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위한 변신 곧 펼쳐집니다”
“고객을 위한 변신 곧 펼쳐집니다”
“세린느(Celine)라는 철자 6개를 빼고는 모든 게 변화할 것입니다. 브랜드와 제품은 더 고급화되고 연령층, 타깃, 소재, 가격 등 모든 것이 바뀔 겁니다. 물론 세린느 창업자 피비아나의 정신과 고객층이 좋아하는 세린느의 아이콘은 변하지 않지만…. 하지만 세린느의 로고 ‘블라종(Blason)’만은 바뀌지 않습니다.”
세린느는 제품에 두 개의 문양(엠블럼)을 사용했다. 하나는 1967년부터 사용한 이륜마차를 끄는 말 모습이 있는 아메리칸 ‘슐키(sulky:미국식 이륜마차)’이고 다른 것은 블라종이라 불리는 문양이다.
이는 파리 에트왈 광장에 있는 개선문 둘레에 쳐져 있는 체인의 문양에서 본뜬 것으로 1973년부터 세린느의 제품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이것만 빼고, 세린느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세린느는 1945년 파리에서 아동용 신발로 사업을 시작했다. 세린느 비피아나 부부는 아동용 구두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여성용 구두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1959년 선보인 여성용 잉카 로퍼 구두가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세린느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했다. 1963년부터 여성용 피혁제품 라인을, 1966년에는 여성 가죽 컬렉션을 생산했다.
1969년에는 여성 의류 사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에 1996년 흡수돼 가죽 및 패션 제품 사업부에 분류됐고, 지금은 자체 브랜드 네임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12년 동안 뉴스위크 파리지국에서 문화·패션 담당 기자로 활동했던 데이나 토마스가 그의 저서 <럭셔리는 어떻게 그 광채를 잃었는가?(how luxury lost its luster)> 에서 2000년대 들어 LVMH그룹에서 지방시, 세린느, 켄조 등의 패션 브랜드가 매각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돈다고 밝혔지만,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세린느를 매각하지 않고 ‘제2의 탄생’이라는 변화를 선택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세린느 제품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작년 9월 피비 파일로를 영입했다. 또 지방시에서 사장을 역임한 마르코 고베티를 세린느의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렇듯 세린느는 패션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CEO와 수석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그동안의 모든 브랜드 전략마저 비밀리에 바꾸는 중이다.
“세린느는 브랜드가 완전히 바뀌는 단계입니다. 본사 전략은 현재 통제돼 있습니다. 곧 갤러리아백화점에서 론칭할 예정입니다. 이후 양파 껍질 까듯이 조금씩 전략이 선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본사에서 저희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전략이 많습니다. 지금 자세한 걸 말하긴 조심스럽습니다.”
변화의 중심으로 들어가다“세린느 변화의 가장 중요한 컨셉트는 ‘패셔너블하다’는 것입니다. 세린느의 의류부문은 더욱 트렌디해지며 패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입니다. 패셔너블한 것에 대해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나름대로 우리 분야에서는 리더가 될 겁니다.”
유 지사장의 말에는 명품 간 자존심 싸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명품들은 항상 자기 브랜드가 최고라며 다른 명품의 아류가 되길 싫어한다. 세린느가 패셔너블해질 것이라는 말은 곧 끌로에, 랑방, 프라다와 같은 정도로 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세린느코리아의 제품별 매출은 패션의류, 가방과 가죽제품, 액세서리가 각각 40%, 40%, 20% 순이다.
앞으로는 가죽제품보다 기성복에 비중을 두면서 고가정책으로 갈 계획이다. 유 지사장이 처음 세린느에 조인했을 때만 해도 매출이 주춤했었다. 브랜드 위기였다. 하지만 작년에는 25%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고, 올해도 전년 대비 25% 신장을 예상한다. 유 지사장은 한국 명품 시장은 아직도 개척할 부분이 더 있으며, 매우 독특한 마켓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하이클래스는 백을 사더라도 하이패션을 추구합니다. 유행이 지나면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혹은 아시아인들은 패셔너블한 백보다는 명품 로고가 박힌 백과 유행을 타지 않는 백을 선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브랜드 문양이 가방 외부에 크게 드러나는 제품들이 잘 팔린다는 것이다. 럭셔리는>
유 지사장의 명품 인생유 지사장의 아버지는 YS정권 때 외무부 장관을 지낸 대한적십자사 유종하 총재다. 혹시 유 지사장이 부친의 배경으로 외국 명품 회사의 지사장 자리에 있지 않았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 생활을 하다 군에 가기 전까지 3년 남짓 세종연구소 정원식 이사장의 비서관을 지냈다. 군 제대 후 일본의 이토추 상사 한국법인에서 10년가량 명품 브랜드 업무를 했다. 이토추 상사는 일본의 유명한 종합상사로서 다양한 사업을 하며 125개의 세계 유명 브랜드 사업을 하는 회사다.
그는 이토추에서 한국 판권을 가진 불가리 브랜드를 7년 정도 담당한 경력과 진주 목걸이로 유명한 미키모토 코리아에서 3년 정도 브랜드 업무를 맡은 것을 바탕으로 지금의 세린느코리아 지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세린느코리아의 지사장을 맡게 된 것은 2007년 5월부터.
“브랜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브랜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경쟁사에서 왔건 어디에서 왔건 프로라면 자기 브랜드를 사랑해야죠.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브랜드는 남에게 팔 수 없습니다. 내가 살 수 있는 물건이라면 남에게 구매를 설득하기도 쉽고 또 쉽게 팔 수 있을 겁니다.”
자사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브랜드 사업의 바로미터가 된다고 믿는 그는 직원들 역시 자사 브랜드를 사랑해야 하고 회사를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80여 명의 직원을 둔 그의 인사 정책은 남다르다.
“좋은 직원을 리테인(retain)하고 좋은 사람을 리크루팅(recruiting)하는 것이 저의 경영 전략 중 가장 중요한 한 요소이며 관리 방법입니다. 직원들에게 격려, 칭찬, 모티베이션과 인센티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이 있으면 가르쳐주면서 꾸지람을 합니다. 신입 직원일 경우에는 발전을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면서 지속적으로 교육합니다.”
그는 직원들을 잘 관리하면 경영의 50%는 먹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경영의 셈법을 갖고 있다. 세린느코리아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유 지사장은 직원들과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원들에게 호칭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른다. 유 지사장은 본사에서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 지사장으로 유명하다.
회사가 어렵더라도 직원의 인건비를 깎지 않는다. 본사에서 인건비를 줄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그가 직원들에게 보일 수 있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그는 바쁘다. 백화점 매장을 돌아야 하고 매장 직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 미팅을 한다. 특히 주말이 없는 판매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수시로 그들과 회식을 하며 소통한다.
그는 “지사장은 본사와 직원들 사이에 끼여 있다. 본사의 지시사항을 직원들에게 잘 설득시켜야 하고 반대로 우리 직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어야 하는 브리지 같은 역할을 한다. 다행히 본사에서 이쪽 사정을 잘아는 사람이 있으면 업무가 잘 풀리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매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세린느의 타깃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실속 있고 활동적인 워킹우먼들이다. 유 지사장의 나이도 세린느의 구매층과 비슷한 40대 초반이다. 주말에는 어린 자녀들 때문에 집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그는 골프 유혹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골프인데 주말에 골프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한 달에 꼭 한 번은 골프장에 나간다고 한다.
영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고등학생 때 학교 럭비 대표선수였다. 유 지사장은 6척 장신이다.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 중인 세린느. 곧 한국에서도 세린느의 새로운 컬렉션이 선보일 것이다.
이를 통해 세린느의 모든 전략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일부분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행운의 여신은 세린느의 심벌마크인 블라종, 그 심벌마크의 모태인 샹젤리제의 개선문에 승리의 깃발을 한번 더 꽂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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