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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아남으려면 일관성 지켜라

오래 살아남으려면 일관성 지켜라


#1. 진로에 맞서고 있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3년 만에 변신을 꿈꾸고 있다. 롯데주류는 알코올 도수를 달리한 제품을 만들겠다며 7월 30일 국세청에 주류제조 신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종 롯데주류 홍보팀 부장은 “처음처럼은 출시된 지 3년밖에 안 된 브랜드”라며 “브랜드 리뉴얼은 서울 기준 시장 점유율 30%(현 24%) 이상이 된 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선도기업인 진로가 참이슬, 참이슬 후레쉬, J 3개 브랜드로 밀어붙이고 있는 데다 롯데가 연고지나 다름없는 부산 시장에서 5개월이나 판촉활동을 했는데도 점유율에 변화가 적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롯데의 신제품 출시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주류업계의 한 마케터는 “브랜드의 수명은 시장 상황과 제품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며 “한동안 치고 올라갔던 처음처럼의 정체된 점유율을 놓고서 내부에서 브랜드의 성숙기가 지났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 성냥 제조업체 유연화학은 1957년 부산 거제리 유엔묘지 근처에 공장을 짓고 묘지 이름을 딴 팔각형 모양의 곽성냥을 만들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보통명사나 다름없었던 유엔성냥이라는 브랜드의 기원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70년대 보급되기 시작한 라이터 붐에 밀려 라이터 브랜드 ‘불티나’에 자리를 물려줬다. 성냥과 라이터는 용도는 같지만 제조과정은 전혀 다른 일종의 대체재다.

성냥 산업이 사양화하는 것을 간과해 라이터 제조 설비를 도입하지 못한 유연화학은 결국 70년대 후반 춘진흥생필에 팔리게 된다. #3. 스타벅스코리아는 7월 28일 1호점 개점 10주년 행사를 열고 제2의 도약을 선포했다.

골자는 윤리구매, 환경보호, 지역사회 활동 참여. 불공정 거래품의 대명사인 커피를 제값 주고 사고 환경보호에 매년 많은 돈을 기부하는 한편 직원들의 지역사회 봉사시간을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개점 첫 해 6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타벅스코리아는 해마다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 지난해엔 282개 매장에서 17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스타벅스 미국 본사는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하기 시작해 미 전역에서 600개 이상의 매장을 철수시켰고, 결국 은퇴한 창업자 하워드 슐츠를 다시 불러들였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브랜드는 성장기에 있다. 그러나 본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재도약이라는 쇠퇴기의 전략을 취해야 한다.



한국 10대 간판 브랜드 평균연령 30세

사람과 마찬가지로 브랜드에도 수명이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1965년부터 30년간 1432개 기업을 조사해 이 중 9%인 126개 기업만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한 것을 밝혀냈다. 리처드 포스터와 사라 캐플런의 조사에서는 1962년 활동한 1008개 기업 중 단 16%만이 살아남았다.

기업은 살아남았어도 브랜드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브랜드가 더 단명한 케이스. ‘한국 경제를 움직인 1000대 브랜드’ 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확인된다. 10개의 산업별 간판 브랜드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진로-참이슬(브랜드 점수 3위)’로 1923년생이다. 참이슬로 개명한 것은 1998년으로 10여 년 전 일이다.

1945년 태어난 서울우유(9위), 1963년에 나온 박카스(2위)가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1980년대에 만들어진 브랜드가 3개, 1990년대 생이 3개로 대부분 30년을 넘지 않는다. 이 브랜드들은 생로병사 사이클에서 어느 단계에 있을까? 먼저 브랜드의 일반적인 생로병사 과정을 살펴보자.

브랜드의 ‘생’ 단계는 도입기다. 인간의 ‘생’과 다른 점은 태어날 때 이미 죽음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마케터들은 브랜드 런칭 전략을 짜면서 반드시 차선책(플랜 B)을 준비한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어떻게 철수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한다.
인간의 ‘로’에 해당하는 성장기에는 브랜드도 성장통을 겪는다.

매출은 급격하게 늘지만 내부 조직은 논공행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성장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곧 ‘병’이 들게 된다. 성공의 기억에 매몰돼 비슷한 아이디어를 재탕하는 브랜드도 생긴다.



100년 된 IBM, 숙적 MS 제쳐


시대 흐름에 밀려 사라진 유엔성냥.
1905년 출시된 이명래고약은 이제 후손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한때 브랜드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무산됐다. 내부의 갈등으로 분열된 탓이다. 고객 타깃이 노령화되는 것도 병세를 악화시킨다.

국내 패션 브랜드인 P사는 구매력이 높은 20~30대의 타깃 고객이 나이가 들면서 마담 브랜드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특정 브랜드의 죽음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기도 한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할 때 재고량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해당 브랜드를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브랜드는 때로 부활한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10개 산업별 간판 브랜드 중 브랜드 점수 기준 5위)가 대표적이다. 1985년 11월 현대차가 중형차 시장을 노크하면서 들고나온 모델이 쏘나타다. 하지만 대우 로얄 시리즈에 참패하고 만다. 2년간 2만6000여 대를 파는 데 그친 것. 현대차는 와신상담 끝에 1988년 새로운 수출용 중형 모델을 시장에 내놓는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전륜구동을 도입하고 곡선형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이 모델의 이름이 발음만 조금 달리한 ‘쏘나타’가 된 것은 미국 딜러들 수백 명에게 설문한 결과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쏘나타는 국내시장에서 출시 한 달 만에 1만 대를 팔고 대우 로얄의 아성을 무너뜨린다.

이어 쏘나타2, 3, EF, NF로 진화하며 성공가도를 질주한다. 현대차는 신차와 같은 수준의 업그레이드를 하면서도 쏘나타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동아제약 박카스(브랜드 점수 2위)는 항상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이미지 차별화로 입지를 다졌다. 동아제약은 제약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서도 확실한 브랜드인 박카스를 항상 전면에 내세웠다.

또 다른 제약회사들이 약사들에게 제품을 알린 반면 1960년대부터 TV광고 등을 통해 일반 대중을 공략했다. 이쯤에 들 만한 생각 하나. 브랜드라고 불멸의 삶을 향한 욕구가 없을까? 브랜드가 영생할 수는 없을까? 1886년에 태어난 코카콜라가 살아 있는 전설이 되고, 신라면이 100년 후에도 사나이를 울릴 수 있을까?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브랜드의 가치 순위는 오랫동안 코카콜라-마이크로소프트(MS)-IBM의 삼파전이었다. 부동의 1위인 코카콜라와 1911년생인 IBM은 같은 장수 브랜드지만 생로병사의 사이클은 크게 다르다. 코카콜라는 1990년대에 맛의 혁신을 추구하다가 1등 자리를 놓칠 뻔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 후 예전 그대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한동안 ‘클래식’이라는 반성문을 제품에 써 붙여야 했다. 반면 IBM은 아직도 매니어들이 남아 있는 노트북 부문을 사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기업 레노버에 팔아야 했다. 결국 전설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성장기임에도 쇠퇴기에 쓸법한 본사의 전략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다. 배우련 한국IBM GBS 수석컨설턴트는 “하드웨어 기업으로 인식되던 IBM은 1990년 이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서비스 사업 비중을 20%에서 50% 이상으로 키웠다”며 “전 세계 170여 개 나라에서 소비자가 접하는 IBM의 브랜드 이미지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목표, 전략, 운영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금융위기에도 지속적으로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원동력이고 100년 역사의 기업이 최근 글로벌 브랜드 파워 2위 회사로 올라선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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