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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힘 모아 50억 달러 수출탑 쌓는다

개미 힘 모아 50억 달러 수출탑 쌓는다

수출 전선에서 분투하는 데는 농수산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막걸리 판촉에 대통령이 나서고 외국인들의 입맛을 매운맛으로 사로잡는다. 별것을 다 팔고 별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바이코리안푸드 수출상담회에서 국내 농수산식품업체 관계자가 해외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바이코리안푸드 수출상담회에서 국내 농수산식품업체 관계자가 해외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

10월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농수산물유통공사)센터 빌딩 3층 제2 전시실. 입구에는 ‘BUY KOREAN FOOD 2009 AUTU MN’이라고 쓰인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이 자리에서는 세계 유수의 12개국 바이어 3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농수산식품 수출상담회가 열렸다. 농림수산식품부와 at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세계 최대의 식재료 유통업체인 미국의 시스코(SYSCO), 홍콩의 DCH 등 대형 유통업체와 러시아, 태국, 중국 등의 유력 바이어가 참가했다.

칸막이가 된 60여 개의 테이블에서는 종일 상담이 이어졌다. 오후 4시쯤 들른 현장은 파장 분위기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여전히 상담 열기로 후끈했다. 이곳에서 만난 가공식품 수출업체인 예인티엔지 김영주 상무는 이날 모두 4개 업체 바이어들과 상담을 벌였다. 홍콩의 DHC 푸드마트, 러시아의 TD 비로스코, 영국의 코리안 푸드, 미국의 이트잇이다.

김 상무가 맨 나중에 만난 이트잇은 사전에 일정이 잡히지 않았으나 현장에서 즉석 상담이 이뤄졌다. 예인티엔지는 알로에, 홍삼, 유기농 관련 제품이 주력. 임가공 형태로 제품을 생산해 국내 시판은 하지 않고 수출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 이번 상담회에서 만난 바이어 중에서는 러시아의 TD 비로스코가 가장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

알로에 주스 제품에 대해 그들은 자신들의 수입 요구 조건을 내놓고 예인티엔지에서 검토한 뒤 답변을 달라고 했다. 직원이래야 5명뿐인 이 회사는 2008년 5월 설립된 뒤 이런 식으로 시장을 개척해 8개월 만에 1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올해 수출목표는 180만 달러인데, 9월 말까지 벌써 110만 달러 수출을 기록했다.



수출 53억 달러 향해 순항 중김 상무는 “바이어에게 제품 한 가지라도 일단 씨가 먹혔다는 것만으로 성과”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그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30여 가지 제품 샘플을 늘어놓기만 했지 관련 리플릿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김 상무는 회사가 목표로 삼고 있는 러시아, 중국, 중동, 호주, 싱가포르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자신감을 얻었다”며 흡족해 했다. at는 지난 7월에도 이와 똑같은 행사를 벌였다. 그때는 20개국 120여 명의 바이어가 초청돼 이번 행사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당시 상담 실적은 1400만 달러에 달했다.

▎인도네시아 대형 유통업체와 MOU를 맺은 at. 왼쪽에서 셋째가 윤장배 at 사장이다.

▎인도네시아 대형 유통업체와 MOU를 맺은 at. 왼쪽에서 셋째가 윤장배 at 사장이다.

이런 행사를 마련한 취지에 대해 윤장배 at 사장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국내 농수산식품 유망 수출품목을 적극 알리고 사후관리를 실시하는 등 공세적인 수출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수출 부진 속에서도 농수산식품 분야는 8월 말 누계 27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27억70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물량은 11% 늘었으나 단가하락 품목이 많아 금액이 0.4% 감소한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8월에 비해 올해 8월 인삼(이하 ㎏당)은 44달러에서 40.6달러로, 배는 2.2달러에서 1.7달러로, 넙치는 12.3달러에서 9.3달러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이 22.3%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농수산식품 분야는 선방한 것이다.

수출 전선에서 분투하는 분야는 이처럼 농수산식품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올해 수출 목표 53억 달러 고지 달성을 향해 순항하는 셈이다. 53달러란 수치를 두고 “겨우 그 정도였느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지식경제부가 예상하는 올해 우리나라 예상 수출액은 3650억 달러다.

그런데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이 거대한 수출탑도 사실은 이처럼 농수산식품 수출에 나선 개미와 같은 존재들이 모은 티끌이 가세해 이뤄진 것이다. 한국인들은 우리나라가 수출할 농수산식품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거의 모든 농수산식품이 수출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신선 농식품 중 김치뿐 아니라 버섯, 딸기, 양란 등도 주요 수출품목이다. 가공식품 중에는 술과 음료뿐 아니라 과자류, 소스류, 면류 등 다양하다. 고등어, 전복과 함께 우리 먹을 것도 부족할 것 같은 참치, 오징어 같은 수산물도 어엿한 수출품목이다. 그러나 농수산식품 수출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공산품과 달리 신선도 유지, 안전성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다품종 소량이 대부분이어서 공산품에 비해 품질관리도 훨씬 까다로운 편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또 먹을거리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중국(-20%)과 일본(22%), 러시아(18.7%) 등이 농수산식품 수입 규모를 20% 안팎 줄인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그 수입 규모가 20.2%나 줄었다. 그래서 농수산식품 분야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 요즘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막걸리를 예로 들어 보자. 10월 1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는 막걸리를 놓고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한 상주 대사, 국제기구 대표 등을 초청해 순 한식으로 한턱 내는 자리에서 농담으로 ‘막걸리 국제홍보팀장’을 자처한 것이다. “막걸리가 건강에 좋고 여성들에게는 미용과 피부에 좋다는 점을 알려 드린다”는 말로 막걸리 예찬론을 폈다.



“외국인 입맛 바꾸면 식재료 수출 자연 증가”

요즘 관계기관은 시장성이 보이는 막걸리 수출을 늘리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최근 한식 세계화 바람을 타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at는 그 일환으로 막걸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일본에서 TV에 홍보 CF를 내보낼 예정이다. 또 일본에 상대적으로 많은 한식 체인점과 연계해 대대적인 판촉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영건)은 10월 27∼29일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한상대회를 막걸리 수출 길을 찾는 기회로 활용할 참이다. at는 앞서 언급한 수출상담회를 전후해 at센터 5층 대회의실 앞 로비에 우수 농수산식품 홍보관을 설치해 운영했다.

홍보관에는 한식 식재료와 주요 수출상품 등 100여 품목을 전시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한식 밥상 차림이었다. ‘권역별 유망 한식 메뉴’란 이름으로 미국(떡갈비, 닭갈비, 두부 전골), 일본(쇠고기국밥, 삼계탕, 떡갈비), 중국(삼계탕, 전골류, 삼겹살) 등 국가별로 나눠 진열해 놓았다.

한식이 세계를 파고들면 관련 국산 식재료 수출은 당연히 늘어나리라는 발상에서 기획한 것이다. at가 일본 도쿄에서 10월 14일부터 3일간 ‘코리아 핫푸드 쇼’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행사에는 농심, 대상 등 식품기업수출협의회에 소속된 11개사가 참가했다.

개최 장소인 빅사이트 전시장에는 고추장, 매운 갈비 소스, 매운 맛 과자 등 300개 관련 제품이 전시됐다. 떡볶이, 부대찌개 등 ‘원조 한국 매운 음식’ 시연·시식행사도 함께 벌어져 행사장을 찾은 일본인들의 발길로 연일 북적거렸다. 이런 농수산식품 수출에서 at는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at는 지난 15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 기관보고를 통해 올해 수출목표 53억 달러 달성을 위해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을 꾀한 것으로 자신들의 노력을 표현했다. 생산 및 수출의 조직화·규모화, 부가가치 높은 가공식품 수출 확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량 직수출 체제 전환, 교포 마켓 중심에서 현지인 마켓 중심으로 목표 시장 다변화 등을 꾸준히 추진했다는 것이다.



해외 대형 유통업체 중심 ‘수출 고속도로’ 건설

이런 at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이른바 수출선도조직 육성 사업이다. 생산부터 수출까지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생산자와 수출 회사를 묶어 연합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조직이 10개 품목에 13곳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러브파프(파프리카), 로즈피아(장미), 머쉬엠(새송이버섯) 등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이런 선도 조직에는 수출을 늘릴 수 있는 품질관리, 마케팅 등을 위해 상당한 액수의 자금지원도 하고 있다. 경남북의 4개 파프리카 수출업체가 연합한 러브파크의 경우 올해부터 3년 동안 총 3억90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러브파프는 지원액수의 30%에 해당하는 자비 부담액을 보태 118개 생산농가의 파프리카 품질 개선과 생산력 향상을 위해 나섰다.

멀리 내다보고 수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에서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2008년 8월 버섯 수출업체 7곳이 공동 출자해 결성한 머쉬엠의 경우 당장 그 효과가 나타났다. 애초 목적대로 수출창구를 단일화하면서 과당 출혈경쟁을 막아 적정한 수출 단가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성과다.

그리고 규모화가 실현되면서 신규 거래선 확보, 수출 시장 다변화가 용이해진 것도 큰 변화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수출이 쑥쑥 늘어 올해 목표액이 900만 달러로 작년의 두 배에 이른다. 머쉬엠의 성공적 운영으로 직접 혜택을 입는 생산자만 21곳이다. 연초에 at가 세웠던 농수산식품 ‘수출 고속도로’ 건설 계획도 예상을 넘는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at가 말하는 수출 고속도로란 소규모·단품 수출에서 대규모 패키지 수출 체제로 전환하고 이에 걸맞은 대형 유통업체 중심의 직수출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이에 해당하는 해외 대형 유통업체라고는 중국 이마트, 일본 코프 삿포로 두 곳에 불과했다.

올해는 이를 14곳으로 늘린다는 계획 아래 미국 멜리사(Melissa), 중국의 RT 마트와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7월에 영국 코리안 푸드와의 양해각서 체결은 우리 농수산식품이 유럽 대륙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유럽 최초로 손을 잡은 코리안 푸드는 유럽에서 7개 대형 매장을 보유한 최대의 한국 농수산식품 수입 회사다. 윤창배 at 사장은 “유럽은 보수적인 식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잠재성이 큰 시장인 만큼 향후 대량 수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농수산식품 분야 수출이 지난 6월부터 증가세로 반전했다. 수출증가율은 5월까지 -2.1%였으나 6월 5.2%, 7월 3.7%, 8월 5.0% 등으로 연속 증가 기록을 낸 것이다. 그 결과 농수산식품 수출은 9월 말 잠정 집계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농수산식품 100억 달러 수출이 정부의 목표다. 올해 목표액의 두 배에 가까운 ‘꿈의 목표’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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