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그린카 만들어 낼 것”
“세계 최고의 그린카 만들어 낼 것”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볼 때 녹색기술을 바탕으로 한 녹색성장은 기업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부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녹색성장의 비전을 제시한 리더로 선정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의 녹색경영을 이끌고 있는 양승석(56) 사장의 수상 소감이다. 현대차가 지난 7월 선보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국내에 몰고 온 녹색 바람은 거세다.
저이산화탄소 청정연료인 LPG와 전기모터를 사용한 이 차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3000대 넘게 팔렸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 대중화를 위한 성공적인 첫발을 디딘 것.
특히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을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1호차의 경우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전용차로 전달됐다. 대림산업은 친환경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100대를 업무용 차량으로 구매했다.
청와대도 최근 수석급 비서관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아반떼 하이브리드로 바꿨다. 금융권에서도 현대차의 친환경차 개발 계획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협력업체들에 녹색브리지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내년엔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 출시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3년7개월 동안 2508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모델이다. LPG를 연료로 쓰는 이 모델은 전기모터, 인버터, 컨버터, 배터리 등 네 가지 핵심 전기동력 부품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단순히 원가를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 전기차 개발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인 연비 17.8km/L, 유가 환산 연비는 39km/L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9g/km에 불과해 LPG 연료 차량 중 세계 최초로 북미배기가스규제 기준을 충족시켰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대규모 품질 체험단을 꾸려 친환경 신기술과 경제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양 사장은 “지금은 친환경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 조성과 대중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양 사장은 197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현대건설과 현대종합상사 등을 거친 ‘현대맨’이다. 99년 현대차 유럽팀장을 맡은 후 현대차 동유럽지역본부, 폴란드판매법인, 터키생산법인, 베이징현대유한공사, 인도생산법인 등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한 글로벌 영업통. 계열사인 현대제철, 다이모스, 글로비스 사장도 역임했다.
양 사장은 “선진국들의 각종 환경 규제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차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130g/km까지 줄이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각료 승인을 앞두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도 기후 변화에 대응해 친환경차 의무 판매 등 강한 규제정책을 펴고 있다. 양 사장은 “이젠 일정한 수준의 환경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자동차는 판매는 물론 생산도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카로 향한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친환경 자동차 개발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도요타는 2012년부터 하이브리드카를 연 100만 대 이상 판매하고, 2020년엔 전 모델을 하이브리드카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2012년까지 총 16종의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친환경 기술개발 관련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2013년까지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자동차 개발을 위해 2조2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또 고효율겙諮Ш?엔진 변속기와 경량화 소재 개발에 1조4000억원, 각 공장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에너지 관련 시설 투자에 5000억원 등 모두 4조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중형 세단급 이상에도 탑재해 2010년엔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미국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다. 2012년 이후엔 가정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고 일정 거리는 전기차 모드로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내놓을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용 콘셉트카인 ‘블루윌(Blue-Will)’을 선보였다. 블루윌은 1회 충전 시 모터만으로 최대 64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 전력이 소모된 후엔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해 21.3∼23.4km/L의 연비로 달릴 수 있다.
차세대 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는 수소를 기반으로 전기를 발생시켜 완전 무공해(Zero-emission) 운전을 가능케 하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2012년 수소차의 소량생산 체제를 구축해 투싼 후속 모델을 연료전지차로 시범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양 사장은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발전이 곧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멍구에 여의도 15배 ‘현대그린존’ 조성현대차는 그린카 개발과 함께 친환경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블루 드라이버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블루 드라이버’는 500명에 달하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시승 체험단으로 그린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이 밖에도 가족단위 친환경 캠프인 ‘블루 드라이브 환경캠프’, 자동차를 가장 경제적으로 운전하는 사람에게 시상하는 ‘블루 드라이빙 페스티벌’ 등 다양한 친환경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양 사장은 자동차 개발뿐 아니라 공장 운영에서도 친환경을 강조한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오·폐수 배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독자적인 폐수 무방류 정수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는 “외부로 연결된 하수관이 설치돼 있지 않아 단 한 방울의 폐수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100% 전량 정화해 공장 가동에 재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 벌이는 녹색 캠페인도 돋보인다. 현대차가 울산 태화강에서 벌이고 있는 생태 자원 복원 사업이 좋은 예다. 이 사업은 태화강의 자연생태환경을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멸종된 풀흰나비와 멸종위기에 처한 동남참게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태화강 삼호교 부근에 동남참게와 토종 민물고기인 각시붕어를 1만 마리씩 방류해 안정적인 서식지를 조성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중국 네이멍구 쿤산타크 사막 내 차칸노르 지역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현대그린존’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네이멍구 사막지역을 초지로 바꾸는 작업이다.
지난해 첫 파종을 시작으로 매년 1166만㎡씩 5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15배인 5000만㎡의 네이멍구 사막을 초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양 사장은 “녹색성장은 경제와 환경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관계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이 현대차의 녹색성장을 위해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협력정신이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는 영하 40도의 혹한에서건 영상 60도의 폭염 속에서건 2만여 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만 제대로 움직인다. 그는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주변인들과의 협력관계를 지속하며 목표를 성취해내는 저력이 있어야 한다”며 “엔지니어부터 마케팅 담당자, 디자이너 등 누구 하나라도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는 고장난 차처럼 목표에 이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스로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웬만한 거리는 승용차를 타기보다는 걷고, 먹을거리도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는 “친환경차 개발 및 투자 확대를 통해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개발 가속도를 높여 친환경차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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