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시정(詩情) 품은 비경
고려시대 시정(詩情) 품은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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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을 지나온 남한강이 충주호로 들어가기 전 잠시 머무르는 곳이 충북 단양이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좁아 보일 만큼 산으로 둘러싸인 심심산골이다.
중앙고속국도가 길을 터주긴 했지만 여전히 가까운 곳은 아니다. 산이 깊은 만큼 골도 깊다. 덕분에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데 그중 손꼽히는 절경이 단양팔경이다.
단양의 상징이자 제1경인 도담삼봉은 조선 초기 학자 정도전이 그 경치에 반해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지었다는 일화를 품고 있다. 하지만 단양읍 길목에 있어 신비감이 덜하다. 또한 구담봉·옥순봉 등은 유람선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에 반해 사인암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덕분에 때 묻지 않은 청정함을 자랑한다. 사인암은 중앙고속국도 단양IC에서 약 10분 거리의 사인암리에 있다.
남조천이라 불리는 작은 개울을 따라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절벽으로 단양팔경 가운데 하나다. 멀리서 보면 짙은 숲 사이로 곧게 솟아오른 모습이 시원하다. 반대로 가까이 다가서면 조물주가 거대한 성벽을 만들다 만 듯 커다란 암석들이 층층이 경계를 지으며 30m 이상 솟아올라 신비스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절벽 꼭대기에는 소나무들이 기묘한 형태로 뿌리를 내렸고, 깎아지른 절벽 바위 틈에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마치 신선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남조천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사인암 뒤에 살짝 숨어 있는 작은 암자를 만난다.
고려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창건했다는 청련암이다. 이 암자 뒤, 그리고 사인암 바로 아래 바위에는 시조가 한 수 새겨져 있다. ‘한 손에 막대 잡고 한 손에 가시 쥐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단양 출신이자 고려 말 학자였던 우탁이 지은 ‘탄로가’다.
당시 사인 벼슬을 하던 우탁이 낙향해 이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였던 임재광이 그의 관직에서 이름을 빌려 ‘사인암’이라 부른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인암 뒤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숨어 있는 삼성각이라는 작은 법당으로 주불인 치성광여래불상 등 성인 세 분의 탱화가 모셔져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법당에 이르면 개울에서 바위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까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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