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아니라면 감히 넘보질 마라
최고 아니라면 감히 넘보질 마라
압구정역에서 강남 방향으로 향하면 도산대로가 나온다. 옛 안세병원 사거리 오른쪽에 보이는 볼보 전시장을 뒤로하고 좌회전하면 왼편에 마세라티와 페라리, 오른편에는 람보르기니의 화려한 전시장이 관문처럼 서있다. 이곳이 바로 강남 수입차 거리의 시작점이다.
도산사거리와 학동사거리를 지나 영동대교 남단 청담사거리에 이르기까지 벤츠, 아우디, BMW, 닛산,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푸조 등 기라성 같은 자동차 전시장이 17개나 자리 잡고 있다. 수입차 거리의 길이는 3.3km. 그리 길지 않은 거리에 명차 브랜드 전시장들이 오밀조밀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주말이면 하루 종일 자동차 거리를 순례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벤츠의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강남 전시장의 정만기 상무는 “좋은 물건을 고를 땐 백화점 본점에 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며 고객들이 강남대로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에는 가장 많은 고급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한국에 출시된 최신 차량이 전시돼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딜러들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는 장소인 거죠.”
크라이슬러를 공급하는 렉스모터스 청담 전시장의 최우석 지점장도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과 상담하다 보면 이미 여러 곳을 돌아보고 온 것”이라며 “이전에는 강남 고객이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금융위기는 수입차 거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이 줄고 고객 성향에 변화가 생겼다. 폭스바겐의 공식 딜러사 클라쎄오토의 박건화 역삼지점장에 따르면 고객들이 더 꼼꼼해졌다. “이전에 비해 차를 보다 세심하게 고릅니다. 연비, 내구성, 주행감 확인은 기본이고 차를 다시 팔 때 중고차 가격이 얼마인지까지 확인하는 고객도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전시장에 옵니다. 판매는 예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봅니다.”
도산대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입차 거리로 자리 잡다 보니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에서 최고 실적을 올린 딜러들이 일하고 있고 전시장 인테리어도 호텔 뺨친다. 수입차 거리 한복판인 도산대로 사거리에 있는 인피니티 빌딩이 좋은 예다. 2005년 7월 인피니티는 825㎡(약 250평) 대지에 7층 높이 건물을 세웠다.
빌딩 5층과 6층에 차량을 전시하고, 1층은 고객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2층은 라운지와 갤러리다. 이곳에 자동차를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은 2층 라운지에서 모니터로 수리 과정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지난 5월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합병한 크라이슬러 전시장도 수입차 거리를 찾는 고객들이 꼭 들르는 명소가 됐다.
학동사거리에 위치한 크라이슬러 청담점은 단층 전시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최우석 지점장은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크라이슬러 전국 판매왕을 차지했던 인물. 그는 “이곳에서는 15가지에 달하는 크라이슬러의 모든 모델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며 “97년에 도산대로에 문을 연 전통 있는 전시장인 데다 경험 많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산대로에서 성수대교 방향에 위치한 폭스바겐 압구정 전시장은 실용적인 서비스가 강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박건화 지점장은 “우리 전시장에는 국내 폭스바겐 판매 순위 1, 2, 3등을 차지한 영업사원이 있다”며 “이는 그만큼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산대로 인근 전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사후관리서비스(AS) 센터가 있어서 상담과 구매는 물론, 수리와 차량 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고객을 모시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산대로에서 청담동 쪽으로 가다보면 지난해에 문을 연 벤틀리와 아우디 전시장, 청담사거리를 지나면 푸조 전시장이 나타난다.
수입차 거리 끄트머리에 위치한 푸조는 프랑스 브랜드답게 전시장에 와인 셀러를 구비해놓고 방문 고객들에게 프랑스의 대표 와인들을 제공한다. 푸조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저희 전시장을 찾는 분들은 누구라도 따뜻하게 대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조 전시장 1층에는 스위스 최고급 커피 머신을 구비한 ‘카페리옹’이란 카페테리아도 있다. 도산대로 일대가 수입차의 메카로 떠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먼저 도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수입차 수입이 개방된 87년에 강남권의 주요 도로인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는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도산대로 일대는 지하철역이 비껴가며 상권 형성이 더뎠다. 부동산 가격도 강남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기에 압구정동, 청담동, 신사동 등 구매력이 높은 고객들이 인근에 있어 최고의 입지로 꼽히게 된 것이다.
“수입차 시장이 개방되자 주요 자동차 수입 브랜드는 자동차 전시장을 준비해야 했지요. 넓은 도로, 넉넉한 대지, 구매력 있는 고객과의 접근성까지 구비한 도산대로 인근에 자연스럽게 몰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도산대로 인근은 한국에 진출할 브랜드가 가장 먼저 전시장을 준비하는 장소로 꼽힐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업무효율 저하 부담에…대기업 10곳 중 3곳만 60세 이상 고용
2尹대통령 내외 사리반환 기념식 참석…"한미관계 가까워져 해결 실마리"
3 대통령실, 의료계에 "전제조건 없이 대화 위한 만남 제안한다"
4이복현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할 계획"
5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6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7"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8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9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