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하노이 한식당에 왜 현지인 손님이 없을까?

하노이 한식당에 왜 현지인 손님이 없을까?

▎9월 25일 베트남 마켓테스트 현장에서 한영실 숙대 총장(가운데)이 쩐득라이 베트남 정보통신부 차관에게 한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9월 25일 베트남 마켓테스트 현장에서 한영실 숙대 총장(가운데)이 쩐득라이 베트남 정보통신부 차관에게 한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는 한국 식당 60여 개가 있다. 10년 전만 해도 이곳의 한국 식당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수준이었는데, 최근 한국 식당 수가 급격히 늘었다.

2년 전부터는 한국어를 잘하는 베트남 종업원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졌을 정도다. 베트남에서 한식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 이유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노이에서 3년 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고궁의 강정미 사장은 “베트남 사람들이 한류 열풍을 타고 한식당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긴 하지만 진짜 이유는 교민들이 시작하기 좋은 사업이 식당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는 거의 다 한국인이다.

한식이 베트남인의 입을 사로잡았다면 베트남인도 한식당 차리기에 나섰겠지만 그렇지 않다. 한식당 손님 비중도 여전히 한국인 단체관광객이나 현지 한국인이 많다. 서울 웬만한 번화가에 하나씩 꼭 있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생각해본다면 아직 한식 세계화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베트남뿐 아니라 해외 한식당의 주인은 거의 다 한국인이다. 그 나라 토박이가 아닌 교민들을 위한 식당이 많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간 한식 세계화를 위한 행사가 많았지만 진척이 느린 것은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음식을 알리기 전에 우리 문화가 널리 알려졌을 때 한식 세계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러던 중 지난달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 세계화’의 일환으로 미국·중국·일본·베트남 등 4개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켓테스트는 작지만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마켓테스트는 현지인을 위한 메뉴를 개발해 공짜로 맛보게 한 뒤 설문지, 인터뷰를 통해 음식에 대한 만족도·맛·색감 등에 대한 평가 정보를 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마켓테스트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이 그간 한식 연구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진행했다. 9월 25일 베트남 하노이대우호텔에서 열린 마켓테스트 현장에서 만난 한영실(52) 숙명여대 총장은 “베트남 쌀국수는 한국인 입맛이 반영된 형태로 팔리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라며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섬세하게 접근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총장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켓테스트와 같은 조사 연구 역량이다. 대상국의 농업, 경제, 역사, 트렌드 등 총체적인 조사연구 역량이 강화돼야 한식 세계화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제조업에서 R&D 투자를 강조하듯, 한식 세계화에 있어도 이와 같은 연구투자가 무르익었을 때에야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식의 모습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 총장은 덧붙여 “비빔밥 하나 더 팔자고 한식 세계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식 세계화는 국제교류에 있어 가장 좋은 도구가 음식이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한식 세계화 등을 통한 활발한 국제교류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취임 시 약속한 숙명문화원 건립도 이 같은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 총장은 “타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 또한 국제경쟁력이기 때문에 숙명문화원 건립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이번 베트남 방문 길에도 베트남 광닝성과 하롱베이 영재고등학교에 숙명문화원을 건립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여성 리더들을 양성하고 후원하는 재단인 숙명문화재단이 이를 후원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티백·동전·비건…세계로 뻗어나가는 ‘K-조미료’

2빙폭을 타는 사람, 한계를 넘어서다

3전국 삼겹살 가격, "제주도 제일 비싸네"

4자영업자 대출, 1112조 돌파...코로나 후 50% 늘었네

5‘감칠맛’ 찾는 소비자 덕…식품 시장 조용한 강자된 ‘이것’

6“디자인 왜 이래?” 현대차·기아 운명 바꿨다

7경기권 학생 비중 늘어나는데…의대 진학 역차별 벌어지나

81119회 로또 1등 번호 1·9·12·13·20·45…보너스 번호 3

9“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실시간 뉴스

1티백·동전·비건…세계로 뻗어나가는 ‘K-조미료’

2빙폭을 타는 사람, 한계를 넘어서다

3전국 삼겹살 가격, "제주도 제일 비싸네"

4자영업자 대출, 1112조 돌파...코로나 후 50% 늘었네

5‘감칠맛’ 찾는 소비자 덕…식품 시장 조용한 강자된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