, 경쟁 관계, 수익성 등을 기준으로 한다. 모르는 사람을 무턱대고 찾아가는 열정보다는 그 분야에 아는 인맥이 있는지 확인부터 한다.

새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내 견해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빈자리를 경험, 실력, 인맥 같은 것들이 채우기는 했다고 본다. 하지만 가끔 이대로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회사나 개인이나 더 발전하고 차별화 되기 위해선 열정, 감성 같은 정신적인 부분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창조적인 성공을 이룬 CEO들을 보더라도 분명 소년 같은 면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젊었을 때 당연했던 것들이 이젠 인위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자기 계발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소설을 읽고 매일 음악을 듣고 목적 없이 좋은 감정으로만 사람을 만나고 지루한 세 시간짜리 유럽 영화제 수상 영화도 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읽는 책이라곤 경제·경영서뿐이고, 음악을 사서 들은 적도 없으며 뉴스만 듣는다. 두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1000명씩 죽어나가는 액션 영화조차보다가 잠이 든다. 인간 관계는 일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대부분이다. 학창 시절 지식을 갖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이젠 딱딱해진 내 우뇌를 다시 말랑말랑하게 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 자기 계발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정신적으로 윤택하고 풍요로운 개인을 위해서도 중요하겠지만,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우뇌와 좌뇌의 균형 있는 발전은 필수조건이다. 난감한 것은 외국어나 전공 분야에 대한 자기 계발과 달리 이 분야는 학원도 없고 선생님도 없다는 점이다. 조촐한 동호회라도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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