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장기투자 정답 아냐!

장기투자 정답 아냐!

내일은 어떻게 될까?’ 몇 달 전과 고민은 같은데 심리는 달라졌다. 코스피지수가 1400을 중심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불황 때 느낀 불안함 이상으로 기회를 놓칠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투자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자 각 분야의 재테크 전문가가 나섰다.

PB 연구회는 ‘1사(社) 1인(人)’ 가입을 원칙으로 2000년에 만들어진 재테크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지난 6월 9일 하나은행 본점 WM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원희(R&I 대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떻게 보나.

이건홍(KH투자연구소 대표): 많은 비관론자가 낙관론 쪽으로 돌아선 듯하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여름철 말에 경기가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이명박 대통령,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현재 바닥을 지나고 있구나, 혹은 지났구나 둘 중 하나인 듯하다.

원연식(숭실대 PB학과 겸임교수):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경기를 부양한다고 미국이 수백억 달러를 찍었다.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기업 수익이 악화된다. 사실 한국 기업은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 덕에 이익을 낸 거 아니냐.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가겠나? 더 무서운 바닥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정경애(하나은행 WM센터 부장):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지난해 9월보다 국내 주식이 30% 정도 올랐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60조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이 4조~5조원쯤 주식을 샀다. 그래서 외국인 비중이 많이 낮다. 따라서 그렇게 쉽게 주식시장이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코스피지수 1300 언저리에서는 분할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원희: 최악의 사태는 벗어났다는 데 모두 공감하는 듯하다. ‘W’자 형태로 또 한 번의 바닥을 겪을지 ‘나이키’ 형태로 완만하게 상승할지는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이건홍: 주식시장이 좋은 건 맞다. 1400포인트 내외에서 움직이는데 잠시 쉬어갈 수 있다고 본다. 3분기에 주춤하다가 연말께 1600포인트 가까이 갈 것으로 전망한다.

원연식: 주식은 올해 안에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허리 이상 올랐다.


올 4분기 코스피는 1600


정경애: 실제 고객 대부분이 주식에 새로 투자하지 않는다.

이원희: 그럼 주식에 투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원연식: 박스권 시황에서는 배당주를 눈여겨볼 만하다.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6월 26일까지 배당주를 매수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SKT는 현재 주가가 연중 최저가라 더욱 투자 가치가 높다.

이원희: 3분기에 주춤하고 연말에 오른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원 교수의 지적대로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아직 불확실성이 분명 존재하니까. 부동산 얘기를 해보자.

최종성(대일에셋감정평가법인 이사): 경기 회복 형태를 ‘L’자로 본다. 호재와 악재가 함께 나타나 등락이 심할 것이다. 부동산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게 좋은데 지금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투자할 때는 아닌 것 같다. 단기투자는 대출을 끼고, 장기투자는 자기 돈으로 하는 게 좋다. 사실 단기투자는 좀 불안하다. 현금성 자산으로 갖고 있다가 상승 시기에 사는 게 낫다.

서성기(38커뮤니케이션 대표): 부동산, 증권 모두 바닥에 사려고 욕심 내면 안 된다. 바닥을 치고 올라와도 확신이 들면 돈을 더 주고 사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건홍: 용기에 실천을 더해야 한다. 시장이 안 좋을 때 사면 가격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사고 나서 계속 가격이 내리면 정신적으로 불안하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오르는 건 순식간이다. 2003년 SK글로벌 채권 사태와 이라크 전쟁이 났을 때 부동산에 투자했으면 돈을 벌지 않았을까? 남들이 비관할 때 사는 실천력이 필요하다.

이원희: 여윳돈으로 장기투자 하는 게 낫다. 불안한 것은 좋지 않다.

원연식: 장기투자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2000년 바이코리아 펀드 붐이 일었을 때 KT 주가가 20만원 정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지금 3만6000원대다. 손녀한테 물려주는 펀드라고 샀는데 정작 물려줄 때는 4분의 1이 안 된다.

이원희: 통신주가 정책에 민감해서 그럴 수 있다. 주식도 트렌드가 있다. 한 사이클이 도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2000년에 정보통신(IT) 버블이 있지 않았나. 보통 한 사이클에 10년 정도라는데 손녀한테 물려줄 때는 오를 수도 있다.

이건홍: 장기투자를 강조하는데 반성할 필요가 있다. 2007년 말에 러시아 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원금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주가 역시 어떤 동기 없이 오르는 게 쉽지 않다. 막연히 장기투자만 믿지 말고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이원희: 몇 년 이상 투자해야 장기투자인가.

이건홍: 2년 이상?

정경애: 교과서적으로는 5~10년이 장기다.

원연식: 예전에는 10년이었지만 요즘 경기 순환이 빨라져서 2년으로 봐야 한다.

이원희: 다시 부동산 얘기로 돌아가자.

최종성: 과거 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서울 월드컵 이후에 많이 올랐다. 건설 경기가 활황이 되고 정부 정책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지금 적극적으로 나설 시기는 아닌 것 같고 실수요자 입장에서 오르기 전에 살 수 있는 기회는 맞다. 하지만 굳이 다른 곳에서 자금을 빼서 살 시기는 아니다.

이건홍: 어차피 포트폴리오에 부동산이 일부 있어야 하지 않나. 높은 수익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할 만하지 않을까?


부동산 실수요 아니라면 기다려야


최종성: 시장이 오를 때 사기를 권한다. 계약이 많을 때 사고 계약이 뜸할 때 사지 않는 게 유리하다. 파는 사람은 계약하는 사람이 많으면 좀 더 기다리자.

요즘 계약이 많은 것은 대출 받아서 투자한 사람이 처분하는 물건이 많아서다. 이 물건들은 급매물로 소화되고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된다. 현재 금리가 낮기 때문에 앞으로 올라갈 것이라 전망하면 레버리지를 이용하기는 위험하다.

원연식: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어디가 좋겠나. 우리나라가 일본을 쫓아가는 것 같다. 일본이 과거 전철역 주변을 중심으로 도심을 개발했는데 아직도 가격이 안 내렸다. 서울 중구 무교동 같은 도심 내 재개발이 가능한 지역에 있는 빌라를 사두는 건 어떨까? 장충동 쪽에도 빌라가 많다.

이원희: 일단 재개발하면 보상, 철거 문제가 쉽지 않고 요즘 기업 사정이 좋지 않아 부동산개발(PF)이 활발하지 않다.

최종성: 도심 재개발이 있고 주택 재개발이 있는데 장충동 같은 기존 주택지는 주택 재개발이다. 종로의 세운상가, 용산 같은 곳이 도심 재개발 지역이다. 도심 재개발은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진행되기 어렵다. 지금 살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서성기: 7월에 9호선이 개통된다고 하는데 실제 이 지역 부동산 값이 최근에 많이 올랐고 개통되면 반드시 또 한 번 오른다. 토지는 돈이 풀리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것은 전철 개통 같은 호재가 생기면 처음에 소식 들릴 때, 공사 시작할 때, 개통할 때 등 계단식으로 값이 오른다. 따라서 몇 년 동안 투자할지 미리 정하지 않으면 손해 볼 수 있다.

최종성: 서울 서부역 뒤쪽부터 용산까지 주목을 많이 받았고 실제 많이 올랐다. 돈 있는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 초고층이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도심에서는 용산이나 서부역 뒤쪽이 제일 나은 것 같다.

이원희: 레버리지를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괜찮을까?

서성기: 대출 이자가 월 수입의 20%를 넘지 않는 게 좋다. 내 돈이 아니면 이자 부담 때문에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지 않나. 누구 돈으로 투자할지 결정한 다음 왜 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경애: 동탄, 마곡, 평택 지역에서 받은 토지보상금이 강남 3구에 다 풀렸고 위로 점점 올라와서 여의도까지 갔다고 하더라. 한강 르네상스가 있는 쪽이 가장 많이 오를 거라는 전망이다. 자산 규모가 큰 고객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건물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원희: 인플레이션이 정말 올까?

이건홍: 5만원권도 나왔고 우려가 있다. 금리가 최저고 돈이 워낙 많이 풀려 있다.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지만 분명 화제가 될 거다.

이원희: 만약 과잉유동성으로 자산버블이 생기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도 인플레이션 대비책이 되지만 금이나 원자재 관련 상품은 어떤가?

원연식: 원자재 펀드가 답이다. 앞으로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와 대비해 계산되는 실물 펀드는 투자할 만하다. 환율 변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환 헤지를 하는 것이 좋다.

이원희: 다른 유망한 금융상품으로는 뭐가 있을까?

이건홍: 월급쟁이에게 최고 상품은 적립식 펀드다. 적립식 펀드 중에서 특히 브릭스(BRICs) 펀드를 권한다. 적립식 펀드를 연금처럼 활용하면 은퇴 하기 전에 분명 수익을 얻을 기회가 온다. 지수가 낮을 때 제일 많이 납입하는 게 효과적이다. 근데 사람들은 반대로 투자한다. 장이 올라갈 때 조정하고 하락할 때 납입해야 한다.


대출이자는 월 수입의 20% 이내로


정경애: 요즘 녹색성장이 화두인데 전망이 어떤가?

이건홍: 자전거 관련 주식이 10배 이상 올랐다. 성남 탄천에서 직접 타봤는데 주변에 자전거 타는 사람이 참 많더라. 실적이 못 받쳐주니까 지금은 거품으로 볼 수 있지만 미래에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삼천리가 공장을 늘린다고 땅을 산다는데 공장이 증설되면 10만 대 팔리던 자전거가 100만 대 팔리지 않을까.

서성기: 일시적 급등(오버슈팅)인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잘나가는 녹색성장 관련주는 다 오버슈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해 말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보통 삼천리자전거를 잘 안 산다. 수입 브랜드를 많이 사더라.

이건홍: 상장된 국내 자전거 생산업체는 삼천리가 유일하지 않나.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모두 공해 얘기를 많이 한다. 거리에 자동차 공해가 없게 한다는데 결국 환경 관련주가 뜰 것이다.발광다이오드(LED)도 전력이 적게 들고 공해가 없는 환경 분야 아니냐?

최종성: 문제는 실제 상용화되는 시점이 언제냐는 것이다.

원연식: 단가만 내리면 생각보다 상용화 시점이 빨리 올 수 있다.

이원희: 그래도 테마주에는 함부로 투자 못하겠더라. 실적이 있는지 거품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요즘엔 묻어가는 엉터리 테마주가 많은데 실제 테마와 관련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서성기: 보험은 어떤가?

이건홍: 절세 차원에서 좋다. 개인연금으로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월 25만원 불입에,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 연 소득이 8000만원 이상이면 1년에 100만원 좀 넘게 소득공제가 된다. 5000만원 이상이면 80만원이 좀 넘는다. 보험을 잘 골라 투자하면 펀드에 투자할 필요 없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6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7“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8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9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실시간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