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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채 값 ‘강세’ 전망 우세

일본 국채 값 ‘강세’ 전망 우세

일본에서는 국채 발행이 급증하는 가운데서도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고 있다. 6월 기록한 1.56%가 올해 최고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국채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게 된다. 왜 그럴까?

1997년 이후 일본 금리 추이

프랑스에는 유명한 개구리 요리가 있다. 요리사는 손님이 앉아 있는 식탁 위에 버너와 냄비를 놓고 개구리를 낮은 온도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아주 느린 속도로 서서히 가열한다.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기분 좋게 잠을 자다 죽어 맛있는 요리가 된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알아채고 반응하지만 천천히 느릿느릿 다가오는 미온적인 변화는 감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최근 국채 폭락 위기가 이와 같은 ‘삶은 개구리 이야기’로 비유되고 있다. 일본은 지금 급속한 재정 팽창 속에서도 장기금리는 하락하리라고 예상된다.

채권시장에서는 장기금리(신규발행 10년짜리 국채 이자율)는 6월 11일의 1.56%가 올해의 최고점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추경예산에 따르는 7월의 국채발행은 거의 포함됐다. 향후에는 내년에 걸친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할 전망이다. 금융회사의 자금 운용난도 계속돼 기본적으로는 장기금리가 오를 상황이 아니다.”(닛코 시티그룹 증권의 수석 투자전략가 사노 가즈히코)

실제로 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의 재연이 현실성을 띠고 있다. 5월 소비자 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1.1% 하락해 1971년 이래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가솔린 가격이 급등한 상태였던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하락하는 게 놀랄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향후에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장기국채 이자율도 1.3%대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장기금리는 이대로 계속 낮은 수위에 머무를 것인가? 10년짜리 국채 이자율은 장기금리의 지표로, 기업의 투자 설비용 융자와 주택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에서는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경제성장률과 경상이익률을 각각 0.3%와 6.7% 끌어내린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금리는 ‘체온’에 비유할 수 있는 것으로, 경기가 호전돼 몸이 따뜻해지면 상승한다. 이것은 ‘좋은 금리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역으로 경기가 나빠지고 병약해질 때 금리가 올라가면 ‘나쁜 금리상승’이 된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국채발행 증가이며 ‘재정 프리미엄’이라고 불린다.

장기금리는 작년 말에 1.1%대까지 하락했다. 그 후 반등해 6월에 1.56% 가까이로 상승하며 최고조를 기록했다. 그 배경에는 일부 경기지표의 호전과 주가 반등, 대형 추경예산과 세수감소에 따르는 국채발행 증가가 있다.



‘나쁜 금리상승’의 압력

“2003년 주가 급락 시에는 장기금리가 0.5% 아래로 떨어졌다. 한편 거품경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올 3월에는 장기금리가 그다지 떨어지지 않아 1.3% 정도에 머물렀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재정 악화의 프리미엄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버클레이캐피털 증권의 수석 투자전략가 모리타 조타로)

장기금리는 이론상 ‘기대 잠재성장률 + 기대 물가상승률 +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구성되는데,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정 요인으로 부풀려져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래도 장기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그 이상으로 기대 성장률과 기대 물가상승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나쁜 금리하락’이 ‘나쁜 금리상승’을 상쇄시켰다고 볼 수 있다. ‘나쁜 금리상승’의 원인인 재정악화 자체는 아소 정권 하에서 다시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금년도 일반회계 추경 후의 국채발행액은 44조1000억 엔으로 세수인 46조1000억 엔에 육박하는 규모다.

더욱이 당초 예산대로 세수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결산단계에서는 국채 발행액이 세수를 웃돌게 되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빠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호네부토(骨太)방침: (일본 경제의 골격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방침이라는 뜻)’에서는 기초적 재정수지 균형 목표가 2009년도부터 10년 후까지 미뤄졌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라는 특수 상황이라고는 해도 고이즈미 정권 이래 재정개혁 노선은 완전히 좌초됐다. 이러한 상황은 1998년에 하시모토 정권의 노선을 180도 전환한 오부치 정권 당시를 방불케 한다. 당시에는 무디스의 일본 국채 등급 하락과 ‘자금운용부 쇼크’도 있고 해서 장기금리가 일시적으로 1% 이하에서 2.5% 가까이로 급등했다.

다음 문제는 시장이 언제, 어떤 형태로 ‘반란’을 일으킬 것인가다. 이번에 특기할 만한 사항은 장기금리 상승이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발생한 점이다. 미국에서는 연초 2%대 초반이었던 장기금리가 6월 10일에 일시적으로 4%로 급등했다. 미국의 2009년도 재정적자는 1조8000억 달러로, 2008년도의 548억 달러와는 단위가 달라질 정도로 급증할 전망이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6월에 걸쳐 장기금리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S&P는 5월 영국 국채의 등급(현재 트리플A) 전망을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미국 국채(현재 AAA)에 대해서도 등급 하락의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모든 주요국에서 통화팽창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것이 계속적인 장기금리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반대 추세가 나타난다.

왜 그럴까? “주택 대출과 회사채, CP 등 자산 구입을 통한 각국의 유동성 위기대책에 따라 리스크가 민간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으로 전가됐다. 정부의 통화팽창은 본래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 상승을 낳지만 이번에는 그 영향이 장기금리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BNP파리바 증권의 수석 투자전략가 시마모토 고지는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국채 공급압력을 수요 측으로부터 흡수하고 있는 것은 중앙은행의 국채매입과 함께 은행 등 금융회사의 충분한 현금 유동성, 자금운용난이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막대한 저축과 경영흑자가 있다. 정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도 민간 기업과 개인이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채는 일본의 빚임과 동시에 일본의 자산이기도 하다. 쌍둥이 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이 2008년 말 기준 연방정부 채무 잔액의 48%를 외국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데 비해 일본국채는 외국인 보유율이 2008년 9월 말 기준 8%다. 거의 국내에서 금융을 완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채권시장에서 온건파인 시마모토나 모리타도 장기금리는 향후 1년간 기껏해야 1.7~1.8%가 상한일 것이라는 의견을 보인다.



일본의 재정악화 심각

그러나 과거 10년간 계속된 장기금리 2%라는 상한이 앞으로도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거시적 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기”(버클레이 캐피털 증권의 수석 투자전략가 모리타 조타로)때문이다. 작년 이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경영흑자는 대폭 감소했다. 경제위기가 종언되면 복원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장기적 추세로서 일본의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라 저축이 감소하고 경영흑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수요 측면에서도 국채시장의 불안요인은 증가하고 있다. 다카다 하지메 미즈호 증권 수석 투자전략가는 “국채는 나쁘게 말하면 유보의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국에서 조달할 수 있는 동안 개혁하지 않으면 결국 채권시장의 대혼란이 일본을 덮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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