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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가장 강력한 광고모델

CEO는 가장 강력한 광고모델


몇 년 전, 황수관 박사가 ‘신바람 건강법’으로 TV강연을 휩쓴 적이 있다. 의사는 많지만 ‘말 잘하는 의사’는 드물 때였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건강상식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그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후에도 한의사, 요리사, 심리학자 등 한 분야의 프로가 ‘프로 스피커’로 뜨는 순간, 사방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졌다.

국내 대표적인 여성 CEO로 손꼽히는 김영선 이지함화장품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요새 잘나가는 ‘피부관리 전문강사’다. 약사 출신인 김 대표는 국내 처음으로 의약품과 화장품을 결합한 ‘코스메슈티컬’ 개념을 선보였다. 그녀 스스로도 제품 개발과정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이 때문에 사람들에게 김 대표는 ‘피부 전문가 CEO’로 알려져 있다. 외부 초청강연도 전공을 살린 주제가 많다. 특히 40∼50대 남성 CEO들의 피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특강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요새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않게 피부관리 열심히 해요. 골프 같은 야외활동이 잦은 남성 CEO들도 피부에 얼마나 신경 쓰는데요. 물론 화장품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들은 강연에서 복잡하게 얘기하면 잘 이해하지 못해요. 그래서 보통 피부 타입별 특징과 증상, 화장품 사용법, 안티 에이징 등 핵심만 간추려 전달합니다.”

김영선 대표는 강의 때마다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해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자외선차단제나 잡티를 가려주는 BB크림을 설명할 때는 실제 제품을 보여주고 청중을 불러내 직접 자외선차단제 바르는 방법을 시연하기도 한다. 강연효과와 홍보효과를 동시에 높이는 1석2조의 퍼포먼스다.

사람들은 그녀처럼 ‘전문가 CEO’들의 얘기에 관심이 많다. 전문적인 콘텐트와 다양한 현장경험이 결합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콘텐트가 일반 CEO들과 차별되기 때문에 강연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만약 이들이 스피치마저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면 회사 차원에서 얻는 마케팅 효과는 엄청나다. CEO 자신이 회사의 고유 브랜드가 되는 셈이다.



현장경험을 말하라

김영선 대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수많은 청중 앞에 서기만 하면 긴장과 초조함이 앞섰다. 입을 떼기 전의 긴박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미리 무엇을 말할지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려놓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말하는 방법 중 하나는 ‘A-B-A’로 처음 했던 얘기를 마지막에 반복하는 것이다.

김영선 대표는 지난 연말, 10년간 빠지지 않았던 부부동반 송년회에서 스피치를 할 기회가 있었다. 부부끼리 돌아가면서 짤막하게 얘기하는 순서였는데 대개 자신의 신상변화나 가족, 만나서 반갑다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그녀의 스피치는 달랐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 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시간, 돈 그리고 사람이죠. 시간이나 돈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해결되지만 오랫동안 어울릴 수 있는 친구는 하루아침에 만들기가 참 어렵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10년이나 함께해 온 걸 보면 앞으로의 10년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세 번째 숙제를 해결해 준 여러분은 참 소중하고 고마운 분들입니다.”

순간 장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전달되는 것을 그녀 스스로도 느낄 정도였다. 사람들은 “김 대표를 국회로 보내자”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그녀의 스피치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김영선 대표는 요즘 각종 책과 지인들의 말 속에서 괜찮은 에피소드를 열심히 수집하고 있다.

김미경 원장의 원포인트 레슨
- 자신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발굴해 보세요
- 노파심에 했던 반복적인 얘기는 그만! 말은 짧고 간결할수록 좋습니다
-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는 미리 거울을 보고 동작과 표정까지 연습해 보세요

인터뷰 도중 최근 그녀가 인상 깊게 들었던 행복과 호르몬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인용하면 좋은 에피소드라며.

“우리가 행복을 느끼려면 우리 몸의 네 가지 호르몬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 나오는 도파민, 일을 성취했을 때의 세로토닌, 가족 간의 우대를 느낄 때 나오는 옥시토신, 그리고 운동할 때의 엔도르핀이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줄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옥시토신과 엔도르핀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가족을 더욱 아끼고, 운동도 많이 해야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에피소드는 귀로 들었을 때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말로 내 입에서 나가야 비로소 정리가 되고 내 것이 된다.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려면 몇 번의 연습을 거쳐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에피소드를 찾는 것이다. 김영선 대표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 떨리는 이유를 두 가지로 압축한다.

첫째는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서고, 둘째는 잘해 보겠다는 마음이 앞서서다. 물론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채 잘해 보겠다는 마음만 앞서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녀는 강연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정리하고 말하듯이 원고도 쓴다. 특히 원고를 직접 쓰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굳이 외우지는 않더라도 쓰면서 머릿속에 내용이 정리되니까 강의가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말하다 옆길로 새는 일도 거의 줄어들었다.



마음을 ‘툭’ 건드려라

김영선 대표의 스피치 비법
-‘A-B-A’ 구조를 머릿속에 늘 기억하라
- 미리 스피치 대본을 써서 머릿속에 정리하라
- 어떤 사물을 설명할 때는 직접 보여주고 시연하라
“제가 몇 년 전에 교통방송에 출연하러 갔다가 어느 신입 아나운서를 만났는데 너무 수줍어하면서 말을 못하더라고요. 얼마나 버틸지 속으로 걱정스러웠는데 1년 지나고 다시 보니까 말을 너무 잘 하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스피치도 역시 트레이닝이 최고구나.”

김영선 대표는 스스로 스피치 재능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와 노력만 있다면 타고난 이들 못지않은 실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피부관리도 마찬가지다. 피부가 좋지 않아도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면 10년 후에는 타고난 피부미인을 앞지를 수 있다. 팽팽한 피부로 부러움을 사는 김영선 대표 자신도 20대 때는 피부 좋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단다. 스피치도, 피부도 공들이고 투자한 만큼 되돌아오게 돼 있다.

김영선 대표는 목소리에 강단이 있고 음의 고저가 분명한 것이 뚜렷한 장점이다. 손놀림 같은 제스처도 매우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얼마든지 스피치 능력을 훈련으로 바꿀 수 있다는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다만 상대가 못 알아들을 것을 염려해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점, 문장이 길게 늘어지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말은 간결하게 의미를 함축적으로 끊어서 할 필요가 있다. 문장도 단문이 눈에 잘 들어오고 편하듯, 말도 짧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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