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왜 이래?” 현대차·기아 운명 바꿨다[백카(CAR)사전]
만년 2인자 이미지 지워낸 기아
디자인 경쟁력 강화 전략 통했다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것이 이미 자리 잡고 있던 것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런 상황이 종종 펼쳐진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자동차와 기아다.
1997년 외환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그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당시 기아자동차). 이듬해(1998년) 기아 채권단은 회사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현대와 함께 대우, 삼성, 포드자동차가 기아 인수를 추진했다. 최종 승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현대차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99년 4월 현대차의 기아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두 회사의 격차는 상당했다. 현대차가 10~20% 정도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한때 기아에 ‘서자(庶子)’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 등이 현대차에 먼저 적용된 탓이다. 항상 기아보다 현대차가 더 돋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돋보인다.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12일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4월 내수 실적(승용 기준)을 분석했다. 이 기간 현대차(제네시스 제외)와 기아는 각각 14만4346대, 16만9517대를 판매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차보다 기아차를 더 많이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상반된 결과다. 당시에는 17만884대를 판매한 현대차가 16만5798대의 기아를 앞섰다.
현대차와의 주요 차급 경쟁에서도 기아가 완승을 거뒀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는 쏘렌토(3만4794대)가 싼타페(2만9160대)를 압도했다. 준중형 SUV의 경우 스포티지(2만6840대)가 투싼(1만6008대)보다 우위를 보였다. 소형 SUV에서도 셀토스(1만7684대)가 코나(8914대)를 앞섰다.
세단과 다목적차량(MPV) 부문에서도 상황은 같았다. 중형 세단의 경우 K5(1만3051대)가 쏘나타(1만692대)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MPV에서도 카니발(2만9560대)이 스타리아(1만3841대)를 앞섰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공유하는 현대차 기아다. 기술 측면에서는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잘 팔리는 것일까. 업계는 ‘디자인’에서 그 답을 찾는다. 현대차보다 기아가 디자인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기아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특히 2019년 10월 BMW·메르세데스-벤츠·인피니티 등을 거친 프리미엄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 카림 하비브를 영입했다. 카림 하비브를 중심으로 디자인 경쟁력을 끌어올린 기아는 2021년 3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발표하고, 모든 차종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디자인 철학은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기아는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4 카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언어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BMW·토요타·로터스 등 우수한 디자인 경쟁을 갖춘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이긴 것이다.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막시밀리안 미소니(Maximilian Missoni) 총괄은 지난달 2024 오토차이나(베이징 모터쇼)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기아는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의 룰을 탈피,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고 호평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면서 “기아 내부에서도 디자인만큼은 현대차보다 앞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것이 이미 자리 잡고 있던 것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런 상황이 종종 펼쳐진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자동차와 기아다.
1997년 외환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그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당시 기아자동차). 이듬해(1998년) 기아 채권단은 회사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현대와 함께 대우, 삼성, 포드자동차가 기아 인수를 추진했다. 최종 승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현대차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99년 4월 현대차의 기아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두 회사의 격차는 상당했다. 현대차가 10~20% 정도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한때 기아에 ‘서자(庶子)’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 등이 현대차에 먼저 적용된 탓이다. 항상 기아보다 현대차가 더 돋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돋보인다.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12일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4월 내수 실적(승용 기준)을 분석했다. 이 기간 현대차(제네시스 제외)와 기아는 각각 14만4346대, 16만9517대를 판매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차보다 기아차를 더 많이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상반된 결과다. 당시에는 17만884대를 판매한 현대차가 16만5798대의 기아를 앞섰다.
현대차와의 주요 차급 경쟁에서도 기아가 완승을 거뒀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는 쏘렌토(3만4794대)가 싼타페(2만9160대)를 압도했다. 준중형 SUV의 경우 스포티지(2만6840대)가 투싼(1만6008대)보다 우위를 보였다. 소형 SUV에서도 셀토스(1만7684대)가 코나(8914대)를 앞섰다.
세단과 다목적차량(MPV) 부문에서도 상황은 같았다. 중형 세단의 경우 K5(1만3051대)가 쏘나타(1만692대)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MPV에서도 카니발(2만9560대)이 스타리아(1만3841대)를 앞섰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공유하는 현대차 기아다. 기술 측면에서는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잘 팔리는 것일까. 업계는 ‘디자인’에서 그 답을 찾는다. 현대차보다 기아가 디자인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기아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특히 2019년 10월 BMW·메르세데스-벤츠·인피니티 등을 거친 프리미엄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 카림 하비브를 영입했다. 카림 하비브를 중심으로 디자인 경쟁력을 끌어올린 기아는 2021년 3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발표하고, 모든 차종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디자인 철학은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기아는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4 카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언어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BMW·토요타·로터스 등 우수한 디자인 경쟁을 갖춘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이긴 것이다.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막시밀리안 미소니(Maximilian Missoni) 총괄은 지난달 2024 오토차이나(베이징 모터쇼)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기아는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의 룰을 탈피,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고 호평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면서 “기아 내부에서도 디자인만큼은 현대차보다 앞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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