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로 더 행복한 세상 만들겠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5차 ‘세계 물 포럼’(주제는 세계의 물 격차를 줄이자는 뜻의 “Bridging the divides”)에서 화상 메시지를 통해 “물이 갈등을 악화시키기보다는 해결하는 촉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은 지구온난화로 세계 수자원이 갈수록 고갈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잘 방증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06년 정부의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6년엔 전국적으로 5억㎥, 지역 여건까지 고려하면 약 10억㎥의 물 부족 사태를 겪을 전망이다.
물의 효율적인 관리가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뉴스위크 한국판 강태욱 기자가 한국의 치수사업을 책임지는 김건호(63)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에게서 그 대책을 들었다.
올해 초 태백시 등 강원도 일대가 식수난으로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 뭐라고 보나?
한국은 전체 강수량의 70%가 6~8월에 집중되고, 동고서저의 가파른 지형 때문에 빗물이 금세 바다로 흘러간다.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880㎜)을 웃돌지만(1.4배)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이 세계 평균(1만9635㎥)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강우를 저장하는 ‘큰 물그릇’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큰 물그릇’을 확보하기 위한 수자원공사의 대책은?
미래의 물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현재 건설 중인 5개 댐 외에도 3개의 친환경적인 댐을 추가로 건설하고 6개의 기존 댐을 보강할 계획이다. 물이 남는 지역에서 모자라는 지역으로 공급하는 전국 12개 권역별 급수체계 조정사업도 벌인다. 최근 정부의 역점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민의 생명수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댐 건설은 10년이 넘게 걸리는 데다 생태계 파괴로 인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
과거엔 용수공급, 홍수조절 등 댐의 기능적 측면이 강조되다 보니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악영향이 간과됐다. 그러나 최근엔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주변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일례로 곤충·양서류·파충류·조류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서식환경을 위해 돌무더기, 나무더미, 생태연못, 인공습지를 조성하거나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어도와 어류 산란장을 설치하기도 한다. 댐 준공 이후에도 5년간 사후영향 평가를 계속해 환경파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물 관리 기술에서 앞선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과 격차는 어떻게 좁힐 생각인가?
세계 각국의 수자원 환경을 비교하는 ‘물 빈곤 지수(WPI)’에서 한국은 세계 147개국 중 43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물 관리와 직접 관련된 수자원관리능력 등을 기준하면 상위 43개국 중 20위권에 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럽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사회·경제·환경적 관점에서 수자원을 개발, 사용, 관리하는 ‘통합적인 물 관리 수행체계(IWRM)’가 필요하다.
민간 주도로 추진했던 경인운하(아라뱃길) 사업을 수자원공사가 떠맡았다. 사업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는데 어떻게 보나?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타당성 재검토 결과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 났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신속한 사업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지난해 12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수자원공사가 이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명품 뱃길’로 녹색성장의 좋은 본보기를 만들겠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 한국에도 동참 압력이 거세다.수자원공사의 청정개발체계(CDM)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CDM사업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그 감축 분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자국 실적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따라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개도국의 녹색기술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등 새 시장도 생기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녹색성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수자원공사는 2005년 정부투자기관 중 최초로 CDM사업에 나서 현재까지 시화조력, 소수력1·2, 시화풍력 등 총 4건의 CDM사업을 유엔에 등록했다. 이를 통해 연간 33만t의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7월엔 소수력 CDM사업을 통해 8430t의 탄소배출권을 유엔으로부터 발급받아 국내 공공기관 중 최초로 판매수익(1억7000만원)을 냈다.
지난해 취임 이래 해외 수자원 개발사업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왔는데, 어떤 성과를 냈나?
수자원공사는 1994년 해외 물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중동 등 13개국에서 19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도 12개국에서 14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전력난이 심각한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지류 하천에 150㎿ 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한국수출입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이 1억8300만 달러를 지원한 국내 공기업 최초의 해외수력발전 투자사업이다. 9월까지 파키스탄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착수한다. 그 외에도 이슬라마바드에 하루 300만t 의 물을 제공하게 될 8억 달러 규모의 상수도 건설사업도 추진한다. 내부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 국민의 신뢰를 얻고 세계와 소통하는 수자원공사가 되도록 하겠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0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우수 기관장’으로 선정됐는데 어떤 점이 높게 평가됐나?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조직을 ‘슬림화’해 전체 직원의 11.2%(475명)를 줄였다. 또 전 임직원이 임금의 2.5~10%를 반납했으며 비용을 절감해 마련한 예산으로 600여 명의 주부사원을 채용해 ‘일자리 나눔’에도 힘쓴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번 평가를 계기로 ‘물로 더 행복한 세상’을 여는 데 더 노력할 작정이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중원 표심’ 공략 이재명 “충청이 살아야 대한민국 산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어머니, 아버지 저 장가갑니다”…‘결혼’ 김종민 끝내 눈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재명 제시했던 '코스피5000'…한국 증시 상승 조건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EU있는경제]투자만이 살 길…PE 규제 허물고 반등 노리는 英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동물실험 폐지 명암] 투심 쏠린 토모큐브, 빅파마가 주목하는 까닭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