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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 bal investoR] “일본 증시를 주목하라”

[glo bal investoR] “일본 증시를 주목하라”


아시아가 세계경제 회복을 이끌고, 그 증시는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는데도 역내 최대 경제와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은 뜻밖에도 맥을 못 춘다. 사람들이 투자를 기피하고(underowned), 저평가되고(undervalued), 사랑 받지 못하고(unloved), 매력 없는(ugly) 이른바 ‘4U’ 증시를 꼽는다면 도쿄 증시만 한 게 없다.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일본은 매력 없는 국가라는 생각이 뿌리 깊다. 일본 정치는 늙고 어설픈 특권계급이 빚는 한 편의 희극이며, 인구는 고령화하면서 그나마 줄어들고, 지난 20년 동안 경제도 소모성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으로 수렁에 빠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20년 전 일본 닛케이지수는 4만 포인트 선에 거의 육박했지만 지금은 9400선을 맴돈다. 지난 2월엔 26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끝없는 나락에 빠져 있다. 이런 마당에 왠 낙관론이냐고? 이유는 숱하다. 일본 증시는 싸구려 소비재 수출 기업보다는 산업재 수출 기업들로 넘쳐난다.

이들 중 다수는 기술 집약적이며, 정밀성을 요하는 자본재 장비를 만든다. 또 기업 주식의 평균 수익률은 해외 경쟁 업체의 3배에 달한다. 일본은 수출의 거의 절반을 아시아에, 20% 정도를 중국에 한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까닭에 일본은 이런 경제회복의 혜택을 누리는 일만 남았다.

사실 일본 경제는 이미 바닥을 찍고 돌아섰다. 2008년 4분기와 올 1분기만 해도 수출과 경제가 무너졌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무려 14%나 줄었다. 지금은 경제가 안정을 되찾아 가는 중이며, 4월 들어 수출(특히 중국과 아시아 여타 지역)이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올 하반기 일본이 약 3%의 실질 GDP 성장을 이룬다는 데 이론이 없다. 내년 상황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세계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날로 확산되고, 일본의 대미, 대EU 수출도 되살아난다는 소식이다. 일본의 가장 큰 투자은행이자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일본 기업의 이익이 내년엔 62%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어떤 선진국 시장보다 큰 폭의 성장이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아무도 주식투자에서 재미를 못 봤다. 일본 주식은 자산가치보다 저평가된 듯해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까닭에 ‘가치 함정’의 사례로 치부되곤 한다. 최근 공개된 노무라증권의 2009년 말 기준 증시 실적 전망에도 일본 증시는 단지 3%만 오른다고 나와 있다.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증시가 18% 상승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의 큰손들에게 일본은 말 그대로 투자 받지도, 사랑 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변화다. 2008년 회계연도가 종료된 지난 3월 말 현재 일본의 5대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개인투자자 수가 200만 명 늘어 사상 처음으로 42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주 부유한 나라다. 세계 제1의 채권국(해외 순자산이 GDP의 54%를 차지한다)이자 가계 순자산 대비 순소득 비율이 그 어느 선진국보다 높다. 만약 일본의 가정 경제를 좌우하는 와타나베 부인(남편 월급으로 투자활동에 열심인 주부)들이 주식시장으로 달려간다면 주가는 엄청나게 치솟을 수 있다.

가치로 따지자면 일본 기업들의 주가는 주당 순자산의 1.3배에 거래(미국 주식은 2배에 거래된다. 일본도 한때 5배에 거래된 적도 있다)되며, 매출액의 50% 수준이다. 일본 증시가 이처럼 안정된 까닭에 나는 이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매출액비율(PSR)이 주식을 평가하는 최적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배당 수익률도 2%선이다. 일본의 중소형주는 실제 가치에 비해 훨씬 싼 편이다. 기업 지배구조 또한 개선되고 있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도약의 순간에 직면한 듯하다. 이 나라는 변화를 절실히 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일본은 자유민주당(LDP)이 집권해 왔다. 경제 기적이 지금은 재앙을 초래했으며, 국민도 참을 만큼 참았다.

오는 8월 말 치러질 총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이 참패를 면치 못하며, 민주당(DPJ)이 권력이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신선한 변화 바람을 불어넣게 된다. 당내 3대 주요 파벌은 공무원 개혁, 농업 개혁, 노동자 보호규칙 개혁에는 합의했으나 대외정책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은 가뜩이나 비대한 재정적자를 더 키운다고 자민당의 경제부양정책을 탓한다. 하지만 정작 재정적자 해소와 생산성 향상, ‘더 내릴 주식이므로 사지 말자’는 주가하락 심리 해소 같은 현안엔 꿀 먹은 벙어리다. 민주당이 계속 집권당으로 남으려면 경제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민주당은 (자민당이 그랬듯 인기를 의식해) 쓸모없는 곳에 다리를 놓는 등의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사회복지 지원을 통해 더 많은 돈을 가정에 직접 건네는 쪽으로 기운 듯하다. 예를 들면 휘발유세를 절반으로 깎거나, 유료 도로의 요금 징수제를 없앨 수도 있다.

만약 일본인들이 돈을 쓰자고 마음먹으면 주식투자 붐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쯤이면 일본에 투자할 만하지 않은가? 나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s)를 강력히 권한다. 가장 큰 상장지수펀드로는 I 섀어즈 MSCI 저팬(EWJ)이 있다.

[필자는 뉴욕 소재 트랙시스 파트너스 헤지 펀드의 전무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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