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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를 꿈의 공원으로

쓰레기 더미를 꿈의 공원으로

혐오 시설의 대명사로 불리던 수도권 매립지가 꿈의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그 중심에 조춘구(65)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이 있다.

인천시 서구에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도 여의도 면적의 7배나 돼 다른 곳으로 안내하기 일쑤다. 쉬운 방법은 쓰레기를 실은 트럭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따라 들어간 매립지 안에는 쓰레기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푸른 나무가 가득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수도권 매립지는 혐오 시설의 대명사였다. 삭막한 데다 악취가 진동했다. 당시 한국환경자원공사에서 근무하던 조춘구 사장은 공사의 연구단지가 수도권 매립지 곁으로 간다고 했을 때 걱정했다. 근무환경이 썩 좋지 않을 거라 여겼다. 조 사장은 그러나 “2008년 7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으로 부임해 보니 천지개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개선됐다”고 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00년에 설립됐다. 이곳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서울, 인천, 경기도의 이해관계가 달라 매립지 관리가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 폐기물 반입 수수료 관리는 매립지운영관리조합이, 매립기술 업무는 환경관리공단이 담당했다. 3개 시·도에서 온 공무원들이 일하다 보니 이해관계가 빈번하게 부닥쳤다.

매립지는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는 제1매립지에 쓰레기가 매립됐다. 지금은 제2매립지를 활용한다. 생활 쓰레기, 사업장 쓰레기 등이 매립된다. 서울 상암동 난지도의 수명이 다하면서 마련된 장소가 이 수도권 매립지다.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침출수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땅속에 폐기물을 감싸는 틀을 만들어 넣은 점이 난지도와 다른 점이다.

지금까지 매립지에 67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침출수를 흡수해도 잘 자라는 수종을 골랐다. 조 사장은 ‘천 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주도한다. 앞으로는 매립지에 소나무,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등 탄소 저감 효과가 큰 나무를 주로 심을 계획이다. 특히 그는 매립지 수명 늘리기에 관심이 많다.

그가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주민들의 거부감 줄이기다. 수도권 매립지에는 2016년까지만 매립이 허가돼 있다. 그 이후에는 다시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주민들은 그 이후에는 다른 곳으로 매립지를 옮기길 원한다. 조 사장은 취임 후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었다.

그가 환경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환경자원공사 조직관리 담당 이사로 일하면서부터다. 그는 학생운동 1세대로 민중당 창당의 주역으로 활동한 정치인이었다.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진 후 우연히 한국환경자원공사 이사로 일하게 됐다. 동료 정치인이 그를 추천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온 데는 그때의 경력이 도움이 됐다.

골프장 건설은 그가 주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조 사장은 최근 서울시로부터 골프장 건설 허가를 받아냈다. 그동안은 제1매립지에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은 있었지만, 매립 면허권의 71%를 갖고 있는 서울시의 허가를 얻지 못해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골프장을 지어 주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게 하면, 이곳을 퇴출시켜야 할 매립지라기보다는 주변에 있으면 좋은 공원으로 떠올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골프장 수익을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요.”

허가 받기가 쉽지는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골프장 건설 허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제4매립지까지 사용하면 다시 제1매립지에 매립해야 하는데, 골프장이 있으면 그게 쉽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후 그는 언론을 통해 홍보전을 펼쳤다. 관련 기사가 연일 신문에 게재됐고, 결국 서울시는 골프장 건설을 허가했다.

골프장이 ‘천 만 그루 나무 심기’와 어울리는 환경친화적 개선책인가 하는 데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녹지를 깎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운 매립지를 이용하는 것이니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매립지는 매립이 완료된 후라도 20년 동안 관리하며 꺼지는 땅을 보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 땅에 건물을 세우기는 어렵다. 골프장을 만들면 땅이 꺼지는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 관리 비용을 골프장 수익으로 충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골프장 잔디를 관리할 때 농약 사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2014년에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골프장과 함께 수영장, 경마장도 건설할 계획이다.

지금은 매립지 주변 유휴 부지에 주민체육공원과 야생화단지가 조성돼 있다. 수도권 매립지 수명을 늘리는 또 다른 방법은 폐기물 에너지화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앞으로 35년이면 매립지가 포화상태가 된다. 그러나 폐기물을 분리하고 선별해 에너지로 전환하고, 남는 것만 매립하면 매립량이 70% 이상 줄어든다.

이 경우 매립지의 남은 수명이 약 100년으로 늘어난다. 그는 2013년까지 폐기물 중 144만t을 에너지화할 계획이다. 2007년부터 쓰레기가 부패하며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제1, 2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연간 3억6000만kwh의 전기를 생산한다. 18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연간 85만t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시설 규모나 매립 가스의 양에서 세계 최대 규모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견학하는 해외 인사도 늘었다. 최근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과 국회부의장 등 30명이 이곳을 찾았다. 중국은 폐기물 처리를 소각에 의존한다.

환경친화적인 방법은 아니다. 폐기물이나 온실가스 문제에 대해 고민은 하지만 기술이 부족한 국가에 수도권 매립지는 본보기가 된다. 카자흐스탄 대사, 탄자니아 환경부 장관도 수도권 매립지를 견학했다.

매립지 주변 분위기도 달라졌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주변 아파트에서는 매립지의 녹지와 공원을 이 아파트의 장점으로 홍보했다. 조 사장은 사람들에게 매립지 주변 주택을 구입하라고 말한다. “집값이 오를 거니까요. 이곳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매립지, 또 곁에 있으면 좋은 꿈의 공원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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