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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리서치로 수익률 30% 유지 목표”

“3중 리서치로 수익률 30% 유지 목표”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에 가입하는 시대는 지났다. 투자 대상, 투자 목표, 운용 철학 등이 가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됐다. 투자자들은 지난 2~3년 동안 계획을 세워 장기적으로 투자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달라진 것은 투자자뿐 아니다. 펀드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투자 환경이 변하고, 외국과 다른 국내 실정이 드러나면서 운용사들 역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닥치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강재영 삼성투신운용 대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 대표는 “이대로는 안 된다. 위기 속에서 고객의 수익을 보장하려면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올해 4월, 삼성투신운용은 2000년 출범할 때 외국계 운용사를 벤치마킹해 만든 운용 시스템을 바꾸고 조직을 뒤흔들었다. 10여 년 만에 다진 새 발판은 수익률, 신규 자금 유입 등의 실질적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양정원 주식운용총괄 본부장을 만나 조직 개편의 과정과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매니저 1명이 펀드 2~3개에 ‘선택과 집중’
>> 조직이 어떻게 달라졌나?“기존의 주식운용본부를 3개 팀으로 나눠 각 팀을 본부로 높였다. 팀장에겐 본부장의 권한이 주어졌다. 자유롭게 결정하되 그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뜻에서다. 또 1·2·3본부에 2~3명씩 주니어 애널리스트를 배치했다. 이들은 펀드매니저와 함께 수익성이 높은 종목을 발굴한다. 각 본부 자체적으로 리서치와 운용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운용 본부, 리서치센터, 외부 증권사에서 리서치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3중 리서치’라고 부른다. 애널리스트들은 롤(역할)이 구체적으로 나뉘어 일하기 편해졌다는 반응이다.”



>> 형식적인 ‘개편을 위한 개편’ 아닌가?“그렇지 않다. 조직의 겉뿐 아니라 속까지 바꿨다. 설정액이 적은 자투리 펀드(소규모 펀드)를 솎아내는 작업은 이전부터 해 왔다.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펀드 교통정리’를 확실하게 했다.

이전에는 한 펀드매니저가 가치형·성장형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는 등 펀드의 성격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면이 있었다. 지금은 각 본부에 회사 대표 펀드를 분배해 해당 펀드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가 18명, 종류가 다른 펀드가 35개인데 펀드매니저 한 명이 펀드 2~3개를 관리한다.”

펀드 배분과 운용은 모든 자산운용사의 공통된 숙제다. 인력이 부족한 회사에서는 펀드매니저 한 명이 20개 펀드를 운용하기도 한다. 잦은 펀드매니저 교체가 자주 문제시되는 이유다. 양 본부장에 따르면 삼성투신운용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펀드 운용의 ‘선택과 집중’을 현실화했다.



>>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은 뭔가?“리서치센터다. 애널리스트와 매니저는 서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리서치와 운용을 조화롭게 하는 게 무척 어렵다. 운용을 잘하려고 꾸린 리서치 팀이 ‘리서치를 위한 리서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운용본부에 자체 리서치 인력이 있는 현재 시스템 아래에선 그럴 염려가 적다.

또 모델 포트폴리오를 없앴다. 모델 포트폴리오란 애널리스트가 만드는 종목별 투자 포트폴리오다. 개편 전에는 펀드매니저가 모델 포트폴리오를 80% 이상 운용에 적용해야 했다. 현재는 비중 없이 매수 종목(buy list)만 권유한다. 리서치와 운용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조화롭게 돌아가고 있다. 다양한 펀드 스타일에 비해 모델이 한정돼 있다는 단점을 없애고, 시장과의 괴리를 줄였다.”



>> 3개 본부의 내부 경쟁이 심하겠다.“더 높은 수익률을 내려고 서로 경쟁하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좋지 않다. 각 본부가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지수를 넘으면 3개 본부 다 인센티브를 주고, 반대로 목표 수익률에 미달하면 다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 옆이나 뒤로 한눈팔 필요 없이 내 노선을 지키면서 앞으로 달려가면 된다는 얘기다.”

새로운 운용 시스템은 회사의 성적을 올려놓았다. 삼성투신운용에 따르면 올해 내놓은 삼성차이나2.0펀드(2300억원), 삼성wti원유펀드(800억원), 삼성그룹밸류인덱스펀드(3800억원), 스트라이크펀드(900억원), 노무라아시아펀드(2600억원) 등에 신규 자금이 몰렸다. 올해 주식형 펀드의 순유출액이 7조3600억원(제로인, 11월 19일 기준)인 것과 비교된다.

양 본부장은 “순자산 상위 20개 운용사 중에서 주식형 펀드 수익률 5위(연초 이후)를 차지했다. 3개월 기준으로 보면 2위”라며 “1년 기준 14위, 2년 기준 17위에서 훌쩍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 이렇게 단기간에 성과가 날 것을 왜 진작에 바꾸지 않았나?“한 번에 모든 것이 바뀐 것이 아니다. 2000년에 삼성투신운용으로 출발하면서 우리보다 발달한 외국계 금융회사를 벤치마킹했다. 오랫동안 시행착오와 개선을 반복하면서 국내 실정에 맞는 방식을 찾은 것이다. 1위가 목적은 아니었다. 1위는 포트폴리오가 특정 시장에 편중돼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 시장이 바뀌면 급락할 수 있다. 내실 있게 벤치마크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수익률 상위 30% 안, 즉‘중상(中上)’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양 본부장은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아 환매가 줄긴 했지만 운용사에 결코 쉽지 않은 한 해였기에 최근의 성과가 더욱 뿌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중국펀드 괜찮지만 ‘몰빵’은 안 돼”



>> 여전히 환매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다.
“타이밍보다 트렌드를 봐야 한다. 펀드는 주가에 후행한다고 하지만 그 시점을 정확하게 맞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기와 주가가 어떤 흐름으로 움직이는지 추세를 파악하고 최소 2~3년 투자하면 큰 손실을 입진 않을 것이다.”



>> 적정 수익률을 몇 %로 보나?“정해진 것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액티브 펀드의 경우 연간 15~20% 정도라면 성공했다고 본다. 아직 수익률 거품이 남아 있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펀드가 한때 광풍을 일으켜 궁금해 하는 투자자가 많더라. 앞으로 중국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해 비중을 유지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분산 투자의 수단으로 이용해야지 단기 수익을 노리고 ‘몰빵’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앞으로 운용 계획을 말해 달라.“홍콩,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중국과 인도에 투자하고 있다. 과거 삼성투신운용은 인덱스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펀드 등은 우수하지만 상대적으로 주식형 펀드가 약하다는 평을 들었다.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모든 부문에서 고루 우수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국내와 해외 법인의 상승효과로 2012년에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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