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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국방예산 삭감 바람… 미소 짓는 러시아


EUROPE’S SHRINKING FIREPOWER


defense - 세계적인 군비경쟁이 유럽에서만 둔화한다. 유럽의 ‘강대국’ 지위를 고려할 때 장기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 세계의 무기판매는 4% 늘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각각 6070억 달러와 85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구입해 다른 국가를 크게 앞질렀다.

러시아도 국방예산을 계속 늘려 현재 586억 달러에 이른다. 옛 소련 수준의 군사능력을 되찾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자금사정이 빠듯한 정부들이 대중에 인기 있는 사회적 프로그램을 강화하느라 국방예산을 감축한다. 이탈리아는 올 들어 국방비 지출을 약 7% 줄였고, 스페인도 4% 남짓 삭감했다.

분석가들은 현재 약 600억 달러에 이르는 영국의 국방예산도 몇 년 안에 최대 25%까지 감소되리라 전망한다. 더구나 패디 애시다운 전 자유민주당 당수 같은 군사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다시 말해 영국의 트라이던트급 핵잠수함 교체에 소요되는 380억 달러 이상의 예산배정을 포기하는 대신 의례적으로 지난주 건조에 들어간 항공모함 두 척(80억 달러 소요)은 한 척만 만들거나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군사력이 약화되면 유럽은 장기적으로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에서 미국과 동맹을 지탱하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와 NATO 확대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러시아에 이롭게 된다. 반면 영국으로선 핵무기 포기가 언젠가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포기로 이어져 프랑스에 유럽의 강대국 지위를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질 듯하다.

지난해 프랑스는 전체 군사비 지출이 657억 달러로 영국을 앞질렀고 2012년께 증액되는 국방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독일도 국방예산을 다소 늘릴 계획이다. 물론 경기침체가 미국과 아시아보다 유럽에서 더 오래간다는 전망을 고려하면 독일과 프랑스의 계획도 현재로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의 군사강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각자의 국방자산을 ‘풀’제로 운용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전문가는 유럽 국가들이 중요한 다자기구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군대를 통합하라는 제안까지 한다.

만일 그런 수준의 군사협력이 이뤄지면 미국과 러시아에 유럽연합이 결코 종이호랑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유럽은 현재로선 사회적 책임은 떠맡되 군사적으로는 취약한 ‘소프트파워’ 지위에 더욱더 안주하겠다는 뜻이다.

CHRISTOPHER WERTH



빛 바랜 ‘녹색 물결’


THE GREEN WAVE HAS CHANGED


iran - 한풀 꺾였다가 다시 고개를 드는 이란의 시위를 보면 반정부 세력이 여전히 강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정부다. 지난 몇 주간 이란 관리들은 일반시민들에게 이번 소요는 이란의 적들이 사주한 결과라는 확신을 심어주려 애썼다. 반면 반정부 세력이 전하려 한 메시지는 서방 언론에서 상당히 왜곡됐다.

서방 기자들이나 그들의 인터뷰에 응한 망명단체들이 이번 시위가 1979년 회교혁명과 유사하다는 잘못된 비유를 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선전당국 입장에선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이 없었다. 반정부 세력과 시위 조직자들을 사악한 집단으로 몰아붙이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시위는 재개됐지만 모든 계층을 대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제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젊고 중상류층인 테헤란 시민들이다. 10만 달러짜리 SUV차량을 타고 시위현장을 빠져나간 사람도 있다. 여성 참가자도 드물고, 가족단위로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도 줄었다. ‘녹색 물결’이 처음과 크게 달라졌다. 시위대는 집권세력에 도전하기엔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할 싸움을 계속해야 할 듯하다.

HOOMAN MAJD



중국의 ‘허머’ 인수 자격미달?


CHINA’S HUMMER BUMMER


CHINA - 쓰촨 텅중 중공업기계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이 지난 6월 GM으로부터 허머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 거래는 점차 커지는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베이징에서 새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면 중국 정부가 허머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듯하다.

중국의 국영언론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허머가 중국의 새로운 녹색정책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형식적인 구실일 뿐이다.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진짜 걱정은 그보다 훨씬 실리적이다. 만약 텅중 중공업이 경영난을 겪는 허머 제조 부문을 제대로 구조 개혁하지 못하면 국제시장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한편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자동차 회사들 중 몇몇은 아직 외국 브랜드를 인수해 경영할 만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도 없지 않다. 저돌적으로 허머 인수에 나섰던 텅중 중공업은 국내에서조차 별로 유명하지 않고 더구나 전문분야는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만한 전력도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는 2004년 한국 쌍용자동차의 지분을 인수했다가 회생전략에 반발하는 노조와의 갈등 때문에 손을 떼고 말았다. 해외자산은 “소화하기 힘들다”고 인터차이나 컨설팅의 인수합병 전문가인 에두아르도 모르시요는 말했다. 사실 쌍용차는 아시아 밖에선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허머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실패하면 타격이 훨씬 크다.

MELINDA LIU



룰라의 ‘위험한’ 성공스토리


LULA’S DNAGEROUS LARGESSE


brazil - 금융위기 속에서는 웬만한 성공스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브라질의 사례는 더 놀랍다. 이번 경제위기에 이 나라만큼 잘 대처하는 개발도상국도 없을 정도다. 파산한 은행이 한 곳도 없고 부채도 감당할 수준이며 외화보유액도 2080억 달러에 이른다.

경기반등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미국의 다우 지수, 독일의 닥스 지수, 일본의 닛케이 지수 등이 폭삭 주저앉은 반면 상파울루 증시는 1월보다 31% 폭등했다. 많은 경제분석가는 브라질 경제가 연말께 또 한 차례 성장세를 타고 2010년의 GDP 성장률은 2~4%를 기록하리라 예상한다.

한때 홀대 받았던 브라질이 숭배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그 덕분에 대통령이 우쭐해졌다. 루이스 룰라 이나시우 다 시우바 대통령은 열정적으로 공적자금을 푼다. 공무원 월급을 올리고 채무상환을 연장할 뿐 아니라 국영은행엔 소비자대출 이자율을 낮추도록 조처하고, 2023년까지 최저임금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재정지출이 줄지 않으면 내년께엔 재정흑자가 적자로 바뀔 전망이라고 말한다. 룰라 대통령은 이런 대규모 자금풀기가 경기조정 국면의 교과서적인 부양정책이라고 응수한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그나마 안정적인 국가재정의 고정비용을 정부가 나서서 저당 잡히는 셈이라고 경고한다.

한번 높아진 고정비용은 다시 낮추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그동안 잘 버텨왔던 룰라가 대중영합적 자가당착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의 강점을 남용하고 있다”고 에베라르도 마시엘 전 브라질 국세청장은 말했다. 아무리 칭찬 받는 지도자들이라도 흘려 들어서는 곤란한 경고다.

MAC MARGOLIS



BY THE NUMBERS
굶는 농민 늘었다
HUNGRY FARMERS?


세계 인구의 여섯 명 중 한 명이 영양부족이다. 금융위기 탓이다. 또 올해 수백만 명이 빈곤층에 추가됐다. 이들 중 대다수가 농민 혹은 그 가족들이다. 굶주림의 몇 가지 실체를 짚어본다.

11%
2009년 굶주림에 처할 인구의 증가율. 10억200만 명에 이른다. 기록적 수치다.

71%
생계수단이 농업인 세계 인구 중 극빈층(하루 생활비 1.25달러 미만)의 비율.

60%
빈곤층 소비자의 소득 중 식품 구입에 들어가는 지출 비율.

24%
2006년 대비 2008년 말의 식품 가격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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