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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품은 결코 만들지 않는다

같은 작품은 결코 만들지 않는다

▎1967년 경북 경주 출생, 경주공고 요업과겣오풔?조소과 졸업

▎1967년 경북 경주 출생, 경주공고 요업과겣오풔?조소과 졸업

경상남도 양산의 공예가 고덕우 씨가 황토로 제작한 생활 자기 ‘고덕우 도자기’는 나만의 작품을 찾는 현대백화점 고객들에게 인기다.

구매 고객의 80% 이상이 현대백화점의 VVIP(초우량 고객)인 ‘재스민’ 회원들이어서 매출 효과가 높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특히 30대 여성 고객이 많다.

고덕우 도자기 매장의 매출은 올 1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100% 가량 늘었다. 가격은 찻잔 하나에 10만 원대, 항아리는 385만 원에 달한다. 값이 비싼 이유는 고 씨가 직접 손으로 제작해 생산량이 적고 일정하지 않아서다. 그는 “영감이 떠오를 때에는 종일 작업을 하지만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고덕우 도자기 마니아들은 값비싼 이 제품을 기꺼이 구입한다. 이들은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고덕우 도자기의 디자인에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어 고덕우 도자기 관련 소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의 도자기가 좋아 경남 양산에 있는 공방까지 다녀온 광고 대행사 이노션월드와이드의 김혜경 상무는 “고덕우 도자기는 색감이 일반 도자기와 다르고 모양도 일률적이지 않다”며 “자연스럽고 예뻐서 계속 갖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방에 직접 가서 찻잔, 밥그릇, 접시 등 1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구입했다.

김 상무는 “영국의 유명 도자기 브랜드인 웨지우드의 찻잔도 10만 원을 넘는다”며 “고덕우 도자기의 값은 결코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고덕우 도자기는 계속 진화한다. 고 씨는 “작품이 1년 전과 같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꾸준히 변화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조각 작품 같은 느낌을 주고자 돌과 나무도 사용한다. 황토를 덧칠하거나 유약을 바르는 작업을 몇 번 더 하거나 그 과정을 생략하기도 한다.‘똑같은 작품’이 없는 고덕우 도자기는 자기만의 작품을 원하는 VVIP 고객에게 최적의 제품이다. 황토를 반죽해 도자기 형태를 잡고, 황토 칠을 하고, 초벌 후 유약을 바르고 재벌하는 과정은 같지만 결과는 매번 다르다.

김 상무는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고 씨는 장인”이라며 “꼭 전통적인 인간문화재만 장인은 아니다”고 했다. 고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도자기를 만들었다. 공고에서 요업을,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지도 교수의 공방에서 도자기를 제작했다.

독립 후에는 조용한 양산시 녹동 마을에 공방을 만들었다. 공방 옆에는 그의 아내, 아들, 딸과 함께 사는 집을 지었다. 집 뒤에는 그가 황토를 채취하는 산이 있다. 다른 공예가와 그가 다른 점은 마케팅에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다른 작가들은 작품은 좋아도 마케팅을 잘 하지 못해 빛을 못 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고덕우 도자기가 잘 나갔던 건 아니다. 작품은 만들었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한동안 고생을 했다. 아내 이태경 씨는 “라면 스프에 밥을 비벼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덕우 도자기를 브랜드화 한 인물은 고 씨의 처남인 이태근 고덕우 도자기 실장이다.

▎고덕우 씨가 만든 도자기.

▎고덕우 씨가 만든 도자기.

무기재료학을 전공한 이 실장은 대학 졸업 후 고 씨의 작품 판매를 맡겠다고 나섰다. 그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 리빙디자인페어에 고덕우 도자기를 출품했다.

행사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2004년에는 서울 포이동의 아파트 한 동 부녀회에서 단체로 작품 주문을 했다. 이 실장은 2004년부터 3년 동안 독일의 소비재 박람회에 고덕우 도자기를 출품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에서 고덕우 도자기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현대겱탉섟?갤러리아백화점에 납품을 시도했다. 이 실장이 고덕우 도자기 관련 자료를 이들 백화점에 계속 보냈지만 3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국인이 만든 도자기는 백화점이 아닌 ‘여주 이천 도자기축제’에 어울린다고 여겨질 때였다. 2007년 드디어 현대백화점에 고덕우 도자기 매장을 여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현대백화점은 ‘작가 브랜드’를 키우기로 결정하고 고덕우 도자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공방에서 고 씨는 작품 제작에 집중한다. 부산에 매장이 있을 때에는 공방 방문 고객이 많아 애를 먹었다. 그는 “와서 도자기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말했다. 요즘도 드문드문 사람들이 공방을 찾는다. 그중에는 경남 통도사의 ‘누룽지 거사’들도 있다.

누룽지를 가지고 와서 도자기와 바꿔가는 스님들이다. 녹동 마을 할머니들이 공방을 찾으면 그는 고가의 접시를 그냥 선물로 내준다. 이태경 씨는 “할머니들은 그 접시가 3000원이라고 해도 비싸다고 할 것”이라며 “가격은 상대적”이라고 말했다. 고 씨는 동네 냇가에서 낚시를 하거나 매주 근처 중학교에서 도자기 관련 수업을 한다.

특히 요즘에는 색소폰 연주를 배우며 기분 전환을 한다. 매주 한 번 울산까지 가서 수업을 받는다. 친구들은 도자기 공예가가 된 고 씨를 보고 놀란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다혈질이었다.

지금도 유도로 단련된 그의 외모는 얼핏 보면 우락부락하다. 그러나 물레질을 하는 그의 모습은 차분하고, 섬세했다. 고 씨는 “‘선생님 작품 참 좋습니다. 언제 봐도 열심히 하시네요’란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그 말을 계속 듣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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