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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많은 교육 산업도시 구상

일자리 많은 교육 산업도시 구상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 변경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써 세종시는 이제 행정복합도시에서 첨단 산업 중심도시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는 그동안 “대학과 연구기관, 첨단 산업을 유치해 자족기능이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총리가 중심이 돼 국가에도, 충청도민에게도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그 안을 본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진정성이었다. 세종시에 대한 판단이 정략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정면돌파 전략이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을 설명하고 설득하기보다 대통령으로서의 고뇌를 솔직히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는 방향이었다.



기업들 “아직 구체안도 안 나왔는데…”이 대통령은 또 세종시 수정 결심이 오랜 고뇌를 거친 결단임을 부각하려 했다. ‘내 임기와 관계없는 일인데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발언도 그래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후보 때도 행정도시 분할이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 선거가 다가올수록 원안을 그대로 하겠다고 한 것이 후회되고 부끄럽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발언의 태도는 진솔하게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었지만 행정복합도시의 대안에 관해서는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했다. 대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소득이 발생하고, 고용이 창출돼 충청도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을 얘기했다는 점에서 연구기관이나 대학뿐 아니라 기업의 유치와 각종 경제적 인센티브가 대안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여러 차례 “보상을 적게 받고 이주하게 된 주민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지역민에 대한 복지나 고용 정책이 뒷받침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경된 세종시에는 일단 국립대인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옮겨오고, 고려대까지 이전하면 연구와 교육 중심의 체계는 갖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은 정부 주도로 설립해 이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민간 기업들의 이전이다. 기업들은 세종시로의 이전에 대해 극심한 눈치작전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 수정안의 각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종시로 기업 이전에 가장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기아차 그룹도 극히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회장께서 말한 ‘긍정적으로 봐야지…’라는 말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연구소 기능 중 일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지만 현대차 측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부인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세종시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분분하고, 세종시에 대한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먼저 세종시 이전 등을 검토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전했다. 제2 롯데월드 등 현 정부 들어 숙원사업을 해결한 롯데는 세종시 기업 이전의 단골후보로 등장했다.

하지만 세종시 관계자가 “롯데 맥주공장은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일단 롯데의 맥주공장은 제외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세종시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도 세종시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원론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땅값, 세제는 물론 인력 수급, 물류, 성장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데 정부에서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말만 듣고 그리로 갈 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파격적 혜택으로 외국인 투자 유도한다는 관측도아직 세종시와 관련된 정부의 구체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기업 입장에서 외부 환경의 변화로 기업 이전의 요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총리실 대안을 봐야 알겠지만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예전 대입시험 때 눈치작전을 생각하면 된다. 누구도 먼저 손을 들고 나서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반해 정운찬 총리를 비롯해 세종시 추진단 등에서는 기업체들과 교감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 총리는 “대기업은 물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견기업에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세종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총리나 정부 측 사람과 만나면 앞에서 대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고 다른 견해를 보였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타 지역으로 갈 기업이 세종시로 몰리는 ‘역차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다른 지역의 혁신도시, 기업도시에 갈 기업이나 연구소, 공장을 이쪽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업이나 연구소, 공장이 세종시에 들어오게 한다는 이른바 ‘플러스 섬’ 논리로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파격적인 혜택으로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투자에 한계가 있고, 이미 지역별로 유치전이 치열해 더 이상 투자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 기업도시가 아니라 행정도시의 중심지로 선택된 세종시는 물류나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 등에서 기업 중심도시로서 한계점이 있다.

재계 관계자도 “이미 지자체에서 산업클러스터, 물류 중심지 등을 기업혁신도시로 지정한 경우가 많아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세종시의 매력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의 성패는 여전히 기업 유치를 통한 고용 창출 여부에 달려 있다.

대통령과 정부도 행정복합도시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안이 아니면 충청도민의 여론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 세종시는 지자체가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한 범정부 차원에서 주도하는 첨단 산업중심도시가 됐다.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신규 투자를 하려는 기업의 제1순위는 세종시가 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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